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세권개발 오를 데로 오른 땅값 제 발목 잡아
비싼 땅값, 개발 믿고 담보 대출받은 원주민 빚더미
지역경제발전의 기대주였던 오송역세권개발이 취하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으로 전락했다. 10여 년간 재산권을 침해당한 주민들은 충북도의 무책임함에 성토하고 있고, 명쾌한 해결책이 없는 충북도는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충북도의 공영개발 추진을 요구하지만 충북도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못한다. 최소 3100억원 이상이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용할만한 개발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까지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8년간 오송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해왔다는 한 중개업자는 “2000년경에는 오송역세권에 포함된 논밭의 경우 3.3㎡당 1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금은 60만~65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고, 택지의 경우는 20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2000년 택지의 실거래가는 30만원대였다.
30만원하던 땅이 200만원
물욕은 인간의 본성이다. 제 땅 값이 높이 평가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일각에서는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개발지역의 지가가 현재 수준에 이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제때 개발하지 못하고 지가도 관리하지 못한 충북도가 책임질 일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지 주민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주민대책위는 지난 10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역세권개발이 공영개발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을 우롱한 도지사와 관계공무원들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책위는 또 “주민은 지역 발전을 위해 도의 정책만 믿고 2005년부터 온갖 손해를 감수해 왔다”며 “도는 무능력으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자 엉뚱하게 주민 핑계를 대면서 사업 백지화의 꼼수를 쓰고 있다”고 일갈했다.
주민들은 지난 10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오송역세권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빚 때문에 수십년을 부쳐온 땅을 남에 손에 넘기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땅을 매매하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변하고 땅값은 올라갔다. 예전에는 돈이 필요해도 없으면 안 썼는데 땅값이 올라 은행에서 대출을 더 해주겠다고 하니 철모르고 가져다 썼다. 어차피 나중에 개발되면 팔아서 변제할 생각이었는데 은행 빚은 불어나고 개발은 기약도 없이 늦어지다 보니 이자 때문에 또 빚을 내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뿐만 아니다. A씨는 빚더미에 쌓인 이웃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개발은 못하고 주민들 갈등만…
주민들 간 갈등도 야기됐다. 고심하던 충북도가 역세권 개발면적을 162만3000㎡에서 50만1000㎡로 줄이는 과정에서 이에 찬성한 주민들과 반대한 주민들 간에 반목이 생긴 것이다. 물론 축소를 찬성한 주민들은 축소한 후에도 자신의 땅이 역세권개발구역에 포함된 주민들이다. 개발면적 축소로 제척된 한 주민은 “도가 추진하면서 잘못한 것을 주민들에게 감수하라는 것이냐. 인근 토지의 경우 역세권 개발때문에 땅을 산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충북도가 역세권개발을 한다고만 했지, 실제 역세권개발에 민간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십분 이해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민들의 무리한 보상가 올리기가 개발을 막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송역세권개발구역 가운데 오송리는 대부분 택지고, 궁평리는 대부분 전답이다. 오송역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두고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개발이 예고된 후 논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조경수와 과실수 등 나무가 촘촘히 심어졌다.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토지주들이 심어놓은 곳이다. 10년 전부터 개발이야기가 돌다보니 나무들의 수령도 제각각이다. 발 빠른 주민들은 오래 전 나무를 심었고, 이제 갓 심은 나무들도 눈에 띄었다. 어떤 토지에는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나무를 촘촘히 심어놓았다. 줄자로 재어보니 나무와 나무사이의 간격이 40㎝밖에 되지 않았다.
택지가 많은 오송리는 비슷비슷한 조립식 주택이 줄을 서 있다. 대부분 2005년 오송신도시 기본계획이 발표된 직후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 상당수지만 거주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어질 보상에서 높은 보상가를 받기 위한 방법으로 지은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날림 건축물과 나무 심기, 살림에 보탬 되나?
행위자에겐 도움 안 되고 시행자에겐 부담만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날림 건축물과 나무다.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한 잘못된 관행이다. 그렇다면 실제 재산 증가 효과는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주)대화감정평가법인 김순구 대표는 “지장물은 공공사업시행지구 안에 토지에 정착한 건물이나 시설, 농작물 등으로 사업시행자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다. 지장물에 대한 보상은 건물이나 나무의 가치가 아니라 이전비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장물에 대한 평가는 건물의 경우 어떤 구조인지, 이동이 가능한 건물인지, 견고한 건물인지에 따라 이전비가 달라지고, 수목의 경우 수령이나 종류에 따라 이전비용이 책정되지만 건물의 경우 건축비 이상을 받기는 어렵고, 수목의 경우도 큰 수익성을 내지는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물은 건축비에서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잔가와 이전비용 중 낮은 금액이 지급되고, 수목도 취득비와 이전비 가운데 낮은 금액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행위는 토지주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사업시행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