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육거리시장 “주차권 안준다” 불만 폭발

며칠전 한 주부의 제보가 있었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했는데, 구입금액이 적다며 점포 여러 곳에서 주차권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부 김모씨(45·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의 육거리시장 방문기는 이렇다. 김 씨는 며칠전 무심천가에 있는 육거리시장 제2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장에 갔다. 처음에 간 곳은 캐노피가 달려있는 시장내의 만물상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3000원어치 물건을 샀다. 주차권을 달라는 그의 말에 주인은 “5000원을 사야 줄 수 있다”며 주지 않았다.

그곳을 나와 불과 10m앞에 있는 노점에서 시금치를 2000원 어치 샀다. 그에게 상인은 “1만원은 사야 된다”고 말하면서 주차권을 주지 않았다.

아직까지 쇼핑을 마치지 않은 김씨는 이어 주변에 있는 노점에서 1만원어치 멸치를 샀다. ‘이번에는 받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남아 있는게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기가막힌 주부 김씨는 억울하고, 화난 기분을 풀려고 청주제일교회 인근의 한 팥죽집을 찾았다. 팥죽을 잘 먹고 나온 그의 손에는 여전히 주차권이 들려 있지 않았다.

◇ “500원이 고객유입을 좌우한다”

취재진이 지난 16일과 19일 육거리시장을 찾았다. 제보자의 말대로 주차권 얻기는 쉽지 않았다. 유명한 과자가게에서 1만 3000원어치를 사니 주인이 흔쾌히 30분용(액면가 500원) 주차권을 주었다.

제1주차장 초입에 있는 채소노점상은 “1만원은 사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사야 주차권을 주느냐고 먼저 물어보지 않고 1만원 이하로 물건을 샀다면, 분명히 낭패스러웠을 것이다.

이어 주변 골목에 있는 채소노점상에서는 6000원짜리 도라지를 한 봉지 산 뒤에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받은 주차권의 유효기간은 2013년 12월까지였다. 주차장관리인은 1월까지는 쓸 수 있다고 했다.

왜 이렇게 주차권 구하기가 힘들까.

골목에 있는 채소노점상의 말은 이렇다. “채소라는게 별로 남지 않고, 지금은 겨울철이라 더 마진이 없어. 그런데 주차권 다 달라고 하면, 뭐가 남겄어. 이것도 한 장에 300원씩에 사오는 거고, 해마다 주차권(디자인)을 바꾸는 바람에 큰 부담이여”라고 말했다.

분명, 육거리시장의 주차권 배부는 ‘주인 마음’이었다. 장사가 잘되거나 인심이 후한(?)곳에서는 5000원 정도사면 30분짜리 1장을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따뜻한 실내에서 2000원어치를 사거나, 안사더라도 사정을 설명하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대형마트가 청주시내 곳곳에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는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500원이 고객의 마음을 뺏거나, 시장에서 발걸음을 멀리하도록 하기에는 충분히 큰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기분이 나쁘니까’이다.

◇ 상인회 ‘적자타령’·청주시 ‘팔짱’ 청주 육거리시장에는 2개의 주차장이 있다. 시장과 가까운 곳에 동시주차 41대 규모의 제1주차장이, 무심천쪽에 91대 규모의 제2주차장이 있다.

이곳 주차장은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가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차권을 발행하면 육거리시장내 상점과 노점 약 750곳에서 주차권을 장당 300원(액면가는 500원)을 주고 산다.

주차권을 사는 상인들은 이른바 ‘지붕’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붕을 벗어난 곳의 대부분은 상인연합회에 가입돼 있지 않아 주차권을 사지 않는다. 주부 김씨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팥죽집이 이 경우다.

그렇다면 주차권 배부기준이 들쑥날쑥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상인회측도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 관계자는“당초 5000원 이상 살 경우 제공토록 했으나 최근 일부 채소상인들을 중심으로 더 많이 사야만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에 대해서는 이곳이나 청주시나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 고객이 시장에 와서 여러군데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우, 그 구입금액을 종합적으로 증명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어렵지 않을텐데도 부정적이다.

상인연합회측은 “그래봤자 고객들이 더 불편하다”고 말했고, 시청 담당자는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낯설어했다.

청주육거리시장의 500원짜리 주차권을 놓고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상인들은 불만에 쌓여 있으며, 상인회는 적자를 호소한다. 그리고 청주시는 별로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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