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C-컬처포럼’ 창립식에서 ‘청주의 문화정체성’ 토론
청주·청원통합 행정적 통합 아닌 정체성 통합돼야···통합시 출범전 정립필요
청주와 청주사람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어려우면서도 쉽고, 쉬우면서도 어려운 얘기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은 지난 4월 30일 ‘C-컬처포럼’ 창립식에서 ‘청주의 문화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첫 포럼을 열었다. ‘C-컬처포럼’은 문화와 산업, 예술과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문화생태계를 목표로 출범한 네트워크. 이날 포럼은 청주·청원 통합을 앞두고 지역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정립해보자는 차원에서 열렸다. 오는 6월에는 청원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같은 주제로 다시 한 번 포럼을 연다는 것.

김승환 충북대 교수 “보수적이나 저항적이고 진보적”
김미숙 청주대 교수 “특산품·인물면에서 강한 이미지 없어”
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 “직지에 현재와 미래 그려넣어야”
오선준 청주예총회장 “획일적 교육으로 교육도시 이미지 쇠퇴”
“청주만의 문화와 전통 유지하려고 해”
김승환 충북대 교수의 기조발제와 오선준 청주예총 회장, 김미숙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의 토론을 종합해볼 때 그동안 청주의 이미지는 단조롭고, 이렇다할 특색이 없으며, 다소 폐쇄적이라는 게 공통적이다. 그리고 청주사람들은 ‘아니오’라는 직설법을 사용하지 않고 모호하게 대답하고, 속을 드러내지 않으며 타자의 문화와 관습을 용인하려 하지 않는 보수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실제 많이 듣는 말이다. 이런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김승환 교수는 “청주는 문화적 단일성을 지향한다. 다문화주의를 배척하고 가능하면 청주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시대에 다문화와 문화다양성, 복합문화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청주문화는 청주문화만의 본연지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다른 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해야 새로운 문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융복합이 대세인 이 시대에 청주만의 문화를 고집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 교수는 내륙적 기질, 결곡순박성, 저항성, 순리순응성, 규범성, 중용과 균형감 등이 청주의 기질적 정체성이라고 보고 있다. 또 실체적 정체성은 충청인이라는 자긍심, 양반의식, 노론의 전통, 충성과 효 지향의식, 불의에 항거하는 정신, 교육의 도시, 역사문화적 자부심, 직지의 고장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느림의 미학, 기다림과 순차성 등이라고 열거했다. 다만 직지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은 지난 1984년 흥덕사지 발견 이후 급속하게 청주인들의 의식에 자리잡았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청주사람들은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저항적이고 진보적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신채호나 손병희, 신규식 같은 저항과 혁명의 증인들이 이를 입증한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청주시에서 공식화한 정체성은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문화예술의 도시’ 그리고 ‘금속활자인 직지를 모티브로 한 세계인쇄문화의 발상지’이다. 청주의 자랑 10선은 직지, 상당산성, 가로수길, 무심천 등이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이와 연결해 청주시 연상이미지를 교육도시, 가로수길, 직지, 깨끗하다, 무심천, 상당산성, 문화예술도시 등으로 요약했다.
“특화된 대학없어 교육도시 이미지 弱”
김미숙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주의 문화정체성에 대해 성인층집단과 젊은층집단으로 나눠 조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설문조사를 자세히 분석해 오는 6월경 한 권의 책으로 낸다. 이 날 발표는 이 조사의 한 부분. 그는 “성인층집단은 청주시 인상에 대해 긍정적 단어로 깨끗·조용·정돈·한적·평화·푸근 등을 사용했고, 부정적 단어로 보수적·답답·활력소 부족·특색없음·정치적 영향력 없는 곳·멍청한 지역·서울의존성·편협성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현 청주시의 이미지를 잘 대변하고 있다. 지역 지도자들은 통합 청주시를 신수도권시대 중심도시로 도약시키려 하나 시민들에게는 아직까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설문에 답한 내용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청주시의 이미지이다.
김 교수는 “청주는 한 번도 역사상 중심이 된 적이 없었으나 완전한 변방은 아니었다. 청주는 無개성이 개성인 지역이고 특산품·인물면에서 강한 이미지가 없다. 직지도시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교육도시 이미지도 특화된 대학이 없다는 점에서 부족하다”면서 “청주시내 대학이 창립 당시 유명했던 점을 살렸다면 교육도시 브랜드를 갖출 수 있는 밑바탕이 됐을 것이다. 예를 들어 충북대는 농대, 청주대는 상대, 서원대는 사범대를 육성했어야 했다. 지금은 청주에서 교육을 받아도 확실하게 얻어갈 브랜드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직지의 가치는 유형의 문화요소이고 정체성 구성요소일뿐 청주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직지가 1377년이라는 연도와 흥덕사, 백운화상만 언급했지 그 전후의 시간·공간·사람 이야기는 없으므로 이를 찾아 씨줄과 날줄로 엮자는 것이다.
그는 “청주의 정체성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직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너무 과거중심적으로 접근해왔다. 이를 정체성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직지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되 현재와 미래를 그려야 한다. 그리고 직지의 탐구영역을 금속활자에 맞췄으나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직지의 가치는 금속활자본 자체보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빛과 소금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직지가 담고 있는 내용적 가치가 정체성 구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적 가치 담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주는 이인좌의 난 굴레에 갇혀있다. 이를 재해석하지 않으면 청주문화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 고정관념을 해체해야 청주 정체성에 대한 분석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문화정체성은 만들어진 게 아니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선준 청주예총 회장은 청주가 일찍이 교육을 중시했다는 증거가 용두사지철당간 명문에 나오나 획일적인 교육이 이뤄지면서 교육도시 청주는 쇠퇴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청주·청원은 행정적 통합만이 아닌 정신과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정체성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 청주시 출범전에 더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체성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이 바탕위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