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지자체마다 공연 전시 이벤트가 넘쳐난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청원생명축제가 수십만명의 관람객을 목표로 준비됐다.

문제는 이들 축제가 무료가 아닌 유료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철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유료 축제마다 수십만명을 불러들이는 게 가능할까? 애시당초 자연발매로는 불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목표 관람객 이상이 다녀갔다고 자화자찬이다.

어떻게 불가능한 목표를 초과달성 할 수 있을까. 뻔한 얘기지만, 공무원들에게 할당해 강제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조직위는 예매 목표를 70만장으로 잡고 도 산하 공무원 20만장, 청주시 공무원 18만장, 청원군 공무원 5만장 등 모두 43만장의 예매권을 할당했다. 충북도는 공무원 1인당 20장씩 계산해 일선 시·군에 입장권을 내려보낼 계획이었으나 전공노 충북본부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2010년에는 충북도가 제천한방엑스포 입장권을 강매하고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던 소방공무원이 해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소방용수시설 점검과 관련해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입장권 강매 고발글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지자체 축제 입장권 강매 부작용은 공무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부서별 관련 기업·단체에 떠맡기고 그 단체는 산하단체·하청기업으로 먹이사슬처럼 내려보낸다.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수백장씩 떠안은 곳에서는 인터넷 할인판매를 통해 되파는 경우도 생겼다.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입장권은 현장판매 성인 1만 1000원, 예매 9000원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4000원에 50장을 판다는 판매자가 나타났다. 강매가 입장권 ‘땡처리’를 불러 가격 형평성을 깨트린 경우다.

지자체 축제는 단체장이 가장 선호하는 생색내기용 행사로 꼽을 수 있다. 일단 축제장으로 끌여들여 눈요기에 즐길거리를 제공하면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지역의 특산품 판매나 특화산업 홍보전략으로 축제를 이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자체 축제의 현 주소는 그 도를 한참 넘어섰다. 이웃 지자체간에 똑같은 고추축제, 인삼축제를 열고 동단위·면단위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지자체 행사와 축제 원가를 공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공개 대상 행사는 금액 단위로 광역자치단체 1억 원, 기초자치단체 5000만원 이상이다. 내년에는 광역 5000만원, 기초단체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철저한 사후감사를 통해 무분별한 축제남발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장들에게 한가지 주문하고자 한다. 적어도 타 지역 축제 입장권을 공무원들에게 강매시키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이른바 ‘품앗이’식으로 입장권을 교환판매하는 관행을 근절시켜야 한다. 도내 시장·군수 회의에서 결의를 하고 아예 지방의회에서 입장권 강매금지 조례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그럴 경우 언론사들의 공연티켓 판매청탁을 거부할 명분도 생길 수 있다. 축제 입장권 강제할당 판매가 없는 ‘함께하는 충북’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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