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2동, “공적 예산 투입 없다보니 솔직히 힘이 빠진다”
올해 마을기업 ‘양달말’오픈, 주민역량강화 사업도 계획

구도심 해법찾기
사직 2동 사람들

중앙동과 사직 2동의 처음 출발은 같았다. 도시대학을 통해 도시재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2010년 도시대학 결과 발표회에서는 사직 2동이 마을이야기길 조성사업으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중앙동이 상권활성화로 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중앙동은 국토부가 벌이는 도시활력증진사업을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유치하고 그야말로 ‘활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사직 2동은 이후 공적예산 투입이 전무했다. 재개발·재건축 지구이기 때문이다.

사직2동은 2007년 지구지정이 된 후 2008년 조합이 결성됐다. 2005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니 8년간 신축건물도 들어서지 않았고, 주민들도 개보수를 하지 않았다. 동네는 해가 거듭할수록 쇠락하고 있지만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묶여 도시재생 예산 또한 투입이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

▲ 왼쪽부터 이종현 예술상회 대표, 최인호 위원장, 민병찬 마을 기업 대표는 사직 2동에서 이야기길 조성, 마을기업 오픈 등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꿈꾸면서 희망을 찾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지구인지라 관에서의 지원이 없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2011년 이야기길 프로젝트 시작

최인호 도시재생추진위원장은 “새로운 건물도, 공공시설도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도시가스마저 안 들어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료비가 비싸다보니 세가 안 들어온다. 차도만 있지 인도도 제대로 없어 보행자들에게도 위험하지만 현재로선 비상구가 없다”고 설명했다.

2011년 사직 2동 화교 소학교에 예술가 이종현씨가 들어오면서 예술상회를 열었다. 예술상회를 구심점으로 의식있던 마을사람들은 마을을 바꿔보자는 생각들을 구체화시켜나간다. 먼저 이야기길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의 숨은 자원을 찾아내 살려내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나오지 않아 자부담으로 진행하다가 끊기기를 반복했다. 다시 올해 사직동 주민센터 공공근로 사업으로 이종현 대표가 마을 이야기길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종현 대표는 “예산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일을 진행하기가 더디고 하다가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을기업 내고 '기지개'

▲ 마을기업 양달말에서는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요리를 판매한다.
도시재생에 뜻을 품었던 주민들은 2012년 말 마을 기업을 생각해낸다. 6명이 출자해 3600만원을 모았고 두부를 만들어 파는 마을기업 ‘양달말’을 냈다. 자원봉사센터, 여성방범대 단체등도 협력했다. 사직 2동에 두부를 만들어 팔던 할머니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공동체복원을 꿈꾸며 마을 기업을 연 것이다. 올해 5월 정식 오픈했다.

하지만 6개월 남짓 운영해보니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 사실상 적자다. 민병찬 마을기업 대표는 “주식회사다보니 인건비로 많은 돈이 지출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다보니 작은 동네 음식점이 수익구조를 맞추기가 어렵다. 마을기업 지원금을 받은 것이 있어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현 대표는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다 수험료라고 생각된다. 마을기업이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재능기부 형태의 자발적 운영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직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직 2동은 재개발·재건축 지구지정이 해제돼야만 주민들이 꿈꾸고 그렸던 안들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도시재생이 재개발·재건축의 출구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이러한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한다.

최인호 위원장은 “민간에서 열심히 한다고 해도 관과 학에서의 지원이 없으면 힘이 꺼진다. 특히 관에서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골 ‘리’단위보다도 지원이 없다. 그러다보니 주민역량강화사업 등 마을 사람들의 마인드를 바꿔주는 사업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9월 말부터 사직2동 마을만들기 주민대학을 열고자 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면도 많다. 예술상회에서 2011년부터 지금까지 6번의 축제를 열었다. 1년에 2번씩 3월 3일 3시에 ‘굿데이’행사를 벌였다. 사직2동 3000가구 6300여명의 주민들 가운데 50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에너지를 모아 올해 9월 28일에는 사직2동 한마음 축제를 연다. 최인호 위원장은 “도시재생은 공동체 복원이 제일 중요하다. 주민들 의식전환도 필요하고, 최소한의 편의 시설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법 통과, 지자체 적극 대응해야”
김동호 부산광역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장

영국의 도클랜드, 일본의 록본기나 미드타운 개발, 미국의 보스톤 중심지 재개발 등은 모두 도시 기반 시설을 통해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정책이었다. 한국의 도시재생, 그리고 청주시 도시재생의 해법은 무엇일까.

청주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다 부산 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으로 간 김동호 박사는 “외국의 사례는 매머드급 건물이나 도심 복합개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 도입됐을 때, 지역 소도시로 왔을 때는 실정에 맞게끔 변화해야 한다. 한국적인 도시재생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근린 공간 재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미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대단위 개발이 청사진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이제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안 찾기를 해야 할 때다. 올해 6월 도시재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빠르면 내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도시재생으로 쏟아질 예산을 받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 그는 “도시재생법이 전체를 뒤흔들어 놓지는 못한다. 또한 도정법에 묶여있다면 도시재생법에 상충되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재개발·재건축이 대안이 아니라는 알고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 지자체는 그 안에 도시재생관련 조례를 만들고 대응해야 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전주와 창원이 만들어지는데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예정이다. 법정계획으로 도시재생전략계획도 수립돼야 한다.

도시재생법에서는 사업지역을 ‘활성화구역’이라고 정하고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김 센터장은 “청주시는 민간이 먼저 움직여서 성과를 냈고, 커뮤니티 기반이 잘 구축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중앙동, 사직2동 전국적으로 샘플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동체 커뮤니티가 꾸려지면 예산을 받아오는 데도 유리하다. 국비지원을 60~80%까지 약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에 도시재생 바람이 불지도 모른다. 지금 군 단위에서도 워킹그룹이 따로 있어 논의가 활발하다. 부산광역시 또한 내년에는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도시재생센터로 바꾸고 올인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은 소극적인 재생이었다. 거리를 만들고 벽화를 꾸미는 것이 좋지만 실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이제는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찾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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