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책길·속리산 주변 등 황토 성분 극미량 논란

충북지역 일부 자치단체에서 조성한 황톳길이 황토가 아닌 시멘트로 공사한 ‘짝퉁’으로 드러났다.

명품 황톳길이라고 홍보한 자치단체가 실은 시멘트 위에 '황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에 불과해 주민들에게 대 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청주시 수곡 2동에 위치한 명품가로수 산책길 3구간인 '황토포장길'. 이 황토포장길은 개신오거리부터 산남동 입구 1.5㎞ 구간에 속한 380m 다. 청주시는 이 구간 진입로 입구에 명품 거리라고 소개하고 주의사항 등을 알리는 입간판을 세워 놨다.

입간판 명칭은 황토포장길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황토포장길은 거의 시멘트로 조성됐다. 바닥은 시멘트로 조성하고 그 위에 '황토와 물, 접착제'를 섞어 만들었다. 황토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황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수준의 이 길은 현재 황토색마저 벗겨진 상태여서 황토포장길이라는 이미지도 사라졌다.

청주시 수곡동에 사는 A(36·여) 씨는 "언뜻 보기엔 황톳길처럼 보이는데 직접 밟아 보면 시멘트 길이고 지금은 황토색마저 없어져 시멘트 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며 "황톳길이라고 맨 발로 걸었다가는 발바닥만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황토포장길 380m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1120m 구간은 흙 포장길로 돼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100% 황톳길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고 의미만 황톳길"이라며 "황토와 물 등을 섞어 만들었는데 사실상 황톳길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은군 속리산 주변의 황톳길도 말만 황톳길이지 바닥은 시멘트다.

보은군에 따르면 2006년 중순경 속리산 야영장에서부터 법주사까지의 1.3㎞ 구간을 황톳길로 조성했다. 속리산 관광경기를 활성화하고 볼품없다는 평가를 받아온 아스팔트길을 7억 5000여만원을 투입해 황톳길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황톳길은 황토가 아닌 시멘트만 드러나 있는 상태다. 보은군은 황톳길을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 아스팔트 위에 15㎝ 두께로 황토를 입혔다고 밝혔지만 황토색 페인트로 덧칠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보은군은 황톳길이라며 홍보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황톳길에 시멘트가 드러나자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오래된 공사라 담당자가 바뀌어서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바닥은 시멘트로 돼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곳 황톳길과 관련해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어 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자치단체가 말하는 황톳길은 100% 황토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분위기만 낼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그런데도 자치단체들은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황톳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황톳길 하면 황토 위에서 맨발로 걷고 땅의 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자치단체가 시멘트로 만든 길은 황톳길이라고 홍보하다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