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보여주는 오창고와 청원고, 동반성장 해법 없나
정부 ‘자공고 폐지’ 발표… 일반고 살리기 정책은 ‘감감’
행정통합과 달리 교육문제는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11월 말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후 고입전형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조례를 바꾸는 등 절차를 밟게 된다.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말했다.

행정통합과 교육통합은 별개
청주시는 도내에서 유일한 평준화 지역이고, 청원군은 비평준화 지역이다. 청원군의 그림은 복잡하다. 청원군에는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인 청원고, 오송고가 있다. 교원대부고는 일반고에 속하지만 전통적인 명문학교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간다. 반면에 오창고는 일반고 중에서도 이른바 특성화고보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간다.
교원대부고 박노진 교장은 “교원대 부고는 일반고와 똑같이 아이들을 받는다. 선택권이 없다. 학교가 명문이 된 것은 교육부에서 정한 교사 등 학교 인력을 다 배정받기 때문이다. 일선학교는 교육부 재정여건상 정해진 인력을 다 배정받기 어려운 구조다”라고 말했다.
특히 청원고는 올해 전국 자공고 가운데 1위 평가를 받았다. 도내 일반고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에 학생들을 뽑는다. 청원고는 2007년 개교해 2009년 도내에서 첫 자공고가 됐다. 오송고는 지난해 자공고로 지정됐다. 현재 충북 도내에 자공고는 6개교로 청원고, 청주고, 충주 예성여고, 오송고, 충주고, 단양고다.
청주고는 과학분야가 특화된 자공고다. 그동안 청주는 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후기에 1지망에서 100%를 선발했다. 자공고는 교육부와 도교육청으로부터 연간 2억원씩 5년간 1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교육과정 필수 이수단위 5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학교장 공모제와 교사도 전원 초빙할 수 있다.
자공고가 서열화 부추겼다?
하지만 정부정책도 오락가락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8년까지 자공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공고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18년을 마지막으로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공고의 우선선발권도 2015학년도부터 없어진다. 고교 서열화를 초래했다는 게 폐지 이유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자공고에 대한 지원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청주는 1979년부터 평준화를 실시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서열화돼 있다는 평가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1지망, 2지망, 3지망이 이미 정해져 있다. 심지어 청주의 일반계 학교 ‘쫛쫛고’는 ‘쫛쫛상고’라고 불린다. 이른바 상고, 공고는 지난 이명박 정권에 특성화고라는 새날개를 달았다. 이명박 정권은 수월성 교육을 지향했고, 자공고와 자사고 등 다양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서열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사이 제일 소외된 것은 일반고였다.
일반고의 학력저하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통합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고 살리기’다. 하지만 정부는 자공고 폐지 카드만 들었을 뿐 소외된 일반고를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창고와 청원고는 청원군 내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극명하게 대비된다. 자공고와 일반고가 안고 있는 장단점을 보여준다.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습 분위기 날이 갈수록 흐려져”
평준화로 가야 한다… 오창고 송기복 교사
“통합의 정신을 살린다면 청주청원 교육제도도 통합돼야 한다. 학교의 특성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학교간의 차이를 줄이고, 점진적인 평준화로 가야 한다.”
오창고 송기복 교사는 평준화 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오창고는 일반계고이지만 솔직히 이른바 실업계 학교보다 커트라인이 낫다. 그래서 교육청 차원에선 인문계에서 떨어지는 인원을 수용하는 학교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학습 분위기가 점차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
실업계고교가 특성화고로 바뀐 뒤 전체 정원이 줄다보니 인문계가 수용해야 할 인원은 점차 늘었다. 그러다보니 오창고, 보은 자영고, 충주자영고 등이 이러한 인원을 더 많이 수용하게 됐고, 하락의 폭도 커진 것이다.
“오창고와 청원고 거리는 참 가깝다. 그런데 성적 차이와 학교 지원은 너무 차이가 난다. 통합으로 이런 학교에 대한 역할 등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일반고 살리기가 정책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강원도는 교육감의 의지로 춘천, 원주, 강릉이 올해 평준화로 전환했다. 청주지역도 평준화라고 하지만 사실상 서열화 돼있다. 교육에 있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힘들게 키운 학교, 원점으로 가지 말자”
현 체제 유지… 청원고 김재훈 교사
청원고 김재훈 교사는 “청원고는 개교 6년 만에 충북 내 최고 학교로 성장했다. 그동안 우수학생이 평균적으로 청주청원에서 50명, 충주를 비롯한 북부권에서 50명 정도가 외지로 나갔다. 청원고 같은 학교가 있어야 우수학생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준화를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교육의 문제를 수요자의 측면에서만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우수학생들이 가는 특정학교가 있는 것보다 흐트러뜨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의 다양화 측면에서 자공고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공고는 교육부에서 1억원, 도교육청에서 1억원을 매년 지원받는다. 일반계고보다 약 2억원을 더 받는다는 건 큰 메리트가 아니다. 청원고는 장학생 20명을 선발해 중국과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다. 청원고는 고입전형에서 전기 학교로 분류된다. 청원고 시험을 보고 난 뒤 떨어져도 후기에 청주지역 사립고, 일반계고에 진학할 수 있다.
김 교사는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획일적인 교육이 필요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특성을 살린 다양한 학교가 나와 학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