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감금, 생마늘·청양고추 먹이기, 각목 폭행 등 만행 드러나

제천의 한 아동 양육시설에서 수용된 고아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제천시 ○○동 소재 A영유아원은 ‘벽안의 어머니’로 불린 미국 여 선교사가 설립한 고아원으로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했을 만큼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A영유아원은 수용된 아동들을 지속적으로 감금하고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학대와 폭행을 주도한 박모 원장(51·여)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감독기관인 제천시와 충북도에 시설장 교체와 지도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 제천시 소재 고아 수용시설인 A영유아원이 13년 동안 수용 아동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폭력과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들은 영유아원에서 생활한 4~18세 아동 52명을 관행적으로 체벌하고 가혹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수용된 고아들에게 마늘이나 고추를 강제로 먹이고 독방에 가두는 등 파렴치한 인권유린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수용된 아이들 중 밥을 늦게 먹거나 욕설을 하는 어린이에게는 체벌 차원에서 생마늘이나 청양고추를 먹였고, 먹다가 음식을 토하면 토사물까지 강제로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심지어 3층 외진 방에는 ‘타임아웃방’이라는 2평 규모의 독방을 차려놓고 체벌 대상 아동들을 몇 시간에서 몇 개월까지 가둬두는 등 성인들 사회에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온갖 인권유린과 만행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인권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승진한 박 원장은 사무국장 시절부터 인권위 조사 때까지 아이들을 각목으로 구타하는 등 폭력을 일삼았고, 직원들에게도 나무나 플라스틱 막대로 아이들을 때리도록 지시했다.

부원장 며느리인 이모 교사(42)는 아동이 소변을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코니 난간에 혼자 세워두는 위험한 체벌을 가했으며, 몽둥이로 아이들의 머리를 수시로 폭행하기도 했다. 나머지 6명의 교사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 아동들에 대해 밥을 굶기거나 대걸레로 폭행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처럼 참혹한 수용 생활 속에서 피해 아동들은 극심한 공포와 정신적 외상에 시달려 왔다. 인권위와는 별도로 실시된 경찰 조사에서 피해 아동들은 “3개월 동안 벽만 바라보고 지내왔으며, 자살을 생각했다”거나 “화장실을 못 가게 해서 식사 시간까지 소변을 참았다”는 등 피해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영유아원의 폭력적 수용 행위는 특정 영유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 시설은 영하 10도씨를 넘나드는 한겨울에도 아동들에게 온수를 공급하지 않았다. 베개 등 생필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생활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용돈까지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시설의 설립자이자 전임 원장인 B씨(77·여)도 이 같은 인권 유린 행위를 모두 알고 있었고, 감독기관인 제천시도 일부 가혹행위를 확인했지만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설립자와 시의 묵인 속에 A영유아원의 아동 학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동안 A영유아원은 제천시민의 긍지요 자랑이었다. 뜻 있는 시민들은 금품 후원과 자원봉사로써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그런 A영유아원이 인권 유린의 온상으로 드러나자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민 김모 씨(32·여)는 “A영유아원이 50여 년 동안 오갈데없는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왔다는 언론보도를 여러 차례 접하며 이 시설이 제천에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꼈다”며 “하지만 이번 인권위 발표를 접하고 나니 마치 내 딸아이가 학대를 당해 온 것처럼 분노와 배신감이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에서는 이번 A영유아원 원생 학대 사건을 계기로 지역의 사회복지 수용 시설 등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정신지체 장애학생 수용시설인 C학교는 수년 전부터 수용 학생들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을 의심할 만한 각종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은 감독기관이 제천시가 아닌 충북도여서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는데다가 언론이 접근하는 데도 어려움이 커 의혹만 난무할 뿐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제천시와 충북도, 인권위 등 관계기관이 지역 소재 어린이·청소년 수용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