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 도덕성 논란 고액 기부자 비율도 전국 하위권

충북지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소식은 간데 없고,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사기사건과 도덕성 논란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 약사, 체육단체장에서 ‘사기’ 피의자로

최근 충북도내 모 경기단체 회장이 행사비 수천만원을 제 때 주지 않았다고 피소될 처지에 놓였다.

14일 청주에서 이벤트업 등에 종사하는 A씨는 충북의 모 경기단체장 B씨가 지난 6월에 열린 행사비 수천만원을 주지 않았다며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청주의 한 유명약국 약사가 지역에서 사라졌다. 그는 수년동안 수십명에게 15~20%의 고금리를 준다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피해금액은 처음에는 수십억원선으로 알려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150억원, 250억원으로 불어나고 있다. 그는 금융권에서 30억원을 불법대출받기도 했다.

이어 7월에는 청주시골프협회장인 안순구씨(57)가 사기혐의로 공개수배되면서 지역사회에 충격파를 안겼다. 안씨는 지게차 대여사업을 하면서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충북, 인천, 경기도 수원·용인·안산 등지에서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면 매월 1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291명으로부터 391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둘은 여전히 잠적한 상태다.

◇ 뇌물수수, 아들 국적포기

지방의회 일부 의원들의 불법, 도덕성 논란 또한 심심찮게 발생해 사회지도층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지역 업체 등에서 뇌물을 받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재룡 전 증평군의회 의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900여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일부 남성 지방의원들이 여성의원들에 대해 욕설 및 비하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지방의원들의 자질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황근례 증평군의회 의원은 새누리당 지영섭 의원이 지난달 열린 증평군의회 본회의에서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면서 지 의원을 경찰에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또 지난 5월 민주당 연철흠 청주시의원은 새누리당 여성의원에게 폭언을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이밖에 충북대교수 출신인 신원섭 산림청장의 아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 고액기부자 ‘전국 최하위’

도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나눔에 얼마나 소극적인지 충북지역 아너소사어티 회원수가 잘 보여주고 있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5년간 1억원 이상의 기부를 약속한 고액기부자들의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의 충북 가입자는 모두 6명으로 전국 253명의 2.4%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전국에서 최하위이며, 인구가 58만명인 제주도의 가입자 16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너소사이어티는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07년 발족해 운영되고 있는 모임이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측은 "충북의 고액자산가들의 기부가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 수 있도록 소문내는 문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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