여성우대 안 지킨 새정치민주연합 혼쭐, 새누리 청주시장 고소건 관심집중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영향력 너무 강해···잘 보여야 공천, 아니면 탈락”

▲ 남상우 예비후보는 이승훈 예비후보를 고소한 뒤“불법 선거운동은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올해도 예외없이 공천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고소와 경선 불복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충북도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던 후보들도 막상 결과가 나오자 번복해 지역정가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남상우 새누리당 청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1일 같은 당 이승훈 후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소했다. 남 후보는 4월 30일 치러진 청주시장 경선에서 이승훈 후보에게 패하자 바로 다음 날 책임당원 명부 유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러 번의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던 그는 명부 유출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 경선 전에도 김동수 예비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에는 한대수 예비후보를 지목하고 후보사퇴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책임당원 명부를 처음 갖고있던 사람은 이 후보이고, 이를 보고 한 후보가 항의하자 건네줬다는 게 남 후보 측 주장이다.

그래서 남 후보 측은 이 문제를 새누리당 클린공천감시단에 접수하면서 100% 여론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클린공천감시단은 “새누리당 충북도당에서 명부 유출했다고 보기 어려워 100% 여론조사로 바꿀 수 없다”는 요지의 답변을 보냈다. 대신 책임당원·국민참여 선거인단 투표방식에 일부 여론조사를 첨가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다. 경선 방식은 중앙당에서 결정한다. 그럼에도 남 후보는 경선에서 이 후보에게 57표차로 졌다.

남 후보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가자 관심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느냐로 쏠렸다. 그는 “나는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법에 호소했을 뿐이지 경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아니다. 무소속 출마는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경선 전에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끝까지 문제를 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경선 전에 고소하면 여러 가지로 어려워져 참고 기다렸다. 중앙당 클린감시단에 얘기하면 잘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안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주지검은 곧 수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예외조항 악용한 여성 공천

▲ 정지숙 예비후보
그런가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도 공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들은 당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도당에 들어온 재심청구 건수만 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기각되고 청주 제2선거구 정지숙 도의원 예비후보와 윤성종 제천 제2선거구 예비후보, 제천 마선거구 전원표 시의원 예비후보 등이 제출한 3건은 받아들여져 중앙당 최고위원회로 올라가 최종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3명은 공천에서 탈락하자 강력 반발했다.

아울러 청주 마 선거구에 등록한 육미선 시의원 예비후보는 ‘나’번을 받자 반발하고 나섰다. ‘가’번은 김영근 시의원이 받았다. 육 의원은 “청주 흥덕갑의 유일한 여성후보여서 여성의무추천 규정에 따라 우선배려를 받아야 하지만 불리한 기호를 받았다. 생활정치 현장에 뛰어든 여성이 조직과 세력의 카르텔 앞에 무너지고 만 꼴”이라며 4년전보다 후퇴한 공천양태를 보이고 있다고 항의했다.

▲ 육미선 예비후보
청주여성의 전화 등 충북여성계도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도당위원장을 면담하고 여성배제 공천을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성후보 우대 공천방안을 내놨지만 예외조항을 이유로 여성을 배제시켰다. 청주권 광역·기초후보 공천에 여성이 ‘1’번이나 ‘가’번을 받은 경우는 전무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예비후보 6명 전원에게 앞 번호를 줬다”고 강조했다. 광역의원은 1·2·3번, 기초의원은 가·나·다번 식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예외조항은 중앙당이 ‘취약지역에는 여성의무추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지침을 말하는 것.

그러면서 “기초선거구를 여성 의무공천선거구로 정해놓고 ‘나’번을 주는 것은 당선 불가능한 지역에 공천해놓고 생색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성후보의 기호를 통해 양성평등한 의지를 보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재일 위원장은 여성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려해보겠다고 답변해 결과에 이목이 쏠려있다.

당내 역학구도 속에서 결정

▲ 이용상 예비후보
청주 바 선거구에 등록한 이용상 청주시의원 예비후보도 ‘나’번을 받고 즉각 반발했다. 그는 “초선임에도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대과없이 의정활동을 해왔다. 충북희망원 사건 해결, 마을만들기 연구, 풀뿌리 자치행정, 공공예술 활성화, 세종백리길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4년전에도 ‘나’번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매번 이렇게 공천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지방의원 모 씨는 “새누리당은 당협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는 게 문제다. 위원장에게 잘 보이면 공천받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이다. 위원장은 자기 편에 서있는 사람, 향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공천을 준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천은 실력과 인격, 당선가능성 보다는 당내 위원장들의 손에서 결정된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새누리당 청주시장 경선에서 이승훈 후보가 승리한 것도 당내 역학구도에서 판가름났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 후보를 돕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모 인사는 “이 후보가 출마전까지 청원당협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청주시내 몇 몇 당협위원장들이 뭉쳐 이 후보를 도운 게 주효했다. 본선경쟁력이나 타 후보에 비해 뛰어난 점이 있어서가 아니다. 누가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당은 공천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좋은 후보를 내기 위해 골몰해야 한다. 하숙자 청주여성의 전화 대표는 “정당은 평소 정치인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정치학교를 열어 자질있는 정치인을 길러내고, 제대로 공천해야 한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공천에 실망하고, 공찬잡음 생기는 것을 언제까지 봐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