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 다음카페 ‘청주제일교회사랑’ 운영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
운영진 “표현의 자유였다”반박…원인은 세광학원 둘러싼 갈등폭발
학원문제로 갈라진 교회 수면위에 떠오른 사건은 담임목사를 비방한 평신도들이다. 하지만 수면아래 가라앉은 진실은 1949년 설립된 학교법인 세광학원을 둘러싼 갈등이다. 기장교단 충북노회와 학교 측, 청주제일교회 일부 교인들은 학교문제를 놓고 분리되고, 서로를 고소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한 때는 한 몸과도 같았던 이들은 봉사하는 정신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지원해왔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기독교 사학의 정체성은 어떻게 해석돼야 할까.
실제 기독교 사학이지만 재정부분은 교과부에서 운영비를 전액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뒤늦게 설립자로 나선 충북노회 소속 목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오히려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개방형 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적인 논리에 맞는 것일까. 명문사학 세광학원을 놓고 각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차에 대해 2013년 5월의 현재를 기록한다. /편집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청주제일교회 평신도인 A씨는 몇 년 전부터 담임목사 B씨의 독단적인 교회 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우선 비판적인 글을 교회 내부 홈페이지와 청주제일교회가 속해있는 기장교단의 충북노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번번이 삭제됐고, A씨는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을 느끼고 인터넷 카페 ‘청주제일교회사랑’을 2005년 다음포털사이트에 열게 된다. 이 카페에는 주로 B목사의 제왕적 통치 방식 및 학교법인 세광학원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비판글이 올라왔다.
B씨는 “카페를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했다. 한쪽의 주장만을 게재하는 게 아니라 반대하는 의견도 함께 실었다. 인터넷 카페이다보니까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고 쌍방 간에 욕설도 종종 올라왔다”고 말했다.

비방글 23건 고소
그런데 최근 A씨는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 담임목사인 B씨를 비롯한 충북노회 소속 목사와 전도사 총 9명에게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과 모욕’혐의로 지난 3월 고소를 당했다. 자유게시판에 올린 총 23건의 글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의 고소인이자 충북노회 목사인 C씨는 “목사는 소문으로 죽고 사는 사람들이다. 비방 내용이 지나쳐 고심 끝에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23건 외에도 비방내용이 많았지만 변호사를 통해 일부 내용만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추가 고소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청주제일교회사랑 카페 운영진 A씨를 포함 2명이 최근 고소를 당한 것은 단순한 목사 비방 건이 아니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청주제일교회와 학교법인 세광학원의 특수한 관계 때문(상자기사 참고)에 벌어진 갈등이었다.
A씨를 고소한 충북노회 목사들은 “이쾌재 제일교회 전 담임목사가 20년 넘게 세광학원 이사장을 해오면서 학교를 사유화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설립자인 충북노회가 이사진에 참여해 학교의 공공성을 살리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A씨를 비롯한 제일교회 일부 교인들은 “세광학원이 지금까지 잘 운영돼 왔다. 앞으로도 학교가 독립성을 갖고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충북노회 목사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운영진의 일부 글이 표현의 수위를 지나치게 됐고, 고소까지 당하게 된 것이다.
세광학원 문제로 교회 갈라져
결국 공식적으론 충북노회 목사들은 정관 시행세칙에 따라 세광학원 이사진에 실질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부 교인들은 목사들의 이사진 참여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충북노회 목사들은 지난해 이쾌재 목사가 이사장을 퇴임한 뒤에는 ‘세광학원 현안대책 전권위원회’를 만들고 이러한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 청주제일교회사랑 다음카페에는 129명이 가입돼 있고, 운영진에 따르면 제일교회나 충북노회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5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주제일교회의 등록교인은 600여명 정도이나 실제 출석인원은 이보다 적다.
세광학원 놓고 뒤늦은 설립자 논쟁
제일교회 교인들이 헌납해서 세운 학교
충북노회가 설립자로 62년만에 명문화돼 
당시 청주제일교회 교인들은 재산을 헌납하고 십시일반 헌금을 모아 학교를 세웠다. 해방 전후 세워진 학교에는 교사도 마땅치 않았다. 초창기에는 제일교회 신도들이 적은 보수를 받고 봉사차원에서 교사로 헌신했다. 그리고 제일교회 교인들은 나이가 들어 장로가 됐고, 학교에서 교감과 교장을 맡게 된다. 지금까지 세광중학교와 세광고등학교에서 배출한 역대 16명의 교장, 교감 가운데 제일교회 출신은 14명이 된다.
그런데 보통 사학의 경우 설립자 개인이 막대한 돈을 내놓아 탄생하게 되지만 기독교 사학의 경우 설립자가 좀 애매하다. 다수의 신도들이 십시일반 헌금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세광학원은 2011년 7월 정관을 개정하면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교단)의 충북노회가 설립자로 명문화된다. 학교가 설립된 지 62년 만의 일에 설립자를 공식화한 셈이다. 구연직 목사가 세광학원 설립당시 충북노회장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굳이 따지자면 구연직 목사가 학교가 세울 당시만 해도 한국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하나만 있었다. 1953년 예장교단과 기장교단으로 분리되고, 이후 예장교단 또한 통합과 합동으로 분리돼 현재는 한국교회에 200여개의 교단이 존재하고 있다. 여하튼 충북노회가 설립자로 명문화되면서 이때부터 세광학원의 이사회 구성에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한다. 현 이사회 가운데 충북노회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이사회는 표결에 부쳐 이를 불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