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괴산·증평지역 11개 업체 ‘중부생산자협동조합’ 발기
가격·공급·품질 안정화 모색…수익금 10% 지역 환원 계획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만큼이나 타격을 받은 곳이 골재업계다. 각종 원자재비 상승으로 생산원가는 올라갔지만 공급 과잉과 산발적인 개발현장에서 나오는 덤핑제품으로 인해 10여 년째 제품가격은 오르지 않고, 수요마저 줄어 생산을 중단한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시장상황에 골재업계가 최근 협동조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지속된 불황에 처분하지 못한 골재가 업체마다 쌓여 있다.
충북골재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청주·청원·괴산·진천지역 11개 골재업체가 최근 협동조합 설립에 합의하고 지난 16일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가칭 중부골재생산자협동조합은 오는 31일 충북도에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서류접수를 할 계획이다. 김학열 이사장은 “시장이 문란해지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질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해 시장건전성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의 권익과 수익증진, 지역사회 공헌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옥산산단에서만 300만㎥ 덤핑판매
청주·청원·괴산·진천지역 골재업체들은 최근 2년간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옥산산업단지 조성으로 발생한 골재가 유통됐기 때문이다. 한 업체 대표는 “업체(기계)의 규모에 따라 생산원가가 차이를 보이지만 25mm(지름) 골재 기준으로 9000~1만원 선이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이나 택지조성 등 개발지역에서 돌이 나올 경우 사업진행에 따른 부산물이기 때문에 싼 가격에 시장에 나온다. 생산원가 밑으로 나오는 제품과 경쟁할 수 없으니 차라리 생산을 중단한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준공예정인 옥산산단은 개발 초 거대 암반이 발견되면서 단지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암반을 제거하려면 발파작업을 해야 하고 공사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골재업체들에게도 재앙과 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인근 골재업체가 현장에 크러셔(쇄석기)를 설치하고 골재를 생산했다. 당시 납품가격은 1㎥당 7000~7500원선이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300만㎥를 생산해냈다. 이는 청주·청원지역 연간 수요량과 맞먹는 물량”이라며 “지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해 천안, 서해안까지도 납품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제품가격도 업계의 걱정거리다. 외환위기 당시 1㎥당 1만 1000원에 거래되던 25mm 골재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1만원에 거래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인건비와 유류비 등 제품원가를 결정짓는 요인들이 30%이상 올랐다. 하지만 200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때 9000원까지 판매가격이 내려갔고, 지금도 20년 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정위·기재부, 법적인 검토 끝내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가장 큰 원인이 개발현장에서 발생하는 골재의 덤핑 판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골재업체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강태경 골재협회 사무국장은 “일각에서는 업체들만의 이익을 위해 담합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개발현장에서 단기간동안 운영되는 업체의 덤핑물건들은 제품을 질을 담보할 수 없고, 이는 부실 레미콘, 부실 건설로 이어진다. 협동조합을 통해 개발현장의 제품들도 협동조합이 구매해 품질을 보증하고, 적정가격에 안정적인 시장 공급을 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질의를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중부골재생산자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골재를 공동으로 구매해 협동조합이 판매를 대행하는 형태로 구성될 계획이다. 지역 내 공급처에 일괄 공급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또한 골재협회 회원사와 기존 골재업체가 아니더라도 일시적이지만 지역 내에서 골재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둘 계획이다.

김학열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설립되면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골재업체에 대한 이미지도 향상시키고, 골재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정책 안내와 사업운영 지원, 자금조달을 위한 컨설팅 수행과 지원도 연계해 나갈 것”이라며 “골재 생산 후 훼손된 산림에 대한 환경보전사업은 물론 재난 발생 시 구재활동과 수익금의 10%를 지역에 환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부골재생산자협동조합이 조합설립에 성공한다면 골재업계에서는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된다. 다른 지역의 골재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주지역의 한 골재업체 관계자는 “지역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중부골재생산자협동조합의 당초 취지대로 제대로 운영된다면 충북 북부권도 협동조합 설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중부골재생산자협동조합은 6월 15일 설립허가를 받고 법인설립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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