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장은 행자부의 개’ 사건 해직자가 보는 국정원 사태

표세훈 공무원노조 전 청주시 지부장만큼 공무원 노조와 관련해 굴곡의 삶을 산 사람은 드물다.
2004년 9월 15일, 표 전 지부장과 다른 공무원노조 간부는 시청광장에서 ‘행자부의 개, 청주시장’이라고 적힌 천을 두른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 사건은 당일 공중파 저녁 9시뉴스 등과 전국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곧바로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구속과 파면으로 이어졌다.
표 전 지부장은 “지방공무원복무조례는 시장 고유의 권한으로 개폐를 결정할 수 있는데도 한 시장이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자치권을 포기하고 행자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려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고 밝히고 사과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댓글사건이 한참인 지금, 9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표 지부장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공무원이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정권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 옳은 일인 가요?”.
해직 공무원인 그에게 국정원 댓글 사건 만큼은 용인 되기 힘든 사건이었다. 표 전 지부장은“정권을 유지하는데 공무원이 동원되면 앞으로 민주주의는 없을 겁니다”라며 깊은 한숨을 뿜었다. “정권의 시녀이기를 거부한다는 공무원노조의 외침을 참여정부 때 귀기울였다면 지금의 국정원 사태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표 전 지부장은 해직 이후 한 대수 시장과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때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했다. “공무원노조의 진심과 희생을 사회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투위, 전교조, 한국통신의 공통점
우리나라 현대사에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해직사태를 겪은 일은 비일비재 했다. 이들 중에 개별적인 정권 차원에서 집단 해고 사태가 발생한 일도 다반사였다.
대표적인 것이 박정희 유신정권차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113명의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해고사태, 노태우 정부에서 1500명의 교사를 해고한 1989년의 전교조 해직사태,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체제전복세력’이란 낙인을 찍어 26명을 해고한 한국통신 집단 해직사태 등이 있다.
이 사건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권 차원에서 해고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둘째, 이들의 투쟁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30대에 시작된 동아투위의 투쟁은 70대가 된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 1500명중 복직하지 못한 이들을 뒤로 한 채 이명박 정부는 200명의 새로운 해고자를 양산했다. KT로 이름이 바뀐 한국통신도 복직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이들 투쟁하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줬고 역사는 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으로 판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