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첫 브랜드 ‘클라우드’, “물 섞지 않고 원액만 발효”
알코올 도수 5%로 이달 말 출시… 2017년 충주 제2공장 증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는 국내 맥주시장에 뛰어든 롯데주류가 첫 번째 맥주 ‘클라우드’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맥주 전쟁을 시작했다.

롯데주류는 최근 충주에 위치한 연간 생산량 5만㎘ 규모의 맥주공장에서 맥주 미디어 설명회 및 시음행사를 열고 신제품의 특징과 외관 이미지, 브랜드명 등을 공개했다.

▲ 충주에 위치한 롯데주류 맥주공장 생산라인이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맥주의 첫 브랜드 ‘클라우드’는 이달 말께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롯데의 첫 번째 맥주 이름은 ‘클라우드(Kloud)’로 확정됐다.
클라우드는 한국을 의미하는 Korea의 ‘K’와 맥주거품을 형상화한 구름의 영문 ‘Cloud’ 단어를 결합해 만들었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판매 중인 국내 맥주로는 유일하게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은 이른바 비가수(非加水) 공법으로 발효한 맥주원액에 물을 타지 않고 발효원액 그대로 제품을 담아내는 제조방법이다.

독일 및 정통 맥주를 추구하는 나라의 프리미엄급 맥주가 채택하고 있는 공법으로 제조된 맥주는 풍부한 거품과 맛이 특징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라거 맥주들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맥주 생산 중간과정에서 물을 첨가(하이 그래비티 공법)해서 도수를 낮추는 방식을 취했다. 때문에 이 공법은 제조과정에서 6~7% 알코올 농도로 발효·숙성한 뒤 여과 시 물로 희석해 알코올 농도를 4%로 낮춘다.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각각 4.5도와 4.3도의 도수가 나오는 이유다.

“싱거운 맥주시대 끝내겠다”

클라우드 맥주는 알코올 도수 5도로 카스와 하이트보다 높다.

하이 그래비티 공법 맥주는 청량감이,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 맥주는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조사결과 ‘기존 국내 맥주의 맛에 대한 불만족’, ‘다양화된 소비자의 맥주에 대한 기호’, ‘부드러운 거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 등을 반영해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을 타지 않는 라거 맥주로는 국내에서 클라우드가 유일하다”며 신제품의 맛과 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롯데주류는 클라우드를 맥주 제조방식의 표준이라 할 ‘맥주순수령’에 따라 100% 맥아(Malt)만을 사용하는 ‘All Malt’ 맥주로 만든다.

파인아로마 등 유럽산 최고급 호프를 제조과정에서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멀티 호핑 시스템’을 채택해 만드는 등 유럽 정통 맥주를 지향하는 다수의 공법을 통해 차별화된 맥주의 풍미를 선보일 계획이다.

클라우드는 롯데 신동빈 회장이 개발과정에서 직접 참여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맥주 애호가인 신 회장은 최근 시음회에서 클라우드의 깊은 맛에 높은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평소 아사히 등 일본 맥주를 즐겨왔으며, 아사히 맥주는 전통 독일식 맥주 제조 공법을 채택해왔다.

롯데주류는 이달 말부터 맥주 신제품 ‘클라우드’를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올해 생산량은 5만㎘로, 1억병(500㎖기준)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생산량(2012년 128만㎘)과 비교하면 3.9% 수준이다.

롯데주류는 오는 8월 설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고, 2017년까지 7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 생산량을 10배까지 늘릴 예정이다.
롯데주류는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클라우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격은 카스와 하이트보다는 높게, 수입맥주보다는 낮게 정하기로 했다. 수입맥주 같은 높은 품질의 맥주를 국산 맥주 가격에 선보이는 것이 롯데주류의 목표다. 롯데주류는 현재 국세청과 출고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강 유통망…오비·하이트 긴장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로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긴장하고 있다. 롯데가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을 이용해 ‘클라우드’를 단숨에 전국구 맥주로 등극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주 ‘처음처럼’의 유통망을 활용해 전국 음식점 및 유흥주점에도 일제히 맥주를 공급할 수 있다. 또 소주, 위스키, 와인 등을 판매해오던 롯데주류의 영업력은 어느 주류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맥주 점유율 1위인 카스를 보유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AB인베브를 이용해 롯데를 대적할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금융위기로 벨기에 맥주기업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18억 달러에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하지만 최근 AB인베브는 58억 달러에 오비맥주를 재인수해 국내 시장은 물론 아시아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주력 제품군을 재정비해 기존 하이트맥주를 리뉴얼한 ‘뉴 하이트’를 선보였다. 말이 리뉴얼이지 상표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조공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신제품 수준으로 출시했다.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에 신세계그룹도 나섰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푸드는 최근 ‘맥아 및 맥주 제조업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그동안 신세계L&B를 통해 해외 유명 맥주를 수입·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계열사를 통해 본격적인 맥주제조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롯데와 같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맥주시장에서 대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기네스 등 다양한 수입맥주들도 몸집을 키우며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진출로 맥주시장은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혼전 양상을 띠는 맥주시장에서 어느 기업이 선두자리를 차지할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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