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농지 넓히고 우량 재배기술 발굴 주력해야” 비판론 제기
제천시농업기술센터가 무사안일한 행정과 보여주기식 시책에 치중해 ‘농사와 생활기술의 신속한 보급과 농촌사회의 개조 촉진’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제천 지역 농업인들은 시 농업기술센터가 일반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은 등한시한 채 지역 음식 개발이나 보급 사업과 같은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방향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제천 농기센터는 지난 5월 ‘농업을 통해 힐링을 선물하자’는 취지의 ‘제천 자연치유 녹색체험 행사’를 열었다. 농기센터는 이틀 동안 열린 이 행사에 1800여 명의 제천 시민이 참여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고 분석하면서 시민에게 제천농기센터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농기센터는 이 행사를 위해 한방전시관과 명품 홍보관을 새로 단장했다. 또 제천 농기센터가 육성하는 각급 학습단체들을 참여시켜 행사의 외연을 넓혔다.
그러나 시 농기센터의 평가와는 달리 이런 행사를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쌀 전업농인 김재중 씨(가명·제천시 봉양읍)는 “농업기술센터가 일반 시민들에게 센터를 홍보하고 센터 산하 단체를 위한 장기자랑 대회를 여는 데에는 열정적으로 나서면서도 농업인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에는 인색하다”며 “이런 전시성 행사를 볼 때마다 지역 농업 육성과 농업인 지원 같은 본연의 역할이 점점 퇴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농업인 임이수 씨(가명·제천시 송학면)도 “얼마 전 시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다가 센터장이 본관 앞의 잔디밭을 손질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며 “지역 농업인들은 이상기후와 불볕더위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같은 시각 시 농기센터장은 농민들과 함께하기는커녕 센터 앞마당 조경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혀를 찼다.
전시성 행사에 농업인 의욕 상실
농업인들은 제천시 농기센터가 지역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센터 내부 시설부터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센터 내부를 아름답게 꾸며놓은 넓은 잔디밭과 조경숲들을 지역 농업 진흥을 위한 시험농지로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농업의 승패는 이른바 ‘로컬 푸드’ 시대에 걸맞는 우량 종자와 재배기술들을 지역 차원에서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인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바른 먹거리’에 대한 욕구를 선제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하고 우수한 유기농법들을 지역 내에서 발굴하고 충족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각종 유기농자재들을 지역 차원에서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전문적인 경작지가 필요한데, 그것을 시 농기센터 유휴지에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업인들은 시 농기센터에 각종 유기농자재에 대한 자체 시험 시설을 확충하고 우수 농자재 관련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시 농기센터는 오히려 새로운 농자재들을 사용한 농업인들의 경작 결과를 비공식적으로 귀띔하는 데 그치는 등 소극적 대처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쌀 전업농 박재한 씨(가명)는 “요즘 농업인들을 상대로 친환경 유기농자재에 대한 홍보전이 치열한데, 이를 올바로 평가하고 지원해야 하는 농기센터가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농업인들은 농약사나 영업사원들의 말만 듣고 복불복 게임하듯 농자재를 선택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 해 농사를 짓고 나면 농기센터 직원들이 해당 농자재의 사용 결과를 평가해 달라고 물어온다. 이럴 땐 솔직히 농기센터가 기술 해커로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제천시 농업기술센터의 씁쓸한 현주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