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충북도내 행사 40여개···폐지되는 것보다 신설 행사 많다
화장품박람회 270억원, 공예비엔날레 70억원 등 행사경비 '상당'

단체장과 행사는 불가분의 관계다. 유권자들과 만나는 것도 이 행사장이다. 그래서 대개는 행사를 좋아한다. 한 번에 몇 백명이나 몇 천명, 혹은 몇 만명까지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요 인사들과 얼굴을 익히며 악수를 나눌 수도 있다. 사실 선거 치르려면 행사장에 가서 얼굴 알리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러다보니 단체장은 행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다만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시민단체가 감시를 하고 있어 마음대로 못 만들 뿐이다.

올해 충북도내에서 개최되는 행사는 40여건이다. 축제와 박람회 등을 합친 숫자다. 이 중 축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충북도에서는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와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 등 2개를 열고 있다. 청주시는 국제공예비엔날레·직지축제·읍성큰잔치를, 충주시는 세계무술축제·우륵문화제·호수축제·수안보온천제 등을 연다. 그리고 제천시에서는 국제음악영화제·의병제·청풍호벚꽃축제 등을 하고 있다.

화장품·조정·바이오 행사 신설
이 중 충북도의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와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 충주호봄나들이한마당, 제천의림지동계민속대제전, 영동군의 대한민국와인축제 등이 민선5기 들어 생겼다. 충북도는 또 올해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와 내년에 오송바이오엑스포를 시작한다. 2015년에는 괴산유기농엑스포도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는 더러 폐지되기도 하지만, 없어지기 보다는 새로 생기는 게 많은 편이다. 따라서 이렇게 가다가는 너무 많아 가지치기를 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런데 수 적으로는 이렇게 많은데 도내 축제 중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별로 없다. 문광부가 2013년 선정한 축제 42개에 겨우 2개가 선정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괴산고추축제와 충주세계무술축제가 가장 하위 등급인 유망축제에 들어갔을 뿐이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영동난계국악축제 단 한 개가 우수축제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문광부 평가가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축제를 평가해 선정하는 곳은 여기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도내 지자체는 각자 행사들의 질적인 측면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오송화장품박람회

문광부는 2013년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김제지평선축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선정하고 강진청자축제 등 8개를 최우수축제, 가평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 10개를 우수축제로 뽑았다. 그리고 광주김치대축제 등 22개를 유망축제로 선정했다. 문광부는 대표축제에 각 6억원, 최우수축제에 3억원, 우수축제 1억5000만원, 유망축제에 76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문광부는 현장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매년 결과를 발표한다.

분단된 나라의 최북단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에 위치한 강원 화천군은 가장 추운 1월 ‘화천 산천어축제’를 연다. 한겨울 마땅한 놀거리가 부족한 국민들에게 얼음낚시의 묘미를 느끼게 해줘 관광객 150만명, 경제효과 2500억원의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주민 2만4000여명이 만들어내는 축제라 국내외에서는 꽤 유명하다. 이 축제는 2010~2012년 문광부로부터 최우수축제에 선정됐다. 이런 지자체와 비교해볼 때 도내 축제는 재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광부 평가 위원들은 선심성 행사 예산 집행과 사후평가 부족, 투명하지 않은 관람객 집계, 예산에 비해 낮은 입장료 수입 등을 빼놓지 않고 지적한다. 충북 역시 마찬가지다.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유료관람객 절반이면 많은 수준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는 예산 270억원을 들여 관람객 118만명이 다녀갔다. 이 행사는 축제가 아니고 산업형 박람회였기 때문에 바이어와 기업참여, 상담실적, 현장판매, 수익사업 등이 강조됐다. 이런 점에서는 실적을 쌓았으나 볼거리는 부족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이것 저것 따질 것도 없이 관람객 118만명이라는 숫자에 고무돼 성공을 자축했다. 유료관람객도 59만5000여명(50.1%)으로 절반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예산 70억원을 들여 관람객 42만명을 유치했다. 그러나 유료관람객은 15만8900여명(37.9%)에 불과했다. 시는 국내 최대 미술전시, 세계 최대 공예축제라고 홍보하나 과장된 면이 많다. 또 청원군의 대표축제인 청원생명축제는 지난해 예산 15억원이 들어갔다. 관람객은 41만명. 이 축제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사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나 청원군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평을 받는다.

▲ 청원생명축제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축제로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자면 청주는 직지축제, 청원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키우는 게 낫다. 그런데 둘 다 예산이 적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다른 행사에 치여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점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직지축제는 격년제로 열리며 예산이 5억원, 초정약수축제는 2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행사의 질적인 측면에서 관람객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박람회도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화장품·뷰티산업이 잘 추진돼서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람회 소재는 신선했으나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티켓을 심하게 강매한 것이라든지 볼만한 전시가 없었던 것 등은 문제다. 또 행사를 하면 평가를 제대로 해서 다음에는 개선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 평가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가는 이뤄지나 행사 할 때처럼 요란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 시민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 점이 있다.

행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매우 큰 액수이다. 몇 십억원부터 몇 백억원까지 혈세가 들어간다. 때문에 행사를 새롭게 만들 때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행사는 단체장 한 명 낯 내자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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