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피해조사위, <충청일보> 소장 자료 분석 확인
합사 당시 31명 생존불구 일방적 합사 철회소송도 기각

일제 강점기 일본 본토 노역을 위해 강제 동원된 한국인 피해자 중 충북 출신자 32명의 위패가 일본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함께 합사(合祀·둘 이상의 혼령을 한데 모아 제사를 지내는 것)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일 <충청일보>는 일제 강제동원 조사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충청일보>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강제동원 조사위)는 충청일보가 소장한 ‘자유한인보’의 부록 명부를 분석한 결과 이 명부에 기록된 일제 강제 동원 한인 2500여명 가운데 충북 출신으로 54명이 포함됐다는 것.


자유한인보는 하와이 수용소 내 강제 징용 한인 포로들이 발간했던 수용소 생활상을 소개했던 신문이다. 강제 동원 충북인들은 본적지별로 청주(청원 포함) 31명, 옥천 6명, 제천·보은 각 4명, 괴산 3명, 충주·단양 각 2명, 영동·음성 각 1명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32명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그 위패가 봉안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는 것이다. 합사 당시 행방불명자였던 1명을 제외한 31명은 엄연히 살아있었음에도 일본이 일방적으로 사망 처리해 합사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합사자들은 대부분 1944년 8월 건설 현장 근로자(일본 표기 건설부 소속 공원)로 있다가 1944년 12월 31일 전사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명부에 표기돼 있다는 것. 이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건 1959년 7월 31일자로 나타났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을 포함,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명을 합사해 제사지내는 곳이다. 일본 고위 관료들의 참배를 둘러싸고 한중- 일본간 외교적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를 합사시키는 것은 역사왜곡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충청일보>는 지난해 12월 본사 자료실에서 자유한인보 3호 복사본과 일제 강제 징병자 명부를 발견, 일반에 공개했다. 또한 이들 자료를 토대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위안부 흔적 찾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또한 충북 출신 피해자 54명 중 피해 신고자는 23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피해 신고자 가운데 8명만이 미수금을 신청해 전체 피해자 중 14.8%만이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피해자 지원제도를 모르고 있어 강제동원 근로 대가인 임금·수당이 공탁된 상태로 있다는 것.

<충청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제동원위원회는 남자 피해자 51명 중 행방불명된 1명을 빼고는 모두 귀환했기 때문에 수급자(친족)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강제동원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흔히 포로 명부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포로 신분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 본인들도 그런 부분을 꺼려서 신청을 안 한다기 보다는 몰라서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1인당 약 690만원의 미수금이 있다. 후손들이 지금이라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의 홍보가 필요하다. 위원회와 언론이 미확인자 및 여성 피해 현황 규명 등의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위로금을 신청하지 않은 대상자 정보 제공 및 신청 독려, 설명회 개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제동원조사위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총 2만1181명 가운데 1만9650명이 1959년 7월에 합사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여서 한국 정부의 동의가 없이는 야스쿠니 합사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시기다.

강제동원 피해조사위 관계자는 “일본은 ‘외국인의 경우 야스쿠니에 합사하려면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놓고도 이를 어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며 “자유한인보 명부에 실린 피해자를 역추적해 자료화하면 일본의 역사 왜곡을 증명할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후손들의 야스쿠니 합사 취소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측은 “일본인으로 싸움에 참가한 이상 야스쿠니에 모셔지는 것은 당연하며 합사는 천황의 의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유족이 철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 일본 도쿄(東京)고등법원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3일 생존해 있음에도 야스쿠니에 합사된 김희종(89) 씨와 또 다른 피해자 유족 등이 제기한 합사취소 청구소송에서 1·2심 모두 “종교의 자유에는 관용이 요구된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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