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권 대구·경북 경자구역, 공무원 마인드 지역여론 ‘뭇매’
10년 성적표…인천FEZ만 성공, 단위지구 ‘절반’ 시작도 못해

충북을 포함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의 단위 개발사업지구 가운데 사업성이 불투명해 실시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곳이 절반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오영식(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98개 경자구역 단위지구 중 개발 완료된 지구는 19개(19.4%)에 불과하고, 개발 진행 중인 지구는 33개(33.7%)에 그쳤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46개(46.9%) 단위지구가 아직까지 실시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 가운데 가장 더딘 행보를 하고 있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사진은 최근 7000만 달러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한 대구테크노폴리스 전경.

특히 황해·동해안권 경자구역은 각 4개의 단위지구가 전부 실시계획 미수립 지구였으며, 새만금 군산 경자구역도 6개 단위지구 중 5곳의 실시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관련법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3년 이내에 사업 시행자가 지자체에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지 못할 경우 지정 해제 수순을 밟는다. 단위개발사업지구 많지 않은 충북은 미수립 지역이 2곳뿐이지만 전체 사업지구의 절반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최근 ‘월드클래스300’기업인 유지인트와 사모펀드인 이스트브릿지펀드, 사우디아라비아 달라 알바라카그룹 등과 약 7000만달러 규모의 합작투자협약 체결로 들뜬 분위기였지만 현장은 여전히 더딘 공정을 보이고 있었다.

충북의 4배, 개발률은 36%에 그쳐

대구경북경자구역청 관계자는 “이번 합작투자로 유지인트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맞물려 고용창출과 메카트로닉스분야 기술발전 등 효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대구테크노폴리스의 경우 현재 기반시설 공정률은 95%이상 진행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입주를 마쳤고, 76개 기업이 분양계약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구경북경자청이 내놓은 밝은 전망에 모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의 경우 테크노폴리스를 비롯해 구미디지털산업지구, 국제패션디자인지구, 신서첨단의료지구, 경산지식산업지구,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국제문화산업지구, 수성의료지구,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 영천하이테크파크 등 10개 지구로 조성된다. 총사업비는 7조 9887억원이고, 전체면적은 30.04㎢에 달한다.

충북경제자유구역보다 면적이 3.5배가 크고, 사업비 규모는 4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미 개발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개발률은 9월말 현재 36.1%에 그치고 있다. 같이 출발한 광양만권(63%)과 부산(63%), 새만금(53%)보다 현저히 뒤쳐진 수준이다. 특히 개발이 진행 중인 6개 경제자유구역의 평균 개발률 4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분양률도 29.6%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새만금은 100% 분양을 마쳤고, 부산은 66%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겹치는 콘텐츠, 소극적 행정

최근 투자유치 소식과 달리 누적 투자 및 기업유치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유치(FDI)의 경우 경제자유구역간 편차가 컸고, 여기서도 대구경북경자구역청은 하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제자유구역에 직접 투자한 외국자본은 모두 77억 7000만달러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63.4%인 49억 3000만달러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집중됐다. 인천에 이어 부산이 두번째로 많은 12억 4000만달러(15.9%)를 유치했고, 광양만권과 새만금경제자유구역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경북은 1.4%에 그쳤다.

대구경북경제자구역의 부진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중복되는 투자 콘텐츠에서 대구경북이 경쟁우위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상 이 같은 문제는 대구경북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다. 10개의 경제자유구역이 모두 나름의 특화된 개발전략은 있지만 상당수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경제자유구역은 선택과 집중으로 표현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외자유치로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경제자유구역 탄생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적 논리가 덧입혀지면서 균형개발이라는 논리를 방패삼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러면서 물류거점을 표방하는 경제자유구역이 5개에 이르고, 관광레저에 초점을 맞춘 곳도 여러 곳이다. 결국 대동소이한 콘텐츠와 투자유치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콘텐츠에 대한 변별력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미 상당히 성장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외에는 비슷한 형편이라는 결론이다. 외국기업에 대해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현실에서 충북경제자유구역이 다른 경제자유구역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대구경북지역 언론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부진을 이 같은 대외적인 원인과 함께 내부적 원인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에서 만난 지역 경제계 인사는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공무원들의 적극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 지역 언론에서도 타 지역 공무원들은 세일즈맨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반면, 대구경북 지역 공무원들은 관리형 업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역구 조원진 의원이 경제자유구역의 부진을 지적하며 “경제자유구역청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해 수요자 중심의 경쟁력 있는 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경제자유구역청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해외투자유치단, 홍보 위해 8일 유럽행

설문식 충북도경제부지사를 비롯한 해외투자유치단이 바이오·제약회사 유치를 위해 8일 출국길에 올랐다. 해외투자유치단은 12일까지 독일과 영국 등을 방문해 충북경제자유구역의 투자환경을 홍보하고 상담활동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유치단은 9일까지 열리는 독일 하노버 생명공학기술박람회에 참가해 유럽의 잠재적 투자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다.
이후 영국의 토탈 의료솔루션 업체를 방문해 투자환경을 홍보하고 R&D센터 및 생산시설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국내기업과 합작투자를 검토 중인 원격 헬스케어 솔루션 전문기업인 B사와 MOU 체결을 통해 한국진출 파트너로서 충북도의 지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는 이번 독일과 영국의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오송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의약산업 투자환경을 유럽의 잠재투자가에게 홍보하여 상호협력의 길을 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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