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셀프 폐쇄’ 해놓고 이를 근거로 정리해고… 명백히 불법"
"재단, 입소노인 없어 ‘경영상 위기’, 직업윤리 망각한 노측이 원인 "

▲ 지난 8월 9일 초정노인복지재단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요양원에 재직중인 27명의 요양보호사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요양보호사들이 천막 농성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노조원이 있는 곳을 집중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던 초정복지재단 우리요양원이 결국 정리해고를 시행했다. 나눔과 봉사로 상징되는 사회복지재단. 소외된 이웃들의 어려움을 나누어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곳에서 정리해고가 시행돼 사회복지계에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다.

정리해고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통보 방법도 가혹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요양원은 “2013년 8월 9일자로 정리해고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대상자 27명의 노동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문자 메시지를 받은 노동자 중에는 2008년 개원 당시부터 일한 요양보호사도 있었다.

지난 2월 초정복지재단(이하 ‘재단’)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세 곳의 노인요양원에 재직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전원을 상대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재단측의 사직서요구가 보건복지부가 지급하는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며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이성일, 이하 ‘노조)에 가입했다.

이후 재단과 노조는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재단은 “노조가 활동비 지원과 같은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상대를 비판했고, 노조는 “재단이 노조를 인정하려는 마음이 없다”며 비난했다.

교섭을 통해 하나의 이견도 좁히지 못한 노조는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 급기야 파업에 돌입했다. 7월 5일 하루 동안 진행된 노조의 파업에 대해 재단은 ‘직장폐쇄’라는 강경책으로 맞섰다. 파업하루만에 노조의 파업은 철회됐지만 재단은 직장폐쇄를 철회하지 않았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집중돼 있는 우리요양원에 대해서는 폐쇄를 신고한 8월 8일까지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관계자는 직장폐쇄를 유지하는 이유로 “폐쇄를 풀면 직원들의 월급을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직 민주노총간부가 정리해고 주도?

재단이 시행한 정리해고에 대해서 노조의 입장은 명료하다. 노조 양인철 조직국장은 “정리해고의 요건과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부당한 정리해고 일 뿐만 아니라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비열한 노림수”라고 주장했다.}

양 국장은 “노조의 하루 경고 파업을 이유로 우리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노인들을 타 시설로 전원조치 한 것도 비상식적이었다 ”고 주장했다. 또 “노조가 파업을 풀었음에도 노인분들을 시설로 모셔오지 않은 것도 재단이 결정한 일”이라며 “경영상의 어려움은 재단의 ‘셀프 폐쇄’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며 결국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며 재단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그리고 배후에는 재단이 6월달에 채용한 전직 민주노총 간부 출신의 김 모 인사처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재단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노조가 ‘노조파괴전문가’로 지칭한 김 모 인사청장은 자신은 “노동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누구보다도 노조를 이해하고 노동법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며 반박했다.

정리해고의 원인이 된 직장폐쇄와 관련해서도 “돌봄이 중단되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노인시설을 상대로 노조는 파업돌입 시간조차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노조에 책임을 돌렸다.

정리해고에 대해서 김 처장은 “정리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을 내놓고 협의를 요청했지만 노조가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며 “전적인 책임은 노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실명을 밝히지 말 것을 부탁한 사회복지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 초유의 정리해고 사건”이라며 충격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인맥과 학연으로 촘촘하게 얽힌 업계 특성상 한번 눈 밖에 나면 바로 사장되는 분위기”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노사의 잘잘못을 떠나 사회복지시설에서 시장 논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리해고가 발생한 것 자체가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17억원 정도를 지원 받은 재단이 즉홍적으로 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고를 통보한 비인간적인 사건”이라며 재단을 비판했다. “오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에 직면한 기업에서도 지킬 것은 지킨다”며 “수년간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들을 문자메시지 한통으로 해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또 재단이 시행한 정리해고의 적법성도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조 노무사는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선 경영상의 어려움이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실행하고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그때서야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이 때에도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재단이 이런 절차를 거쳤는지 의심이 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단이 의료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가래뽑기(썩션)와 엘튜브 삽입, 혈압 및 혈당 체크 등의 업무를 요양보호사에게 재단측이 업무수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직접서비스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요양보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할 수가 없음에도 “재단이 이를 속이고 부당하게 급여를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재단의 법 위반 내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정을 냈지만 시설폐쇄조치가 내려질 것을 우려해 자진해서 취하했다”고 주장했다.


초정노인복지재단 우리요양원 정리해고 경과

2012년12월. 처우개선비 10만원 지급 보건복지부 고시개정(2013년 3월부터 지급)
2013년
2월. 초정노인복지재단, 소속 요양보호사 전원 사직서 작성 요구
3월. 우리요양원, 두리요양원, 약수요양원 요양보호사 90명 노조 가입
5월. 노조,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신청
6월. 초정복지재단, 전 민주택시연맹 사무처장 김 모씨를 인사처장으로 채용
7월 5일. 노조 24시간 하루 경고파업 / 초정복지재단, 노조파업 4시간 만에 직장폐쇄
7월 8일. 재단, 두리요양원과 약수요양원 직장폐쇄 철회
7월17일. 재단 이사회 우리요양원에 대해서 “정원축소하여 재개원한다”고 결정
7월18일. 재단, 정리해고 관련 노사협의회 개최 공문발송 
8월 8일. 재단, 청원군에 우리요양원 폐쇄 신고
8월 9일. 재단, 조합원(27명)에 해고통보 문자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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