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화, 교향곡, 동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작품 ‘승화’
사건을 기억하는 방법
노근리 사건을 처음 알린 것은 생존자 정은용 씨(92)다. 1994년 그는 세상에 실화소설 ‘그대 우리 아픔을 아는가’를 펴냈다. 1960년 정은용 씨는 노근리 사건의 기억을 갖고 있는 자신의 부인과 생존 피해자 몇몇을 대상으로 구술증언을 수집했다. 이러한 구술기록을 토대로 ‘미국정부의 공식사과와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주한미군배상사무소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노근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세상에 나왔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을 다룬 국내외 다큐멘터리, 장편 인권만화, 교향곡, 영화 등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청주 MBC방송국은 다큐멘터리 ‘노근리는 살아있다’를 제작해 생존피해자와 가해 미군병사의 증언과 사건 전반에 대해 기록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0년 만화로 제작돼 ‘노근리 이야기’ 1․2부가 완간했다. 1부는 이미 프랑스와 아탈리아에서 출간됐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은 2008년에는 노근리심포닉칸타타 ‘노근리여 영원하라’를 제작해 2010년 11월 초연됐다.
정은용 씨가 쓴 실화소설 외에도 노근리 사건을 전 세계에 알렸던 AP기자들이 저술한 ‘Bridge at No Gun Ri’가 있다. 이는 2009년 영화 ‘작은 연못’의 원저가 되기도 한다. 영화 ‘작은 연못’은 문성근, 문소리 씨 등 국내 유명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해 노근리 사건의 실상을 알렸다. 최근에는 노근리 태생의 소설가 이현수 씨가 문학동네에서 장편소설 ‘나흘’을 출판했다.
정 이사장은 “2000년 노근리평화연구소가 설치된 이후 학문적인 연구 외에도 일반 대중들과 교감하기위한 문화행사를 개최해왔다. 노근리 인권사진전, 만화전시회, 연극공연, 닥종이 작품 전시회, 음악회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도연맹 사건이 대중에게 인식된 사건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故 이은주씨가 죽는 장면이다. 박만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 충북대책위 운영위원장은 “당시 파급효과가 굉장히 컸다”고 설명했다.
보도연맹 사건은 2011년 선안나씨가 동화 ‘잠들지 못하는 뼈’를 내놓았다. 강내면 탑연리에서 67명이 집단학살된 사건을 다뤘다. 지역의 예술단체 예술공장 두레는 보도연맹 사건을 주제로 ‘귀동아, 방귀동아’를 무대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소설가 조갑상씨는 ‘밤의 눈’을 통해 한국전쟁의 광풍을 다루면서 보도연맹 사건을 부분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우선 교과서에 전쟁을 다룬 문학작품들이 기록돼야 하고, 이것들이 청소년들이 공부할 수 있는 재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문화기획자는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쓴 천문학적 군사비용을 헐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든 베트남 영화를 통해 오히려 몇 배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참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그 만큼 전쟁의 기억을 문화콘텐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