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편집국장 인사 거부, 회장 퇴진 촉구, 제작거부는 일단 유보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가 1일 단행된 인사를 전면 거부키로 하고 인사 대상이 됐던 편집국 간부들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자 신문 1면에는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비대위의 성명서가 게재됐다.

앞서 장재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비대위는 장 회장의 회사 자금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에 나설 것을 논의하는 비상총회를 개최했다.

▲ 한국일보 편집국장 임면 신임절차 투표를 알리는 안내문과 노보.

한국일보지부는 1일 밤 성명을 내어 “1일 기습적으로 자행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편집국 인사를 거부키로 했다”며 “편집국장 이하 편집국 전 간부는 이번 인사와 무관하게 기존 체제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2일자 아침신문 1면에 그대로 게재됐다. 이영성 편집국장은 1일 단행된 인사에서 창간60주년 기획단장으로 발령난 바 있다. 한국일보 사측은 이후 판갈이 과정에서 이 부분을 도려내고 신문을 내보냈으나, 1만5000부 가량의 신문은 그대로 배달된 것으로 회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비대위는 성명에서 “장 회장은 불법적 방식으로 한국일보 지분을 취득한 뒤 한국일보의 자산을 빼돌리고 한국일보에 2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장 회장이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인적방어망을 구축하려는 간계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1일 하종오 전 사회부장을 편집국장에 임명하는 등 주요 부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부는 “장 회장은 노사가 합의한 ‘한국일보 편집강령규정’ 조차 일방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편집국장 임명 시 5일 전에 내정자를 조합과 편집평의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노조 구성원과 비노조원, 편집국과 비편집국 구성원 등으로 구성되는 비대위는 2일 오전 비상총회를 개최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장 회장은 문제의 ‘200억원’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던 2011년, 자신의 자산을 팔아 이를 되갚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 한국일보 5월2일자 1면에 실린 비대위 성명서.

한편 지난 6일 한국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이 투표 결과 압도적인 비율로 이영성 편집국장 경질 인사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영성 국장은 회사의 인사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고, 한국일보 기자들은 회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6일 오후 비상총회를 열어 지난 3일부터 6일 오후 12시까지 실시한 이영성 편집국장 보직해임 거부투표 결과 98.8%의 편집국 구성원들이 이영성 편집국장의 해임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노사가 지난해에 마련한 편집강령규정(제8조6항)은 “편집국장이 편집강령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인사권자가 취임 후 1년 이내에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했을 경우 편집국원 재적 3분의2 이상이 반대하면 인사권자는 편집국장에 대한 보직 해임을 철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영성 편집국장은 편집국 구성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총회에서 이 같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마이크를 잡고 “회사가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노조, 또 편집국 여러분들과 대화를 거부한 채 계속 불법적이고 부당한 자세를 고집한다면 저는 기자 여러분들과 함께 지금처럼 단호하고 완강한 투쟁의 대열에 설 수밖에 없음을 밝혀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인사에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회사 압박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신임 부장들은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와 일을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서 편집국장으로 승진한 하종오 사회부장을 비롯한 간부급 인사들은 현재 따로 모여 편집회의를 하는 등 사실상 ‘이중 편집국’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는 기자들에게 이들의 전화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는 행동요령을 전달한 바 있다.

편집국 구성원들은 이 같은 투표 결과와 함께 △기존 인사안 철회 △회장, 사장 등 인사 책임자의 사과 △인사 사태 이후 지면 제작에 차질 빚게 한 회사 관계자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편집강령 규정 보강 및 편집권 독립 보장 등의 요구사항을 사측에 전달했다.

사측은 이번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측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작년 5월1일 발령이 나면서 이영성 국장 체제로 바로 신문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노사가 (편집강령에) 사인한 건 5월8일”이라며 “실제 이영성 국장은 해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임 후 1년 이내’라는 규정에도 어긋나고,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일보 노조, 장재구 회장 200억 상당 배임혐의 고발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는 지난달 29일 한국일보 사옥 매각과정에서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며 ‘배임’혐의로 장재구 회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일보는 지난 2006년 9월, ‘900억원+α’에 창간 당시부터 머물러 왔던 ‘중학동 14번지’ 사옥을 한일건설에 매각했다. 당시 워크아웃 중이던 한국일보는 사옥을 포함한 이 일대 부지 5600평을 재개발해 800~1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일보는 매각대금 900억원에 더해 당시 새로 들어설 건물(현재 트윈트리)의 2000평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와 싼 값에 2000평을 추가로 빌릴 수 있는 권리, 새 건물에 내걸 제호·전광판·현수막의 소유·게시권을 얻는 조건을 확보했다. 그러나 한일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10년 7월 중학동 부지는 푸르덴셜 계열 펀드회사인 프라메리카에 재매각됐다.

같은 해 12월 건물 완공 직후, 한국일보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한일건설 측은 14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그달 안에 치르라고 요구했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한국일보가 납입기한을 맞추지 못해 우선매수청구권이 무산되면서 시세차익은 물론, 끝내 ‘중학동 14번지’로의 복귀도 물거품이 됐다.

매각 계약 당시 한국일보는 트윈트리 3.3㎡당 700만원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건설은 이를 3.3㎡당 1680만원에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20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당시 한국일보와 한일건설 경영진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2011년 노조가 ‘중학동 14번지’ 복귀 무산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자, 장 회장은 개인 자산을 처분해 200억원을 돌려 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장 회장은 그해 6월말과 9월말로 약속했던 납입기한은 물론,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200억원을 납입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 발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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