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약이 유권자들 마음 움직이는 건 아닌데···허황된 공약 넘쳐
1조5000억원 들여 대전유성~청주공항 GTX 건설, 타당성 결핍 중론

▲ 올해도 예비후보들의 허황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윤진식 충북지사 예비후보는 대전유성~청주공항 GTX 건설을 공약했으나 타당성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역시 못 믿을 게 정치인들의 공약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으나 실현가능성 없는 계획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받는 공약이 새누리당 충북지사 윤진식 예비후보의 충청 신수도권 고속급행철도(GTX ; Great Train Express) 건설이다.

윤 의원은 대전유성~세종~오송간 34km 구간에 새로운 철도를 건설하고, 오송~청주~청주공항간 21km 구간은 기존 충북선을 고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대전유성~청주공항을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의원은 청주공항~음성~충주~제천간 94km 충북선을 고속화하는 사업도 조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이미 2016~2020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돼 있다.

윤 의원은 “국토의 중심 충청권에 청주공항, KTX 오송역, 오송 바이오밸리, 세종시, 유성의 신동·둔곡 과학벨트가 배후에는 청주·대전·천안 등 대도시가 있다. 그러나 이 거점지역을 빠르게 연결하는 이동수단이 없어 신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건설과 개전·천안의 부상, 청주·청원통합 등으로 충청권이 신수도권시대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인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등 어느 때보다 호기를 맞이했다. 충북가 영충호시대를 주창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수도권, 부산·울산권에 맞서 충청권을 신교통수단으로 묶어 경쟁력을 키우자는 게 윤 후보 공약의 핵심.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여론이 더 많다. 우선은 1조5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문제가 된다. 윤 의원은 이 사업에 들어갈 예산 추정치를 1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철도신설은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해서 국가에 요구하면 타당할 경우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한다. 그렇더라도 예비타당성조사와 수요분석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몇 년이 걸린다”면서 “더욱이 지방비 부담도 있다. 이 달 31일부터 부담이 25%에서 30%로 늘어난다. 지자체로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계획은 대전유성~세종시~오송 구간이 신설이고, 나머지는 기존 노선을 고속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유성~세종~오송은 대전·세종·충북이라는 3개 지자체에 걸쳐있다. 따라서 충청권대 광역단체장간 협의가 이뤄져야지 충북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다 충청권내 단체장간 업무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벌써 과학비즈니스벨트·KTX 세종역 등으로 여러 번 부딪쳤다.

“세종역 생기면 오히려 어려워지지”

또 윤 의원은 KTX 오송역~세종시간 고속급행철도 건설시 KTX 세종역 건설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오히려 없는 세종역을 만들어 충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세종시가 ‘2030 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서 KTX 세종역 신설 필요성을 주장해 충북이 발칵 뒤집혔다. 오송역~세종시는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이고, BRT 도로 건설 등 다양한 교통망이 확충돼 있는데 많은 예산을 들여 KTX역을 또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도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결과 ‘세종역 신설 계획 없음’이라는 답변을 듣는 한편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고속급행철도 건설로 세종역이 생긴다면 오히려 충북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25일 예비후보를 사퇴한 이기용 전 교육감도 허황된 공약을 날렸다. 예산 6조원 확보와 삼성그룹 공장 및 연구시설 유치가 그 것이다. 그는 “강원도 예산이 6조원이라서 충북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생각에 6조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당 지사가 나와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유치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없이 덩그러니 공약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HCN충북방송에서 방영된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경선 첫 TV토론회에서는 “삼성이 최근 투자확대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연구원 등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서규용 예비후보는 융복합산업단지인 가칭 ‘팜스코 드림파크(Farmsco Dream Park) 건립을 공약했다. 장관 재직시절부터 (주)팜스코와 충북 중부권에 건립하자는 협의를 해왔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것.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10년 동안 1조원이라고 하나 구체적인 산출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농축산식품 가공공장 등의 생산시설과 직거래 장터, 복합 쇼핑몰 등의 판매시설, 놀이시설과 유명 관광명소가 되도록 테마파크와 각종 레저시설 및 숙박시설이 들어서게 한다는 것이다. 직접고용 5500명, 간접고용 2만명을 추산하고 마스터플랜을 설계중이라고 했다.

(주)팜스코는 배합사료부터 양돈, 식육, 가공, 유통 등 광범위한 축산업을 운영하는 업체다. ‘하이포크’라는 이름으로 돈육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도 화려하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때문에 도민들 사이에서는 ‘화려한 공약일수록 허점이 많다’는 말이 돈다. 사실 개발공약은 삶의 질을 따지는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 도로를 내고, 터널을 뚫고,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개발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고속급행철도, 막히는 구간 운행시간 단축위해 필요
대전유성~청주공항은 평소에도 자동차 소통 원활

고속급행철도(GTX)가 뭘까. 말 그대로 고속으로 달리면서 중간 정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때문에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다. 문제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든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서울 강남구 삼성동 37.7km 구간에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협의해 지하 40~50m에 직선 철도를 건설하고 중간 정차를 최소화해 운행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것. 이 구간은 교통정체로 1시간 이상 걸리나 고속급행철도가 신설되면 최고속도가 200km가 돼 18분으로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고속급행철도는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서 나왔다. 그래서 경기 화성~서울 강남은 지하에 철도를 놓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유성~청주공항은 육상으로 가더라도 그리 막히는 구간이 아니다. 굳이 많은 돈을 들여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전유성~청주공항은 속도싸움을 할 만큼 교통량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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