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부정선거개입 의혹·철도민영화 반대여론 표로 심판할 것”
‘안녕들 하십니까’로 들끓었던 민심 어떻게 발전할까 ‘관심집중’

선거에는 바람이 분다고 한다. 선거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바람 때문에 일명 ‘묻지마’ 투표가 종종 이뤄지곤 한다. 후보들도 이 바람을 가장 경계한다. 어디서 어떤 바람이 불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마를 준비중인 모 씨는 “선거에서는 바람이 불었다하면 쑥대밭이 된다. 이럴 때는 인물이고, 공약이고 없다. 후보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게 바람이다. 대개 바람은 선거가 임박해서 나타난다. 내년 선거에서는 어떤 바람이 불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럼 내년 선거에서는 어떤 바람이 불까.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박근혜 정권의심판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 의혹, 철도민영화, 공안정국 등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충북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봐도 평범한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여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모 씨도 “그동안 새누리당 바람은 박근혜 바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세장을 한 번 다녀가면 표몰이를 하곤 했는데 내년에는 최소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지금 새누리당 인기가 높은 것처럼 보일 뿐이지 새누리당 인기도 거품이 많다. 내년 선거에도 정권 심판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취임한지 1년여 밖에 안돼 정권 심판론이 약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충북참여연대 주최 ‘6·4 지방선거의 의미와 전망’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집권 16개월밖에 되지 않은 집권 초기인 점과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교수는 “그보다는 영유아보육법 제정, 경기도의 무상급식 중단 논란, 지방교부세의 배분 문제, 부동산 취득세 인하 등 재원조달과 담당 주체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산층과 서민, 대기업과 자영업자, 진보와 보수 정당 사이의 복지 논쟁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현재 부는 정권심판론 바람이 선거 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바람은 길어야 2개월이다. 선거 임박해봐야 알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녕들 하십니까’ 바람이 향후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자보가 선거 임박해서 나왔다면 상당한 여론몰이를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내년 선거 전에 평범한 국민들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가 큰 관심거리다.

▲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홀대받은 충북이 표로써 심판해 야당이 많이 당선됐다. 세종시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 불이행, 수도권 규제완화 등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사진은 세종시원안사수촉구대회.

시대 따라 분 바람도 가지각색
과거 선거 때 충북에는 자민련 바람, 노무현 대통령 탄핵바람, 세종시 원안사수 바람이 불었다. 지난 1998년 지방선거 때 충북에는 자민련 녹색바람이 몰아쳤다. 바로 전 해인 1997년 12월 있었던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주자로 나온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고, 98년 DJP연합정부가 들어선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 자민련 녹색바람으로 충북에서는 이원종 지사와 시장·군수 6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해서 당을 탄생시키자 충북인들에게도 ‘우리지역 당’이라는 인식이 생겨 예상외로 많은 후보들이 당선된 것이다.

이어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대통령 탄핵열풍이 선거를 휩쓸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노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 때문에 노대통령은 같은 해 3월부터 5월까지 약 2개월동안 대통령직무를 정지당했다. 사유는 총선을 앞두고 노대통령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요청해 선거법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한 반감으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자 열린우리당은 전국적으로 152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충북에서도 노란 깃발을 꽂은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성향으로는 열린우리당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당시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을 선택해 현재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10년 불어닥친 이명박정권 심판 바람도 꽤 강했다. 세종시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 불이행, 수도권 규제완화, 충북출신 인재등용 소홀 등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히 홀대받은 충북은 이 정권을 표로 심판했다. 그 중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했다. 이 때문에 세종시 원안사수를 끝까지 주장한 민주당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민주당은 이시종 지사와 5명의 시장·군수, 20명의 도의원을 탄생시켰다. 지역구 도의원이 28명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도의회를 접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섰던 정우택 당시 한나라당 지사 후보는 세종시 바람을 정면으로 맞았다. 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으로 이반된 충북민심을 달래기 위해 방문한 이후 수정안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원안과 수정안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말로는 세종시 원안추진을 주장했으나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당시 남기헌 충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는 정책대결 선거가 됐다. 밖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심판하고, 안으로는 세종시와 청주·청원통합 이슈를 가지고 후보를 선택했다고 본다. 민선4기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너무 오만하고 주민의 의사를 듣지 않아 유권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기존 단체장들의 정책운영 결과를 표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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