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파악도 못하는 지자체 다수… 꼼수 이용해 안전 외면도
‘안전불감증’ 갈 길 멀다… 청주시·여수시·경기도 눈길 끄네

▲ 청주시가 제작해 배포한 ‘아차! 화학물질 사고, 침착! 이렇게 대응하세요’. 전국 최초로 기업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와 회사의 안전관리자 연락처를 공개했다.
화학물질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이 있다. 산업안전 분야에선 아직까지 한국은 ‘절대적인 후진국’이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증빙 자료는 매우 강력하다. 바로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이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2만2897명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를 환산하면 하루 평균 노동자 5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다. 보고되지 않은 숫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산재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34개국 중 세계 3위다. 일본의 3배, 덴마크의 6배, 스웨덴의 9배, 영국의 14배이고, 선진국 중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은 미국보다도 2.5배 더 높다. 산업분야 발전이 뒤처진 리비아, 튀니지,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와 비슷하다.

화학물질 사고는 이를 다루는 산업현장 분야, 즉 노동 현장에서 시작한다. 구미와 청주 GD 불산 노출 사고에서 보듯이 작업자가 발을 헛디뎌 밸브를 파손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산업현장의 화학물질에 관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이원화 되어 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 등은 이에 대해 매우 미숙하다. 2011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사고대응 매뉴얼’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관리체계도 이원화 되어 있다. 국가산업단지는 광역지자체가 그 이외의 지역은 기초자치단체가 관리한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화학물질 관련 부서 담당자는 불산을 관리하는 전체적인 기업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각기 따로 움직인 것이다.

국가산단인 여수산단은 10~13%의 녹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정화 및 확산차단, 화재 및 폭발사고 시 방호기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2013년 여수산단 공업지구의 녹지율은 5.77%, 해수면을 제외하더라도 8%에 불과하다. 수치가 이러한데 여수시는 녹지가 남아 돈다고 했다. 

여수시는 화치, 중흥, 월내, 신월동 등 현재 공장들이 들어서있는 공업지구뿐만 아니라 웅천, 죽림, 소제마을 등 세 곳의 주거지구의 녹지까지 포함해 비율을 산출했기 때문이다.

국가산단 면적이 공업지역과 주거지역으로 구분해 지정되어있는 것을 교묘히 이용해 안전장치를 외면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한마디로 산업현장에서부터 ‘무방비 상태’가 시작되고 지자체는 ‘개념조차 없는’ 방치 상태가 지속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계속된 사고를 통해 지자체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3년째 시민과 함께 화학물질 저감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화학물질 사고를 국가적인 ‘재난’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이 시작된 것이다. 늦었지만 지방정부중  최초로 진행되는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최초로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 공개한 청주시

지난 2월 청주시는 "아차! 화학물질 사고, 침착! 이렇게 대응하세요!"란 책자를 제작해 200여부를 배포했다.

총 167페이지 분량으로 제작된 이 책자에는 청주시 관내 209개 제조업소 및 72개 화학물질 취급업소 현황을 수록했고, 화학물질 취급업소 현황에는 업소명, 소재지, 대표자, 전화번호, 취급 화학물질, 보유 방제장비현황 등을 자세히 수록했다.

또 업소별 취급물질 방제약품 보유현황에는 주·야간 화학물질 취급 담당자와 비상연락망, 화학물질 취급현황, 방제약품 및 보호장비 등을 수록했으며 화학물질 기본 특성, 화재시 대처요령, 누출시 대처요령 등을 설명하는 등 유사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지자체에서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한 것은 청주시가 최초이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이와 같은 정보를 알려주도록 법제화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시행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사문화된 부분이었다.

반면 화학물질 관리 선진국인 캐나다 같은 경우 아예 조례로 제정되어 있고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수 있는 정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총 제작부수가 200부에 불과해 요식행위에 그친 점이다.

지자체 최초 유해화학물질관련 조례 제정한 경기도

지난 7월 16일 경기도의회는 '유해화학물질' 관련 조례를 공표했다. 유해화학물질 관련 법규는 있었지만 이와 관련된 세부지침을 명문화한 조례는 경기도가 처음이다. 

이 조례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도지사 및 취급자의 책무 규정 ▲경기도 유해화학물질 관리계획을 수립ㆍ시행 ▲주요정책과 시행계획에 대해 자문을 위한 '경기도 유해화학물질 관리위원회'설치 ▲ 유해화학물질 사고예방 및 대응을 위한 교육과 종합모의훈련을 매년 실시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담겨 있다.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상의 피해를 받은 노동자들의 인권운동단체인 ‘반도체노동자건강지킴이(일명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감독, 사고예방, 환경교육 등 넓게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부족하지만 내실있게 집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이 조례를 평가했다.

▲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9월 28일 진행된 제3회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걷기대회’ 모습. 여수시는 민관이 합동으로 행사를 진행해 화학물질 사용 저감을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지자체·노동계 손잡고 화학물질 저감 나서는 여수시    

여수시와 전남 여수지역 노동단체는 지난 9월 28일 제3회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세상 만들기 걷기대회’를 10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민주노총화섬노조 광주전남본부와 여수시, 여수환경련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여수를 위한 시민 걷기대회 준비위’가 이 행사를 주최했다.  이 행사는 대형화학물질 폭발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화재, 폭발, 누출사고로 인한 여수산단의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위험성과 발암물질 노출 심각성을 시민에게 알리며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행사 대부분이 관의 주도로 민이 동원되는 방식인데 비해 여수시의 행사는 노동계가 요구하고 관이 후원하는 행사다. 2011년부터 진행됐다. 이러한 행사도 전국 지자체중 유일하게 여수에서만 진행 되고 있다.

화학물질사고는 국가재난, 훈련 실시한 아산시

아산시는 지난 10월 4일 ‘2013년 재난대비 긴급구조 종합훈련’을 유관기관 및 단체, 기업체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훈련 강평에서 “최근 가스폭발 및 유해화학물질 누출 등 테러 또는 후천적인 인적재난에 의한 많은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고 있어 이번 훈련을 계기로 시민모두가 재난에 대한 관심과 유형별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스스로의 안전 확보로 안전한 아산을 만드는데 다 같이 동참하자”고 말했다. 화학물질 사고를 국가재난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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