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노사관계를 위해…강원순 S&T 대표

작지만 모범적인 노사관계로 호평받는 기업이 있다. 공장자동화설비를 생산·시공하는 에스엔티(S&T)다. 2004년 자본금 8400만원으로 시작한 에스엔티는 2011년 매출액 24억원을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스엔티는 지난 9년간 몇 차례 도약의 기회가 있었다. 웨이퍼 마운터, 유압조절 밸브장치, 건전지 전극 연장선 접합장치 등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엔티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기회가 있었지만 강원순(43) 대표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회사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험을 할 경우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다. 더디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적자에도 직원 인센티브는 지급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지난해에는 청주시 흥덕구 지동동으로 회사를 이전했다. 청주산업단지 내 셋방살이를 벗어난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생산라인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이전이었다. 당연히 이전비용의 상당부분은 은행 대출이었다. 하지만 창업 이래 지급하던 직원들 인센티브는 중단하지 않았다.

강 대표는 “창업 전까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중견기업에서 일 해왔지만 단 한 번도 인센티브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연말에 인센티브를 받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 후로 큰돈은 아니라도 인센티브를 지급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지금까지 변변히 배당금도 주지 못했지만 직원들이 우선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설립 초기에는 적자인 상황에서도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강 대표는 “자동화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시스템 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이 직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에게 직원은 가족이다. 또한 직원들 서로가 가족 같은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한번은 직원 가운데 상을 당한 일이 있었다. 함께 조문을 간 직원들이 12시쯤 귀가하려고 하자, 강 대표는 “가족인데 오랜 시간 함께 추모하는 것이 좋겠다”며 “장지까지 간다는 직원이 있다면 모두 휴가를 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회사를 이전하면서 강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사무실의 근무환경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 휴게실도 마련했다. 스무 명 남짓한 직원을 둔 회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에스엔티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사내식당이다. 외부손님도 만족할 만큼 맛과 영양을 두루 갖췄다. 강 대표는 “가족이 먹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은 없다. 먹는 것만큼은 좋은 것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식재료는 국산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취업규칙도 마련

에스엔티는 임금수준도 비슷한 규모의 동종업계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이 밖에도 학자금 지원과 각종 직원계발비 등도 시도했다. 직원들의 결혼기념일도 챙긴다. 지난달에는 청주노동인권센터에 의뢰해 취업규칙도 새로 마련했다. 취업규칙이란 임금과 근로시간, 기타 근로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스스로 친노동자적 취업규칙을 만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 대표는 그의 다짐대로 지난 9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성공하는 길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그 결과 올해 일본 수출길도 열렸다. 태양광 관련 패널 제작을 의뢰받아 내년부터는 고정적인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

지난 9년간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열심히 뛴 결과 LG화학·LG이노텍·두산전자 등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등록돼 일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에스엔티의 미래에 대해 그는 “50명 남짓한 전문가들이 모인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서로 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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