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77명 복귀․단체협약 이행 여부 등 문제 산적
법원에 취소소송 내고 결의대회…해직자 나올수도
지난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본부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1989년 설립된 전교조가 합법을 인정받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 합법화가 된지 14년 만에 다시 전교조는 임의단체인 법외노조가 된 것이다. 다시 긴 싸움이 시작됐다. 노동부는 이제 전교조의 모든 권리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당장 시·도교육감으로부터 휴직 허가를 받은 노조 전임자 77명에 대한 학교 복귀문제가 걸려있고, 그동안 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았던 사무실 임대료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미 도교육청과 체결한 단체협약내용도 이행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비합법화 10년, 합법화 14년
교사인권과 노동권에 대해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은 박근혜 정부다. 보수인사로 분류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마저 개인 성명서를 내고 “노동부의 전교조 설립 취소 요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에는 이미 2010년 이명박 정권 시절 해고자에게도 조합원자격을 주도록 노동부 장관에게 노조법 개정을 시정권고를 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가 예상했던 일(?)은 2013년 10월 24일 터진 것이다. 노동부는 전교조가 6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해직자 9명을 노조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임을 선포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노동부는 현행법삽 근거법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위법적 조치를 강행했다”며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1998년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파기이며 국제적 약속 위반이자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부정한 헌법 유린 행위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노동부는 자체 법률 자문결과 시행령 9조 2항에 나와 있는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헌법의 기본권을 제한을 최소화하라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크다라는 의견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고 강조했다.
누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나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는 기획된 시나리오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3300개의 한국노총, 2200개의 민주노총 내 산업별 노조에는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싸움에 시민사회단체들도 가세했다.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반대 충북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24일 충북도 교육청 국감이 열리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규탄 전교조 사수 충북교사 결의대회를 29일 오후 6시 충북교육청 정문앞에서 벌였다.
전교조는 노동부의 통지를 받은 후 24일 바로 서울행정법원에 노조취소 행정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노조설립 취소 소송을 냈다. 46명의 변호사가 ‘전교조 설립취소 대응 법률지원단’(단장 김선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에 참여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가 국가정보원과 군의 대선 개입 의혹을 타계하기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관계를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국제사회도 이러한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12월 하순에는 한국의 노동기본권 탄압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공동조사단이 한국에 온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등 교육·노동 관련 국제단체가 참여한다.
충북, 2007년부터 단체교섭 중단
충북은 보수교육감이 수장을 맡고 있어 앞으로 전교조 활동에 더욱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내부에서는 최소한의 사무실 운영을 위해 지부장에 한해서는 복귀명령이 내려와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후 해직을 단행할 수 있고, 또 다시 해직교사가 나오게 된다.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전국지부에 노조 근무자 77명에 대한 복귀명령이 떨어질 것이다. 10월 28일 교육국장회의를 통해 한달 안에 복귀명령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충북에 조합원이 있는 학교는 400여개. 조합비도 이전에는 충북도교육청에서 일괄 공제방식이었지만 법외노조가 된 이후 자동이체(CMS)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조합원의 55%가 CMS로 전환한 상태다.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조합활동이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조합원들은 관리자의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자체적으로 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내부결속력을 다질 것이다”고 말했다. 충북은 2007년 이후 도교육청과 단체협약을 해오지 못하고 있다. 법적 권리이지만 도교육청의 거부로 단체교섭이 진행되지 않았다.
어떻게 일궈온 ‘참교육 여정’인데…
도종환 의원․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대표 등 24명 충북 ‘첫 깃발’
촌지 거부 등 개혁운동으로 교육계 ‘새바람’…“즐겁게 싸우겠다”
1989년 5월 28일 참교육을 부르짖으며 전국의 교사들이 모였다. 충북은 그 해 6월 10일 충북지부가 설립됐다. 1527명의 해직자 가운데 충북은 당시 142명이 해직됐다. 6월 10일 충북에 첫 전교조 깃발을 뽑은 이들은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대표, 도종환 국회의원을 비롯한 성방환, 오황균, 김수열 전 지부장 등 24명이었다. 현재 조합원이 있는 학교는 충북에 400여개 학교다. 조합원이 한명도 없는 학교는 550개다.
10년간의 비합법 과정을 거쳐 1999년 합법노조의 길을 걷게 되었다. 초기부터 촌지 거부운동과 참교육 운동을 펼치며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전교조는 교육개혁운동, 무상교육운동, 학생인권과 자치 운동, 교육비리 척결운동 등 우리 교육의 혁신과 사회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충북 지역에서도 전교조는 어린이날 및 학생의 날 행사, 학교운영위 등 학교 민주화 참여, 학생회 지원 활동, 학생인권 보호조례,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제정 활동, 일제고사 등 경쟁교육 반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등 지역사회 교육운동의 구심 역할을 담당했다.
합법화 이후 2000년 대 초반 조합원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신자유주의 교육 체제 도입으로 전교조 조합원 수 증가가 주춤했다. 최근 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선언한 것에 반발해 오히려 신규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박옥주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교육정책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왔고, 노동의 기본권을 쟁취해왔다. 유신시대로 돌아간 듯한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지혜롭게 웃으면서 즐겁게 권리를 찾아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