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버리고, 전 세계 돌면서 레슬링 퍼포먼스 꿈꿔
홍의성 씨,“레슬링은 나의 삶,‘더락’은 나의 영웅”

초등학교 때부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레슬링프로그램을 즐겨봤다. 당시 미국 프로레슬링이 붐을 이룰 때였고, 헐크호건은 아이들의 영웅이었다. 프로레슬러인 헐크호건, 더락(본명 드웨인 존슨)에 꽂혀 유년시절을 보낸 홍의성(33)씨는 어른이 됐지만 어릴 적 영웅이었던 더락을 위한 퍼포먼스를 지금도 한다.

사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게 꿈이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아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본만을 수차례 돌았다. 청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의 닉네임은 그의 영웅 더락을 따라한 더홍(THE HONG)이다. 기자를 만난 그날도 성안길에서 더락 퍼포먼스를 짧게 보여줬다.

▲ 성안길에서 레슬링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홍의성 씨./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모형 챔피언 벨트를 차고, 물을 뿌리면서 쇼를 진행했다. 행인들이 흘낏흘낏 쳐다본다. “저 사람은 대체 뭐지?”라는 반응이다. 그는 모든 퍼포먼스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각도를 맞춰놓고 계산해서 찍는 것이다. “웬만하면 청주에서는 퍼포먼스 안 해요. 다른 도시에서는 빵빵 터지는 데, 여기는 반응이 너무 늦어요.” 기록한 영상과 사진은 개인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청주상공회의소에서 인턴으로 2년간 근무했다. “당시에도 더락 가면을 만들어 쓰고 청주시내 한 신문사가 개최하는 마라톤대회에 출전했어요. 성안길 내에서 여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죠. 남들과는 다른 홍보방법을 제안했던 건데 솔직히 내부에서 의견들이 갈리더라고요. 좋게 보는 분도 계시고, 그렇지 않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는 다시 한 지역신문사에 들어가 몇 달 일했지만 직장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 미국 뉴욕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미국 WWE행사 참가기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레슬링이 정말 좋지만, 그의 끼를 펼치기에는 레슬링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 “미국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빅매치 대회가 열려요. WWE행사가 전 세계를 도는 데 한국에는 2000년 이후로 아예 오지 않아요. 프로레슬링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로 분류되는 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저변이 확대되지 않았죠. 미국, 일본, 멕시코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어요.”

레슬링 영어, 영어킹으로 뽑혀

그는 레슬링을 하면서 보면서 영어를 익혔다. 토익 시험을 본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히어링은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레슬링을 흉내내다보니 B급 영어를 구사하게 된 거죠. 영어를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는 2011년 미국 현지에서 열리는 레슬매니아 WWE 이벤트에 당첨돼 경기를 본적도 있다.

▲ 일본 도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당시 현지에서 더락 퍼포먼스를 펼치니까 사람들이 신기해서 인터뷰도 해가고, WWE공식 홈페이지에 잠깐 메인 화면을 장식하기도 했죠. 그런데 퍼포먼스는 되는 데 인터뷰가 잘 안 되다보니 움츠러들더라고요.” 그는 청주에 있는 학원에서 일종의 상담일을 하면서 그 대가로 공짜 회화강의를 들었다.

간간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타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지만 소위 빵 터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스타킹’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냈다. 이른바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 전문가들이 일대일 코치를 해준 뒤 1등을 뽑아 미국 뉴욕에 한 달간 연수를 보내주는 이벤트였다. 그는 참가자 중에서 영어킹 최종 우승자로 뽑혀서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체류하면서 공부했다.

홍씨는 아직 고민 중이다. 꿈을 찾아 갈 것인지, 아니면 영어를 더 공부해 가르치는 일을 할 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자신에 대해 더 탐구해보고 싶어요. 제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찾았지만 이것이 직업이 될 수 없다는 게 좀 슬퍼요.”

그는 일본어 실력도 갖추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면서 퍼포먼스를 하고 기록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언어를 못하면 아무래도 제약이 있더라고요. 일부러 직접 만든 티셔츠를 입고 나가요. ‘외국인’ 글자를 한글,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써서 붙였어요.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기 전에 나는 외국인이라고 외쳐요.”

퍼포먼스가 끝나면 싸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그는 레슬링으로 소통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무모해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쌓여서 제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겠죠. 언젠가 정말 유명스타가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언어도 레슬링도 더 즐기고 연마하고 싶어요.”

그는 최근에 레슬링 관련 팟캐스트에 나가 레슬링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은 대학축제에서도 그를 부른다. 레슬링에 빠진 소년은 아직도 링 안에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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