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교육감 도지사 출마설로 교육장·학교장 ‘바쁘다 바빠’
행사 한 지역으로 몰아넣기, 교육감 대신 가서 인사하기 의혹도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의 정치적 행보로 충북 교육계가 정치화돼가고 있다는 여론이 거세다. 교육감의 도지사 출마라는 사상 유례없는 정치적 도전으로 인해 이 교육감은 물론이고 교육청 간부들까지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충북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의 도지사 출마설은 기정사실화 됐다. 지난 9월 25일 발표한 청주KBS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 대결을 전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 지사는 39.7%, 이 교육감은 22.2%로 나타났고, 무응답이 33.1%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격차는 17.5%로 나타났다. 다른 후보들보다 이 지사와의 격차가 적게 벌어지자 이 교육감 측에서는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해석한다는 후문이다.

▲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송편빚기 행사’에 참석한 이기용 교육감(왼쪽에서 두 번째).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충북도내 전역을 다니는 이기용 교육감의 ‘살인적인 일정’ 소화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사진=도교육청 홈페이지.

그래서 그런지 이 교육감의 ‘살인적인 일정’ 소화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이 교육감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충북전역을 돌고 있다는 게 여러 사람들 얘기다. 교육과 하등 관계없는 행사까지 다닌지는 벌써 오래됐다. 그는 단위 학교 행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도내 유·초·중·고 전체 학교가 총 826개 인 것을 감안하면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9월 들어서는 27일 단양 한국호텔관광고 교명승계 및 실습실·기숙사 준공식, 25일 충주중학교 그린스쿨 조성 준공식, 24일 충북에너지고 교명 승계 및 새암학사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8월에는 29일 청주 일신여고 본관교사 및 급식소 개축 기공식, 22일 청주 운호고등학교 지역 어르신과 함께하는 효 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교육감이 다니기 쉽도록 행사를 한 지역에 몰아넣기도 한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여론이다. 지난 9월 27일 충북 단양에서는 여러 건의 행사가 열렸다. 오전 10시 단양문화체육센터에서는 교육감기 및 설암 김천호배 4~7학년별 동아리축구대회가 있었다. 7학년은 중1을 표현한 말.

그리고 같은 날 오후 2시 단양군 단성면에 위치한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에서 교명 승계 및 실습실·기숙사 준공식 행사가 있었다. 한국호텔관광고는 단양공고의 새로운 이름. 단양공고는 지난 1952년 개교했으나 올 3월 국내 유일 조리·관광 특성화고등학교로 바뀌었다.

이 학교에서는 경로잔치와 지역어르신초청 게이트볼대회도 함께 열렸다. 경로잔치는 해마다 5월에 하는데 올해는 특별히 두 번 했다. 두 번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청주학교운영위원장 연수도 당초 다른 곳을 모색하다 이 날 단양에서 개최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운영위원장들이 굳이 왜 단양까지 가야 했을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하면 얼마전부터는 교육장이나 기타 간부들이 교육과 무관한 행사에 참석해 ‘교육감 대신 왔다’면서 간접적인 선거운동까지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옥천신문’에 따르면 조용덕 옥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18일 구읍과 이원면민 노래자랑에 참석해 축사도중 ‘이기용 교육감이 오셔야 하지만 부득이 제가 대신 인사를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교육장이 이례적으로 면 지역 행사에 참석하자 교육감의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겠느냐는 여론이 무성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도 주최측이 아닌 교육청에서 먼저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루에 면민 노래자랑 3곳 간 교육장

한 관계자는 “조 교육장은 같은 날 4군데서 열린 면민 노래자랑 중 3군데 참석했다. 그리고 9월 22일에는 안내면 가산사에서 열린 영규대사 추모행사에도 다녀갔다. 그러다보니 좁은지역에서 조 교육장의 동정은 단연 눈에 띄었고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교육장들은 이런 행사까지 다니지 않아 주민들은 교육감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9월 첫주에 부임한 조 교육장은 지역정서 파악을 위해 다닌 것 뿐이고, 교육감을 언급한 것은 습관처럼 몸에 밴 말이라고 해명했으나 충분히 구설수에 오를 행동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지난 8월 하순 옥천읍 모처에서 이뤄진 모임에는 이 교육감과 옥천교육지원청 전 교육장 및 지역 학교장, 학부모 등 15명 내외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교육감이 도지사에 출마한다고 하니 밀어주자’는 식의 이야기가 오갔다고 ‘옥천신문’은 보도했다. 얼마전 청주시내에서 있었던 도교육청 일반직 모임에서도 이 교육감이 도지사 출마를 하면 도와주자며 ‘이기자’고 건배를 하더라는 제보도 있었다.

근래들어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할 교육계가 수장 한 사람으로 인해 이렇게 정치화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익명의 모 씨는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에서 정당활동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출마설이 나도는 현직 교육감이 본인은 물론이고 부하직원들까지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시·군 교육장이 교육과 하등 관계없는 행사에 가서 ‘교육감 대신 왔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간접 선거활동이다. 교육청 조직을 수장의 정치적 야심에 동원하고 있는 게 아니고 뭐냐”고 비판했다.

안 그래도 이 교육감은 행사장 다닐 때 구시대 정치인들처럼 10여명씩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다니며 세를 과시해 뒷말들이 상당히 많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이 1~2명 동행하는 것과는 사뭇 달라 교육계의 줄세우기 풍토가 화제가 되곤 한다. 한 학부모는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육장이나 학교장, 간부 등이 간접적인 선거활동 지원에 나서면 충북교육이 어떻게 되겠는가”고 걱정했다.

한편 도교육청 관계자는 “옥천교육장은 엉뚱한 소리를 해서 안그래도 싫은소리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 행동이다. 동아리축구대회는 올해 마침 단양에서 할 차례였지 꿰맞춘 게 아니다. 교육계의 정치화라고 하지만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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