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흙살림 연구소 부설 토종연구소 윤성희 소장
20년전 대학 졸업 후 유기농업 연구하러 괴산행

“토종은 수천년 동안 이 땅을 묵묵히 지켜왔어요. 하지만 소출이 적다는 이유로, 상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죠. 토종 종자를 살리는 작업은 우리의 과거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단초입니다.”

▲ 사진=육성준 기자

(사)흙살림 연구소 산하 토종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윤성희(49)씨는 토종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교육, 유기농 인증, 유통 업무등을 관할하고 있다. 그는 94년 흙살림에 들어가 20여년 세월을 유기농업에 매달린 산증인이다.

흙살림은 91년 괴산에 흙살림연구소를 내고 유기농업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현재는 오창과 괴산에 연구소 및 유통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는 유기농업의 혁신적 모델을 만들어낸 이태근 흙살림 회장과 함께한 창립멤버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농업에 대해 공부했지만 그 때만 해도 유기농업은 하나의 학문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했어요. 공부를 하면서 유기농업에 대해 더 끌렸어요. 그러다가 흙살림을 알게 돼 괴산에 내려오게 됐는데 알고 보니 대학 선배님이 이태근 회장님이었어요. 물론 대학 때는 서로 알지 못했죠.”

윤씨는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괴산에 내려왔을 때가 29살이었다. “관행농업이 절대다수였기 때문에 유기농업 운동은 새로운 판을 짜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농민들은 경험도 없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죠. 또 수입된 유기농 농자재가 최고라는 인식도 많았어요. 우리 지형에 맞는 농자재가 무엇인지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설득해나가는 작업이 중요했어요.”

▲ 연구원이 농약잔류검사를 하는 모습.

▲ 토종종자 생산품들

유기농 농자재만 15개 만들어

그가 만들어 낸 유기농 농자재만 15개 정도다. 흙살림은 늘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 유기농 농자재를 통해 우리 땅 살리기 운동을 펼쳤고, 잔류농약을 검사하는 유기농 인증 사업을 벌여 지금은 흙살림 내 유기농 인증기관이 독립해서 법인을 갖게 됐다. 최근 대전에 ‘농부로부터’매장을 내고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택배시스템을 이용해 가정에 농산물을 배달하는 ‘친환경 꾸러미’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윤소장은 유기농과 관련한 많은 사업을 벌였고,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농업 자체가 단위 면적당 소득이 많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고투입형이에요. 외국과는 농사형태가 다르죠. 땅을 놀려야 땅심을 기를 수 있는데, 놀릴 수가 없어요. 과거에는 독하고, 값이 싼 농자재들이 많이 나왔죠. 해방 이후 농약이 들어왔고, 1960·70년대 들어서면서 신품종이 들어왔어요. 과거 토종종자 농사는 자취를 급속도로 감추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토종종자 계약재배로 생산

토종종자는 수천년의 세월을 우리 땅에서 버틴 우리의 씨앗이다. 토종연구소에서 약 1500개의 토종종자를 수집하고 있다. 윤소장은 “4~5가지 정도를 실험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요. 그 전 단계로 토종종자들을 농민과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까투리 찰벼, 돼지찰, 올벼, 밥밑콩, 털팥, 각시동부, 복슬황차조 등 토종 종자들은 이름 안에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토종종자들은 횟수를 거듭해도 자가 채종이 가능하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토종종자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종자회사들이 내놓는 종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올해 고추 농사가 잘 됐다고 해서 내년에 채종을 해 씨를 뿌리면 망하기 마련이다. 한 해 밖에 쓸 수 없는 종자들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유기인증을 받은 농가는 1%다. 무농약까지 따지면 6%, 저농약까지 포함시키면 15%. 윤소장은 “2000년 전후 유기농업에 대한 전세계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어요. 우리나라도 그 즈음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됐죠. 유기농업에 대한 인식은 20년 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농산물은 비싸다. 단가가 높기 때문에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내수 소비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소비자가 유기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산물을 고르는 기준이 색깔, 크기, 모양이 전부가 돼서는 안돼요.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비한다고 봐야죠. 겉으로만 반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속을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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