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양측 2차 협의도 무산… 여론조사 방식 합의 못해 ‘난항’
해가 바뀌었지만 말문화복합레저센터(이하 말문화센터) 유치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충주시 수안보 말문화센터 유치에 대한 찬반 양측의 여론조사 방식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찬반 양측은 최근 말문화센터 찬반 여론조사 방식을 위한 2차 협의를 가졌다.
찬성 측은 최지원 수안보말문화센터유치 추진위원장과 정종현 충주시 승마협회장이, 반대 측은 신건준 화상경마장 유치 반대 충주시민연대 사무국장과 백형록 민주노총 충주음성협의회 사무국장이 각각 참석했지만 서로 간 입장차만 확인했다.

찬성 측은 시민여론조사 시 수안보가 말문화센터 건립지인 만큼 여론조사 표본에서 수안보면민의 비중을 50~70% 포함시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화상경마장은 불법사설경마장을 일컫는 용어로 레저센터 시설의 일부로 승마 힐링센터와 승마공원 등을 갖추게 되는 만큼 말문화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전화여론조사는 주민들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으니 설문지를 통한 대면조사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반대 측은 수안보면민의 표본 비중을 높이는 것은 기본을 무시한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협의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민연대는 “객관성을 위해서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1차 협의 때와 똑같이 수안보지역에 가중치를 둔 표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협의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진행할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를 핑계 삼아 시가 일방적으로 형식적인 여론조사를 진행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밀어붙인다면 결코 용납지 않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용어 놓고 입씨름
시민연대는 명칭도 ‘마권장외발매소’라는 시설명의 또 다른 일반적 명칭이 ‘화상경마장’이라며, 말문화센터의 핵심이 화상경마장인 만큼 여론조사에서도 반드시 이 명칭이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찬반 양측은 지난달 19일 열렸던 1차 협의에서도 제기된 여론조사 문항과 시기, 방법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냈다.
이에 앞서 시는 말문화센터가 불법사설도박장을 지칭하는 화상경마장과 다르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반대단체의 ‘화상경마장’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이는 불법사설도박장을 지칭하는 단어”라며 “일반시민의 도박피해 사례가 그런 곳에서 대다수 발생되기 때문에 말문화센터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마사회의 장외발매소는 국가공기업이 운영하며 금토일 3일간 주간 시간대에만 실제 경주를 중계하고 수익금은 대부분 사회로 환원하는 반면, 화상경마장은 같은 불법사설도박장은 개인이 운영하고 베팅시간이나 금액,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수익금은 전부 개인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가 시에 접수한 건축물의 이용계획도 기존 도심형 장외발매소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힐링센터, 박물관, 기타 시설 등을 합하면 전체 건축 연면적의 54%가 비경마 시설이며, 말동물원과 승마체험장, 공원 등의 면적을 포함한다면 그 비율이 훨씬 커지는 만큼 마권장외발매소가 핵심이라는 반대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치반대 시민연대는 화상경마장을 말문화센터로 호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시민연대는 “여론조사를 앞두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시가 화상경마장을 문화시설인 것처럼 위장해 여론몰이로 시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몇몇 형식적 주변시설과 화상경마를 위한 부대시설 등을 따로 떼어놓고 화상경마장이 아닌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충주시가 억지로 갖다 붙인 ‘말문화센터’는 마사회가 유치공모를 낸 ‘공원형마권장외발매소’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시는 아무리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고 싶더라도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고 주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성 분석 뒷말 무성
말문화센터 유치에 따른 경제성 분석 발표를 놓고도 양측은 부딪쳤다. 시민여론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말문화센터가 수안보에 들어오면 550억 원의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말문화센터를 추진 중인 ㈜유토피아는 최근 한신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말문화센터 유치로 인한 경제성 분석 용역을 의뢰, 결과를 발표했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은 용역 결과에서 레저센터 조성으로 550억 원의 생산파급효과와 2200명의 고용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입장객은 연인원 40만 명 이상으로, 매출액은 200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말문화센터 유치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은 없어 시민여론조사를 앞두고 여론을 유치 쪽으로 몰아가기 위해 나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경선 시민연대 대표는 “말문화센터 유치와 관련해 시가 역기능과 순기능을 알려야 할 상황인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우리라도 화상경마장에 대한 피해사례를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시는 여론조사 전 말문화센터의 정확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경제성 분석 결과를 알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결국 말문화센터 유치와 관련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여론조사를 두고 갈등과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시는 2차 협상까지 무산되자 더 협상을 할 것인지, 시에서 중재안을 만들 것인지 내부회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