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사라진 초등학교 운동회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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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사라진 초등학교 운동회 ‘아~ 옛날이여’
  • 신용철 기자
  • 승인 2013.05.22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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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마치거나 이벤트 회사에 맡겨 ‘치르기 식’ 행사 전락
전문가들 “학년별 운동회 등 방안 찾아 학생들 잔치 만들어야”

최근 청주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첫째 딸 운동회에 처음 다녀온 직장인 김모씨는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운동회가 오전 시간 안에 모두 끝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생각했던 어릴 적 풋풋하고 정겨웠던 운동회의 풍경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어릴 때는 마을마다 천막치고 솥단지 걸어놓고, 어른들은 국밥과 수육에 소주 한잔하시고, 아이들은 자기 동네 천막에서 점심 먹고 또 게임하고... 마지막에 하이라이트는 카드섹션이었는데 이거 하나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수업은 오전수업에 모두 몰아하고 오후부터 연습해서 해가 져야 집에 돌아간 기억이 나요. 그런 추억 때문인지 요즘 아이들 운동회는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이더라구요.”

학생 수 많아 오전·오후 나누기도

최근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는 예전처럼 운동장 구석구석에 돗자리 펴 놓고 각자 집에서 해 온 김밥과 음식 먹던 풋풋함과 정겨움은 없어졌다. 보통 점심 전에 모두 끝나거나 이후에 운동회가 이어져도 학교에서 급식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싸오고 싶어도 ‘음식물 반입 금지’를 요구하는 학교도 많다고 한다. 그러기에 김밥 도시락 먹으면서 친구들이랑 돌아다니던 풍경은 찾을 수 없을 뿐더러 학교 정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솜사탕, 달고나, 번데기, 뽑기 등 사람 냄새 나는 풍경도 찾기 힘들어졌다.

▲ 초등학교 운동회가 옛날처럼 풋풋함과 정겨움이 없어 아쉽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행사의 주인 되는 운동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맞벌이 직장생활로 바쁜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해 줘서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그래도 김씨는 못내 아쉬운 기색이다.

“이렇게 치르기식으로 하는 운동회는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번 운동회에 학부모와 아이들로 바글바글 하지만 참 재미없었습니다.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행복하지 않은 운동회였어요. 내 주변 학부모들 중에는 이런 운동회에 대해 아쉬워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청주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저학년은 오전, 고학년은 오후에 운동회를 치렀다. 지금은 워낙 학생 수가 많아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측의 입장이다.

학교 측 한 관계자는“이틀에 나눠하던 운동회를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고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올해부터 오전 오후로 나눠 운동회를 치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이벤트 회사를 불러서 흥미롭게 잘 이끌었다. 터널지나기, 풍선 여러 개 물어서 기둥세우기 등 굉장히 재미난 프로그램도 많았고 흥미위주로 학부모들과 같이 참여하는 달리기나 여럿이 단합을 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는 운동회가 평일에 치러져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운동회를 평일 오전에 하기 원하는 학부모들도 많았고 휴가를 내서 운동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운동회에 관심이 많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운동회 좋은 사례 보여준 동화초

반면 청원군에 위치한 동화초의 운동회 경우는 신선함을 넘어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서 특이(?)하기까지 했다. 여느 학교에서 진행하는 치르식 운동회를 넘어 굴렁쇠, 제기차기, 긴줄넘기, 비석치기 등 옛날 전통놀이 방식으로 운동회가 운영되고 있었다.

최근 이 학교에 전근을 온 한 교사는 “동화초는 이전 학교에서 하는 운동회와는 달리 특이하게 운동회를 하고 있었다. 일반 학교에서 하는 운동회를 지양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회를 만들어 참 되고 바람직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운동회는 휴일인 노동자의 날에 잡아 90% 넘게 학부모 참여도도 있었다고 이 교사는 전했다. 운동회는 강강술래, 대문놀이(‘우리집에 왜 왔니’로 시작하는 노래) 등과 전통놀이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함께 어울렸으며 오전 9시경에 시작해 3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 눈 여겨 볼 점은 무엇보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운동회 한 달 전에 협의를 해서 지난해에 했던 놀이 중 좋았던 것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제하는 데 있다. 물론 어쩌면 일반 학교에 비해 10분의 1정도 작은 규모의 학교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으나 동화초의 운동회 사례를 통해 일종의 작은 대안도 제시 할 수 있기에 눈여겨 볼 점이기도 하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교사는 “우리 학교는 아이들 교육에서 협동하고 협력하는 것을 지향하며 경쟁적인 요소는 빼려고 노력한다. 교내대회나 시상도 가급적 빼고 최소화해서 아이들이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교육적인 본질에 충실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도시의 초등학교에서 치르기식 운동회를 지양하고 보다 나은 운동회로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는 “운동회는 학생들이 행사의 주인이 되어 하는데 요즘 운동회를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구경꾼이 되어 버리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제 한 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회를 학년 단위로 규모를 줄여 각 학년별로 운동회를 치루거나 그것이 힘들다면 공설운동장을 빌려 단체로 하고 프로그램도 놀이마당 쪽으로 모든 학생이 참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보다 닷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비봉초 이동갑 교사도 “운동회를 굳이 전교생이 함께 치러할 것이 아니라 체육과정의 일환으로 학년별로 치룰 수도 있다”며 “운동회가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의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학년별로 얼마든지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이어 “요즘 운동회는 학생들에게 한 두 경기하고 운동장에 앉혀서 고문하는 느낌마저 든다”며 “학생들에게 정말 운동회 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보여주기 형태가 아닌 학생들이 정말 운동장에서 부모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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