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지가 거품 빠지면 다시” 토지주 “官이 못하면 우리가”
‘초역세권’ 지주조합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시행사 관심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됐다. 법정 기한 내에 사업을 진행시키지 못해 개발구역이 해제된 것이다. 역세권 개발을 추진해왔던 충북도나 개발을 기대했던 해당지역 주민들이나 이 같은 결과가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 무산을 두고 충북도와 주민들은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12월 31일 도보를 통해 “2011년 12월 30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청원군 오송읍 오송리 일원 162만2천920㎡에 대한 지정 해제 사유가 발생해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도시개발법 상 도시개발구역이 지정 고시된 날로부터 2년 내에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1500억원대 민간자본 투자를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투자매력 잃어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경기침체다. 두 차례의 공모에서 실패를 맛본 충북도는 3차 공모에 개발범위를 3분의 1 가량으로 축소하고 청주시·청원군과 함께 총 사업비 3102억원 가운데 51%를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관심을 가진 민간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를 저울질했지만 이들은 분양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지자체가 미분양 용지의 90%와 채무인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한 충북도는 이 같은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오송역세권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송바이오밸리가 완벽한 도시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역세권 개발이 필수적이고, 역세권 개발이 늦어질 경우 오송은 물론 충북의 미래를 세종시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세권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충북도도 당장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로 인해 역세권개발 권한도,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을 두고 다시 추진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관계자는 “부동산침체가 민자유치를 못한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바탕에는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이 작용했다. 조성원가가 3.3㎡당 300만원을 넘어가다보니 분양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간자본이 선뜻 투자를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개발구역 해제로 땅값 거품이 사라질 것을 기대했다. 기대심리로 오른 땅값이 떨어져 조성원가가 200만원 초반대에 형성된다면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이미 지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송 땅값이 오른 데는 원주민들이 아닌 외부 투기자본이 들어온 것이 한몫했다. 개발구역 해제 소식에 이들이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땅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역세권 주민 분노 ‘폭발’
이 같은 분석과 달리 역세권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은 “땅값은 핑계고, 애당초 의지가 없었다”고 충북도를 비난했다. 한 토지주는 “땅값이 문제라면 세종시는 들어서지도 못했다.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땅값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지난 8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원주민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은행빚 때문에 땅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로는 땅을 매매해도 이주자 혜택이 없다보니 집을 팔고 싶어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팔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경매로 집이 넘어갈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당연히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향후 나올 이주자택지를 거래하기도 했다. 충북도 발표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충북도가 기대하는 지가 하락은 가능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론 도시계획 전문가들도 부정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용석 씨는 “빚때문에 일부 토지가 급매로 나오긴 하지만 전반적인 지가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연말에 KTX호남선이 개통되면 연간 200만명 이상이 오송역을 이용하게 된다. 그 자체가 호재이고 역세권 개발이 충북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에 지가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도 “오송역은 관문역이다. 세종시에 기관이 들어서고 주민들이 늘어날수록 오송에 대한 기대심리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잠시 거품이 빠지는 현상은 나타나겠지만 결과적으로 지가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개발 환지방식 80% 동의받아
새로운 형태의 역세권개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초역세권 토지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송역세권대책위 관계자는 “관심을 갖는 시행사가 있다. 역세권에서도 노른자 땅인데다 토지매입 부담이 없는 환지 방식을 제안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조합의 도시개발사업은 흔치 않다. 청주에서도 용정도시개발사업, 방서도시개발사업 정도의 사례가 있을 뿐이다. 민간도시개발사업 진행이 어려운 이유는 주민동의 때문이다. 토지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송 역세권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행사도 주민동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책위는 사업추진에 자신감을 보였다. 역세권개발이 난항을 겪는 동안 이미 80%가량의 환지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새롭게 동의서를 받아야겠지만 이미 동의했던 사안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초역세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행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오송역세권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관이든 민간이든 개발사업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충북도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3일 오송역세권 개발 백지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개발행위 제한을 받은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주민들이 합의해 개발 가능한 새로운 방안을 도출해오면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역세권 개발은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통합청주시장이나 도지사 후보가 역세권개발을 공약으로 내걸 것은 자명하다. 얼마나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표심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책위는 오송역세권 개발을 외면해 온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밝혔고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 이 지사를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래저래 오송역세권 개발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