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만 공천제 폐지 불공정한 게임···새누리당도 결국엔 손해
“도지사·청주시장은 박빙 승부 예상되지만 지방의원은 새누리 강할 것”

새누리당의 점퍼는 빨간색, 새정치민주연합 점퍼는 파란색이다. 그럼 이번 선거 때는 빨간색이 점령할까, 아니면 파란색이 점령할까. 이 또한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이를 알려면 광역의원 선거를 보라는 말이 있다.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후보는 대체로 누가 누구인지 알고 찍는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판단을 해서 찍는다는 얘기다. 기초의원은 여러 명 중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반면 그 사이에 낀 광역의원은 잘 모르고 찍는다. 그래서 광역의원 선거는 정당지지율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2010년 선거 때 충북도의회는 민주당 판이었다. 민주당 압승이 가장 잘 드러난 선거가 광역의원 이었다.”

정당관계자 모 씨의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의원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2월까지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민주당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바닥까지 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선거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여론들이 많았다. 새누리당이 압승하고 민주당이 겨우 몇 석 건지는 정도를 예상했던 것. 그런데 지난 3월 2일 안철수신당과 민주당이 극적으로 손을 잡고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을 창당하면서 야권의 인기가 서서히 오르고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모 인사는 “여론조사를 감안할 때 도지사와 청주시장 선거는 박빙이라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도지사·시장선거에서 인물론으로 밀고 가는데 지방의원 선거는 정당지지도가 반영된다. 이 때문에 새누리 의원들이 더 많이 당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빨간색이나 파란색 중 어느 한 색이 압도적으로 싹쓸이 한다기보다 종류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새누리당이 높고, 후보별 지지도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높다고 본다. 그런데 올해는 특이한 현상이 생겼다.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약을 이행하고 이를 폐지했는데 새누리는 공약을 어기고 공천제를 유지했다. 이로 인한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우선 당장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유리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소속으로 뛰고 후보들이 많아 난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역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리할 것이다. 기초의원 후보 숫자가 훨씬 더 많아 이들이 지역구 누빈 효과를 광역의원들이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선거

한 쪽은 공천제를 폐지하고, 한 쪽은 유지하는 불공정 선거는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이다.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예고한다. 특히 투표용지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번호없이 이름만 기재돼 당장은 큰 손해를 볼 것이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반사이익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은 정당 공천을 하는 새누리당이 유리한 것 같지만, 새누리당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정당이라는 인식이 퍼져 결과적으로는 손해볼 것이라는 여론이 있다.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뛰어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 당을 자기 당이라’ 부르지 못하는 운명에 처했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속 불이행 정당을 표로 심판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4년후에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충북을 전체 물들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여러 사람들의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훨씬 높지만, 이 사이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인물론을 내세워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이들이 선거기간 동안 얼마나 뛰느냐가 관건이다. 빨간색이 우세한 가운데 파란색이 얼마나 뺏어오느냐로 봐야 할 것이다. 만일 새누리의 공천제폐지 공약 불이행에 대해 공분하고 이를 심판하자는 바람이 야권에서 분다면 상황은 더 달라질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너무 조용하다”는 게 정가에 떠도는 말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무슨 색이 강했을까
2010년 녹색바람 강타, 2006년 한나라·열린우리·무소속 3색벨트 형성

지난 2010년 6·2선거 때는 녹색이 충북을 휩쓸었다. 당시는 민주당 점퍼가 녹색이었다. 점퍼색이 자주 바뀌어 유권자들이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민주당은 충북도지사와 청주·충주·청원·증평·진천군수 등 5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각각 3명, 무소속은 1명의 단체장이 탄생했다. 자유선진당은 당시 자당 소속인 이용희 의원 효과로 3곳에서 승리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승리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이 충북도지사를 배출한 적도 처음이었다.

이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세종시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 불이행, 수도권 규제완화, 충북출신 인재등용 소홀 등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홀대받은 충북이 표로 심판한 결과라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후보들의 플래카드 문구를 ‘세종시를 지켜주십시오’로 통일해 힛트를 쳤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원안추진이 됐던 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를 표로 보여준 민심 덕이었다.

그런가하면 2006년 5·31선거에서는 삼색벨트가 형성됐다. 한나라당은 도지사와 기초단체장 5명, 열린우리당은 기초단체장 4명, 무소속은 기초단체장 3명을 배출시켰다.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은 청주·충주·제천·청원·단양 단체장과 31개 광역의원 중 29곳을 석권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이용희 국회부의장 효과로 보은·옥천·영동 남부3군 단체장 싹쓸이와 진천군수를 냈다. 기대 이상으로 약진한 무소속은 음성·괴산·증평 단체장을 당선시켰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4곳에서 단체장을 당선시키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한나라당에는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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