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개선사업 참여했던 허진옥 씨, 상받고 공공디자인 회사도 창업

허진옥(36) 삼일광고기획 실장이 올해 큰 상을 탔다. 청주시 한복문화의 거리 간판개선사업에 참여했던 허 실장은 지난 10월 한국색채학회가 주관하는 색채학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청주시 한복문화의 거리 제1차 간판개선사업에 선정된 그는 상가 이미지에 맞는 오브제 간판을 만들었다. 한복 등 혼수품을 판매하는 ‘물레’에는 실타래, ‘꽃버선’에는 버선을 이미지화해서 붙이는 등 정성을 기울인 덕이다.

그래서 이 일대는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곳이 됐다. 뒤죽박죽 크기에 알록달록한 간판이 건물을 뒤덮을 정도로 정신이 없자 시는 한복문화의 거리에서 시범적으로 간판 개선사업을 실시했다. 한복문화의 거리는 혼수품 관련 상가가 모여있는 남문로 일대를 말하는 것. 청주시는 현재 근처에서 다른 업체와 2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허 실장은 “소품을 활용한 오브제 간판 만드는 데 시간과 원가가 많이 들어 돈은 별로 못 벌었다. 그러나 배운 게 많다. 상업광고물을 제작하던 과거에는 몰랐으나 이제는 간판에 공공디자인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간판은 다른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 공동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공공디자인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 허진옥 실장이 제작한 간판.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상가주들을 설득시키는 일. 청주시 예산으로 했음에도 간판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는 상가주들이 많았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디자인만 고집해 여간 고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사업주들과 함께하는 디자인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업주 교육까지 했다.

때문에 “식당 개업할 때 필수적으로 위생교육 받듯이 가게를 열 때는 간판관련 교육을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의견. 이미 해놓은 간판을 바꾸기 위해 애쓰지 말고 처음부터 잘 달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는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간판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허 실장은 향후 방향을 공공디자인 연구 쪽으로 잡았다. 관심있는 사람들과 지난 9월 사회적기업 ‘공공디자인 이즘(ism)’을 창업한 그는 ‘디자인은 용기있는 목소리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돈보다는 오랫동안 남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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