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문화재단은 최근 ‘청주약국 앞 홍문당, 홍문당 옆 청주뻬까리’를 내놓았다. 토박이 10명의 구술채록을 담은 이 책에는 성안길의 주요 공간과 명소, 그리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압축돼 있다. 이번에 청주문화재단은 청주인문학 아카이브 1년차 사업으로 책을 펴냈다.

관련 사진과 지도 100여장이 삽입돼 있으며 이번 구술채록 작업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눈에 띈다. 8.15 해방 전 청주에 미군 B-29기 출현 및 청남초 옆 야산과 청주대교 무심천둔치에 있던 피난민수용소, 3층 건물로 성안길 최고층이었던 이도우백화점, 옛 청주역(북문로3가) 근처에 있었던 마부들의 대기장소였던 마차골목 등이 발굴된 것이다.

또한 이 시기 청주약국 네거리에서 우리은행~우체국~노스페이스앞 사거리~산업은행 네거리~성안길 입구에 이르는 성안길 명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공간과 삶의 오래된 기억

공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대한 기억도 담았다. 1950년대말 신동문․민병산 시인 등이 고교 문학모임 ‘푸른문’ 학생들과 열었던 시 낭송의 밤, 청주여고 재학시절 웅변대회를 휩쓸던 김수현 작가의 에피소드, 1970년대 거액을 희사하여 지역 연극을 발전시킨 김은수 한국도자기 사장 등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청주문화재단 관계자는 “2012년 12월부터 2월까지 집중적으로 만나서 채록했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근대에 대해 각 지역이 관심을 갖고 있다. 청주만의 고유성이 담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향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영화 쪽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돌릴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책을 구술 채록한 이병수 청주문화재단 문화예술부차장은 “특히 김운기 사진국장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조판일을 하기위해 신문사에 들어와 사진에 대한 꿈을 꾸고 사진기자가 됐다. 배움을 위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 기록들이 눈물 나게 한다. 그동안 충북의 어른들의 삶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청주의 성안길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던 무심천, 공마당, 청주역, 남문로1가(남석교~청주약국), 청주신사, 충북선, 서문동 버스주차장, 중앙극장, 명암풀장, 청주제일교회 등이 책에 정리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