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일제고사 부활 논란
교사․ 학부모 시험 부활 반대의견 90%넘어도 강행 추진
도교육청 “제3의 전문기관에 설문조사 의뢰할 계획없다”

학력수준 판별검사가 오는 12월 6일 실시된다. 도내 초등학교 4·5·6학년 학생들이 한 날 동일한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학력수준 판별검사와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일제고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전교조 충북지부와 충북교육발전소 측의 주장이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초등학생 교원 1526명으로 대상으로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99%(1512명)가 학력수준 판별검사에 반대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전체 초등교원이 6400여명이다. 1/4 가량이 설문에 참여해 반대의견을 냈다. 전교조 가입된 초등교원은 500명이 채 안 된다. 도교육청이 설문의 편향성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 단위 일제고사의 결과를 본인에게만 알려주고 학교별 순위자료나 학교장 및 학교 평가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도교육청의 발표에 대해서도 90% 이상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현장교사와 학교의 의견수렴 등을 거치지도 않고, 연초 업무계획에도 없는 행정 추진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98%에 달했다.

▲ 전교조충북지부는 24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충북 초등교사 1526명이 참여하여 충북 초등 도학력고사(일제고사) 부활에 대해 99%가 반대했다는 설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충북교육발전소 또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9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은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이메일과 문자, SNS(페이스북)를 통한 인터넷 접속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시민단체 회원과 페이스북 이용 학부모 등 24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충북교육발전소 관계자는 “학력수준 판별검사라고 말하지만 결국 일제고사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 강화됐다. 일제고사는 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이번에는 3개 학년이 시험을 치른다. 박근혜 정부가 없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를 왜 부활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연초 계획에도 시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가 갑자기 시험이 실시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 교육감, 방송에서 부활 밝혀

이기용 교육감은 7월 1일 청주MBC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처음 “연말에 학력수준 판별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자가 시험을 실시하는 것을 교육 관계자들도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을 땐 “알고 있는 사람은 안다”고 에둘러 말했다.

결국 연초 계획에 들어가지 않았던 학력수준 판별검사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7월 이후 발표된다. 12월 6일에 실시한다는 것이다. 평가 과목은 국어·영어·수학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외부 기관에 학력검사 문제 제작을 의뢰했다. 각 학교는 이 문제로 자체 시험을 치르고 채점키로 했다. 시험 성적은 학생에게만 통지되고 학교별 성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학교는 성적을 학생들의 맞춤형 학습지도계획 수립 등에 사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진유 충북도교육청 장학관은 “일단 설문조사는 내용과 질문이 중요한데 이를 신뢰할 수 없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설문에 응했기 때문이다”고 부정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초 교육부가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연초 계획에 시험 계획을 잡을 수 없었다. 이미 2월달에 연초계획을 다 짜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예전부터 시험 치렀다”

학력수준 판별검사는 학업성취도평가와 어떤 점이 다를까. 정 장학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가 단위에서 실시하는 것이고, 학력수준 판별검사는 도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2010년까지 도 단위 시험을 치러왔지만, 2011년과 2012년에만 국가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져 잠시 쉬어갔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타 도에서도 이미 도 단위 학력 점검 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충북도만 유별하게 벌이는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충북도 교육청은 충북 기본학력 보장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따라서 이번 시험을 통해 기준점을 잡고 지역과 학교의 성적 차이를 ‘판별’해 보겠다는 것이다. 정 장학관은 “시험을 통해 서열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학생들과 교원들에게 자료만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시험 내용을 분석해 기초학력 미달, 보통학력, 우수학력 등으로 나뉜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은 3월에 진단평가를 통해 이미 기초학력 미달, 보통학력, 우수학력 등의 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에 낸 결과가 하반기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차례 설문조사에서 학력수준 판별검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으로 나왔다. 충북도교육청은 설문조사에 대해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줄 수 있는 제 3의 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은 “이 사업이 신규사업이 아니라 이미 기존에 해왔던 것을 잠시 몇 년 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신규사업도 아닌데 일일이 설문조사를 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는 없다”고 답했다.


시험 실시 권한 교육감에 있나? 없나?
현재 유권 해석 아리송해…전교조 “강력 대응 예고”

박근혜 정권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를 올해 4월 초 발표했다. 중고등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문제는 교육부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폐지된 시험이 다시 도 단위에서 치러지는 것. 시험을 주최할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는 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시험 실시 여부가 교육감 권한으로 보기는 애매하다. 일례로 강원도에서 일제고사 실시를 반대하는 교사들이 해임됐는데, 해임무효소송에서 이겼다. 여기서 시험 실시여부에 대한 교육감의 법적권한이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도 단위 시험이 치러지면 교육 과정 자체에 파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시험이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데도 설문조사조차 거치지 않고 교육감이 단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앞으로 학력 판별고사 실시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밝히고 반대운동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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