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생뚱맞은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기준 논란

▲ 아이돌봄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지원 등급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매기는 정부의 경직된 행정 때문에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유아의 개별 양육 희망 가정에 돌보미를 지원해 부모들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아이돌봄지원사업’이 현장 적용 과정에서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편협되게 운용돼 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올해 넷째 아이를 출산한 A씨는 부부가 공직에 종사하는 맞벌이 세대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외조부모를 부양하고 있다는 점이 감안돼 그동안 아이돌봄 서비스 최고 지원 대상인 ‘가’형의 혜택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당연히 ‘가’형 혜택을 받을 줄 안 A씨는 최근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을 위해 주무 관청인 제천시를 방문했다가 뜻하지 않게 ‘나’형 지원 대상으로 변경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4인 가구 전국 평균 소득 50%(월 237만 원) 이하 가정에 제공되는 ‘가’형은 시간 당 자부담 1000원 만 내면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형 기준으로 시간 당 정부예산 4500원이 지원되는 이 서비스는 주양육자가 올 때까지 임시보육, 놀이활동, 식사나 간식 챙겨주기, 보육시설·학교·학원 등에 보내주고 데려오기, 안전·신변 보호 처리해주기, 준비물 보조하기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소득 기준 50~70%이하 세대(월 332만 원)에 해당하는 ‘나’형은 시간 당 정부 예산이 2500원으로 줄어드는 대신 자부담은 3000원까지 높아져 부모들의 비용 부담은 ‘가’형보다 3배나 많다.

황당한 A씨는 시 공무원에게 셋째 아이까지 줄곧 ‘가’형 서비스를 지원받다가 갑자기 ‘나’형 대상자로 변경된 이유를 따져 물었고, 담당 공무원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더욱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해당 공무원에 따르면 그동안 내가 ‘가’형 혜택을 받은 이유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외조부모를 봉양하고 있어서였다. 그런데 관련 규정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부모나 조부모를 봉양하는 세대의 경우 피봉양자 기준으로 2대 이내의 직계 비속일 경우에만 아이돌봄 서비스 ‘가’형 대상자가 될 수 있는데, 내 경우는 외조부모님께서 아이 기준으로 3대조에 해당하므로 ‘가’형이 될 수 없다는 게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었다.”

시 담당 공무원은 사전에 이미 관계 부처인 여성가족부에 질의해 이 같은 유권해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해석은 제도 도입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아이돌봄 서비스의 실질적 수혜자는 보호자인 부모임에도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서비스라는 이유로 아이를 기준으로 세대를 계산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보더라도 부모도, 친조부모도 아닌 외조부모까지 봉양하며 효를 극진히 실천하고 있는 A씨 부부를 적극 지원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부모가 아닌 조부모 세대를 모신다는 이유로 혜택을 줄이겠다는 논리는 사리에 맞지도 않는다.

특히 최근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시대로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적 추세를 감안할 때, 후손들이 증조부모, 경우에 따라서는 고조부모까지 부양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2세대까지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한편 아이돌봄 서비스가 진정 필요한 가정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원 등급별 소득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 급여 생활자들의 경우는 봉급이 유리지갑처럼 투명하게 공개돼 등급 선정에 융통성이 전혀 없다. 반면 미용실,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소득액이 투명하게 산출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각종 국가 지원의 수혜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자영업자들의 경우 아이돌봄 서비스의 ‘가’형 대상(전국 가구 평균 소득, 4인 기준 50% 이하)에 포함되기 위해 카드를 현금 결제로 유도하고 매입 자료나 지출 규모를 부풀리는 등 편법을 일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아이돌봄 서비스 수혜 유형 산정 시 급여생활자보다 소득 기준액을 낮춰 잡는 등의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부모가 아닌 조부모, 그것도 외조부모를 부양한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줄이고, 성실 납세자라는 이유로 자영업자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것은 일종의 부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창조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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