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다름없는 행보, 20여명씩 따라다니는 교육계 간부들 ‘구설수’
교육과 무관한 행사에도 얼굴알리기 나서, 그래도 여전히 “출마 안해”

▲ 이기용 교육감은 지난 17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있었던 충북청소년예술제에 참석했다. 간부들과 악수중인 이 교육감.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의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교육감은 몇 차례 내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출마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교육감은 故 김천호 교육감이 임기를 못 채우고 별세한 뒤 지난 2005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제13대 교육감에 취임했다. 이후 2007년, 2010년 선거에서 계속 당선돼 현재 3선 교육감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는 3선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이 교육감은 지난 3월 14일 제천중 체육관에서 열린 교육지원청 주요업무계획 보고회에서 한 학부모 대표의 질문에 “주변에서 도정을 맡아보라는 권유가 있으나 나는 교육만 생각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도지사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후 기자들이 물어도 이 교육감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답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보여지는 행보는 정치인과 다름없다는 게 주변 사람들 말이다. 특히 이 교육감의 행사장 나들이 때 도교육청 국장·과장 혹은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 학교장 등 교육계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뒷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교육업무를 챙겨야 할 간부들이 교육과 관련없는 행사에 몇 십명씩 도열해 입장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옛 도지사 관사였던 충북문화관에서는 옥천군 문화의 달 개막식 행사가 있었다. 이 곳에서는 매달 돌아가며 시·군 문화의 달 행사를 연다. 이 날 주된 행사는 옥천군민들이 펼친 공연·전시·시낭송·관광홍보 등이었다. 그런데 이 날 이 교육감이 옥천군 교육계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참석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참석자 모 씨는 “교육감이 교육관련 행사도 아닌 시·군 문화의 달 행사에 와서 깜짝 놀랐다. 처음 있는 일이긴 하나 도지사 출마설이 나도는 와중이라 모두 선거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치적 행보로 생각하기 딱 좋았다”며 “교육감도 이해가 안되지만, 동행한 교육계 인사들도 문제다. 그렇게 한가한가”라고 꼬집었다. 이 날 개막식은 일과시간인 오후 4시였기 때문에 이 교육감과 참석자들은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의 모 인사는 “도교육감이 행사장 나들이 할 때 보통 20명 이상이 따라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도 여러 번 목격했다. 청주시학교운영위 체육대회, 청소년 孝한마음축제, 충북청소년예술제 등은 교육관련 행사라고는 하지만 마치 도지사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교육계 인사들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지난 6일 현충일 때도 참석했던 기관 중 도교육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와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며 “교육감은 필요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성영용 적십자 회장과 여떤 관계?
교육계의 권위주의적 풍토와 줄세우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얘기다. 실제 교육감이 충북도의회에 참석하는 경우 교육청 관계자 20명 정도가 엘리베이터 앞에 도열해 있다 교육감이 지나가면 허리굽혀 인사하는 진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거 교육감이 학교나 지역을 방문했을 때 ‘과공비례’가 문제됐던 적도 많았다. 또 모 씨는 “이 교육감은 지금 차분히 자신의 3선 교육감 업적을 정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생각해야 할 때다. 충북교육에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얼굴알리기에만 급급한 교육감과 간부들을 어떻게 좋게 볼 수 있는가. 오히려 도민들이 이를 문제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이 도지사 출마를 염두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행사장을 쫓아다닐까.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시간을 끌다가 정치철이 되면 입장을 밝힐 것인가. 도지사 출마여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만일 교육감이 도지사에 출마한다면 교육계의 정치적 중립이 깨질 것이다. 벌써부터 교육감에게 눈도장 찍기 위해 교육계 간부들이 줄서기를 하는데 출마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5월 주말마다 있었던 각급학교 동문체육대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에는 예년에 없던 충북학교운영위원장 연수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유치원·초·중·고 운영위원장 600명 정도가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학교운영위원장 연수는 교육관련 행사라는 게 도교육청 설명이나 왜 굳이 없던 행사를 만들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 교육감과 성영용 적십자충북지사 회장과의 관계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성 회장은 취임식 때 말하다 말고 이 교육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더니 지난 8일 단양에서 있었던 충북적십자봉사원대회에서는 격려사 중간에 이 교육감의 치적을 자세히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런 것들이 선거를 겨냥한 포석이 아닌가 바라보고 있다.

한편 이런 여론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은 통상적으로 해오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광역지자체이기 때문에 조직이 크다. 구성원만 해도 교사 1만2000명, 일반직 3000명, 무기계약직 7000~8000명 등 2만3000명 정도가 된다. 도지사는 도청만 관여하고 시·군은 단체장들이 알아서 하지만 도교육감은 도내 시·군 교육지원청 업무까지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행사가 많다. 행사는 관계자들이 수행할 뿐이고, 지역 행사일 때는 교육장이 수행한다”고 해명했다.

▲ 이 교육감은 17일 김광홍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 여론조사 결과 보니···
‘시사인’ 이시종: 이기용 35.9:24.9(%), ‘충청투데이’ 이시종:이기용 32.0:13.2(%)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을 상대로한 여론조사가 최근 두 곳에서 진행됐다.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충청투데이’다. ‘시사인’은 6월 15일자 기사에서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 서규용 전 농림부장관 세 명을 놓고 조사했다. 이시종:서규용은 39.4%: 33.5%, 이시종:이기용은 35.9%: 24.9%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잘 모름’.

그리고 ‘충청투데이’에서는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만 놓고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시종이 32%, 이기용이 13.2%, 나머지 잘 모름이 54.8%로 나왔다. 아직 지방선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다른 후보자들이 가세하겠지만, 현재까지는 두 사람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한편 이규석 새누리당 사무처장은 이기용 교육감 출마설에 대해 묻자 “만나본적이 없고 선거와 관련해 이야기 해본 적이 없어 할 말이 없다. 현직 교육감이라 선거 6개월전에 사퇴해야 하므로 그 때 가서 출마여부를 밝힐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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