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공업용지·준공업용지, 상업용지·주택용지로 무장해제
금호·지웰시티로부터 개발면적 50% 기부채납 받고 ‘사업 승인'

도심 한복판 산업단지는 그리 흔치 않다. 국내에서도 전주산단 정도가 청주산단과 비슷한 처지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업단지와 아파트단지가 위치하다 보니 서로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매연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위험물질 폭발사고나 누출사고가 이어지자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면서도 떳떳하지 못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0년 전의 청주산단의 모습에게 답을 찾을 수 있다.

▲ 청주시의 협력(?) 속에 2008년 지웰시티 1차 아파트 신축공사가 진행됐다. 당시 청주 최고 분양가로 관심을 모았던 지웰시티의 분양사무실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 관심이 분양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높은 분양가도 부담이었지만 산업단지와 인접했다는 것도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청주시, 서부 부도심 개발 전략
2000년대 초반 청주 외곽으로 택지개발이 이어졌다. 기본 방향은 기존 주거지역을 재개발하는 것이 아닌 외곽으로 주거지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시행사들은 토지주들이 많아 동의절차와 보상절차가 복잡한 기존 주거지역 보다는 토지주가 적은 외곽지역을 선호했다. 그 결과 용암지구, 산남지구, 가경지구, 강서지구 등 새로운 주거단지가 형성됐다.

현재 지웰시티와 금호어울림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는 한때 섬유산업의 대표주자였던 대농과 엽연초조합 교육원이 있던 자리다. 2005년 (주)신영은 대농 부지를 1450억원에 매입하고 대단위 복합타운 건설을 계획했다.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공업용지인 대농 부지가 상업부지로 용도 변경돼야 가능하다. 서부 부도심을 개발할 계획이었던 청주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영이 대농을 인수하기도 전에 도시기본계획을 세워 건교부의 승인을 받았고, 용도변경신청까지 끝마쳤다. 사업을 승인하는 대가로 기부채납을 받은 격이다.

신영은 현재 건설하고 있는 지웰시티 2차 부지를 포함한 전체부지의 54%에 달하는 7만 1253㎡를 공용용지로 청주시에 기부채납했다.

금호어울림도 마찬가지다. 금호어울림 부지는 2종 주거지역으로 15층 이하로 제한되지만 전체면적 7만 7537㎡ 중 48%인 3만 7238㎡를 청주시에 기부채납한 결과 20층 건설이 가능해졌다. 청주산업단지 관계자는 “분명한 특혜였다. 청주시가 눈에 보이는 이익과 이후 벌어진 시민들의 건강권을 맞바꾼 것”이라고 성토했다.

허가 당시에도 청주시는 서부 부도심 개발이라는 당위론을 펴며 개발에 적극적이었지만 도시계획 심의를 할 충북도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금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충북도는 당시 공장용지를 상업용지를 변경할 경우 산술적으로도 엄청난 차익을 부동산 개발업체에게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지금은 사라진 차단 녹지
일본 등 선진국에 조성된 산업단지를 보면 산업단지에서 발생할 유해요소들을 고려해 산업단지 가장자리에서 1km이상을 녹지로 조성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에 조성되는 국내 산업단지들도 악취와 대기오염 등을 이유로 넓은 완충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추세다. 완충녹지는 법으로도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산업단지가 조성될 시기에는 이 같은 안전장치도 없었다.

청주산단에도 넓지는 않지만 10m폭 정도의 차단녹지라는 것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늘려도 부족할 녹지를 없앤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산업단지 동쪽으로 주거지역과 경계를 그어주던 준공업 지역도 개발논리에 의해 기능을 잃었다. 준공업지역은 경공업시설과 법에서 정한 제한적인 편의시설만이 들어설 수 있지만 이곳에도 현대아이파크가 들어섰다.
결국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구분하고,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청주 최초의 산업단지, 영광의 그 시절

충북의 산업화 시작은 청주산업단지였다. 지역민들에게 기업이라는 개념도 없던 1969년 청주산단은 전국 최초의 지방산단 시범단지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일괄 분양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부 선투자를 하고 조성되는 대로 입주하던 방식이었다.

청주산단 첫 입주기업은 삼화콘덴서다. 이후로 삼화전기와 대양화학, 조광피혁, 삼립식품 등이 차례로 입주했다. 1단지를 시작으로 4단지까지 5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발됐고, 총면적 409만 9000㎡의 중부권 최대 산업단지로 완성됐다. 악취를 뿜어낸다고 지금은 인근 주민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조광피혁, 삼립식품 등의 회사도 당시에는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기업들이다.

청주산단 관리공단 이병권 국장은 “당시에는 입주업체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한 분야로 특화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했겠지만 당시에는 업종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여러 종류의 경공업 업종이 혼재돼 있었고, 업체 규모도 천차만별이었다”고 기억했다.

1980년대 청주산단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업체들이 빼곡히 들어선 청주산단은 기업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있고,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이점은 물론 풍부한 인력 인프라는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당시 청주산단은 충북의 산업을 전담했다.

이후 청주산단은 IMF를 거치며 변화가 일어났다. 지역의 향토기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거나 문을 닫았고, 그 자리는 임대업체나 영세기업들로 채워졌다. 노후된 산단은 그렇게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LG그룹과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이 산업단지를 채워가면서 여전히 충북의 대표산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청주산단은 12조 7156억원을 생산하고, 58억 6808만 달러를 수출했다. 연간 생산액은 4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수출액도 3년째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생산액이 18.6% 증가하고, 수출액은 39.9%나 증가하며 제 2의 전성기를 알리기도 했다.

고용인원도 2008년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며 2012년 말 현재 2만 6403명이 청주산단 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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