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료출신 찾기 힘들어… 공무원들 “관료가 단체장 되면 피곤” 여론도
지키지도 못할 공약 우루루 쏟아내, 사업부진·재원부족으로 중단 일쑤

1995년부터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면서 공무원 출신들의 도전 및 당선이 두드러졌다. 충주시의 민선 5기 시장은 이종배(56)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이다. 이 시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충북도 총무과장과 청주부시장, 충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했고, 충주시장에 도전하기 전 행안부 제2차관을 지냈다.

그는 2011년 10월 재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재선거가 실시된 것은 7대 우건도(64)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충주시는 우건도·김호복·이시종 전 시장이 모두 관료출신이고, 한창희 전 시장만 유일하게 정당인 출신이다.

▲ 지난 3월 28일 열린 충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종배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사업이다.

최명현(62) 제천시장도 관료출신이다. 최 시장은 제천시 기획담당관과 사회복지과장을 역임했다. 민선 1~2기 제천시장을 지낸 권희필(78) 시장도 제천군 부군수 등을 지냈다. 단양군은 역대 및 현직 군수 모두 관료출신이다. 민선 4~5기 김동성(65) 현 군수, 민선 2~3기 이건표(68)·민선 1기 정하모(74) 전 군수 등은 모두 단양군청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임각수(65) 괴산군수 역시 공무원 출신이다. 임 군수는 대통령 비서실 총무관리과장과 행정자치부 국장을 역임한 뒤 지자체장에 도전했고, 2006년부터 괴산군을 이끌고 있다. 민선 3기 군수를 지낸 김문배(65) 전 충북도 사회복지과장, 민선 1~2기 군수를 지낸 김환묵(76) 전 군수 역시 공무원이었다. 남부 3군에서는 민선 1기 박완진(75)·민선 3기 손문주(76) 전 영동군수, 민선 1~2기 김종철(78)·민선 3기 박종기(73) 전 보은군수 등이 공무원 출신이다.

행정경험 풍부하나 조직쇄신 한계

공무원 출신들이 자치단체장을 맡으면 풍부한 행정경험을 앞세워 체계적인 행정을 펼친다는 의견이 많다. 또 중앙부처 출신일 경우 폭넓은 인맥을 통해 예산확보와 사업추진이 원활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이에 반해 조직개혁과 쇄신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할 개혁이 내부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다양한 출신들이 시정을 이끌었을 때 공직내부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종배 충주시장도 큰 문제는 없으나 눈에 띄는 것도 없는 무난한 시정을 펼치고 있다는 평이다. 이 시장 역시 행정관료 출신이라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공무원 조직 내에서 관료출신이 당선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직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피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6월 4일 실시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공천제 폐지가 지역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민선 자치단체장이 나오면서 선거 때마다 수많은 공약들이 쏟아진다. 민선 5기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종배 충주시장은 6개 분야 98개 공약사업을 약속했다. 대표적인 공약은 동량대교 조기 건설, 용산상가 철거 및 공원화, 메가폴리스 조성, 충주천 생태하천복원사업,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성공개최 및 관광자원화 등이다. 공약실천추진상황에서 어린이테마파크조성과 복합문화체육센터 유치 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명현 제천시장은 7개 분야 59개 공약을 내세웠다. 제2산업단지조성 및 우수기업유치, 비봉산 관광모노레일 설치, 청풍호 자드락길 조성, 한방음식 브랜드 육성 등이다. 하지만 비봉산 관광모노레일 사업은 사전 타당성 검토도 안하고 안전검사 없이 시설물을 운행했고, 위탁 사용료 역시 터무니없이 낮게 산정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자드락길 두 번째 코스인 ‘정방사길’ 일부가 폐쇄 위기를 맡고 있으며, 금수산 녹색관광마을 조성사업은 ‘사업부진’으로 평가받았다.

재임기간 너무 많은 사업 벌여

그리고 김동성 단양군수는 4대 분야 45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양읍소재지종합육성사업, 자원순환특화산업단지조성, 농촌체험마을육성, 지방상수도 전환사업, 온달테마공원 확대 등이 대표 공약사업이다. 그러나 자원순환산단 ‘부지매입 승인 건’이 군의회에서 부결, 군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단양지역 여론이 양분됐다. 2010년부터 추진된 자원순환산단 조성은 김 군수의 핵심공약사업이었다.

단양군 매포읍 상괴리와 가곡면 여천리 32만 9083㎡ 부지에 조성키로 했던 이 산업단지에는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체와 원료 재생업체 등이 유치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오염을 우려한 단양군의회의 반대가 계속된데다 사업 지연에 따라 정부 예산마저 삭감되면서 김 군수는 이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5대 분야 41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와 산업단지 조성 등을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감곡역세권개발계획은 KDI(한국개발연구원)의 타당성 재조사로 지연되고 있으며, 지역 농특산물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은 관광 인프라의 절대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약으로 내세운 신재생에너지산업 박람회 개최도 숙박, 음식점 등 편의시설과 세미나, 교육 등 행사기반기설 부족으로 착수되지 못했다.

또 임각수 괴산군수는 광역친환경 농업단지 조성, 감물가구산업단지조성, 전통시장 환경개선, 간선도로망 확충 등을 군민들에게 약속했다. 이 중 감물가구산업단지조성은 산업단지 지정이 해제돼 추진이 어렵게 됐고, 문화예술회관 건립은 군의 재원 등의 이유로 미착수했다.

각 자치단체는 부진 및 미흡으로 분류된 사업에 대해 부진사유와 문제점 등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며, 분기별 점검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4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자치단체장의 공약은 크게 지역개발과 문화관광, 복지, 교육, 농촌사업 등으로 요약된다. 이 사업 중 전임 단체장이 추진한 사업과 연계돼 이뤄지는 경우도 많고, 단절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추진사업이 존폐를 거듭하는 것이다.

이제 내년 지방선거가 1년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공무원 출신들의 대거 출마가 예상되는 속에 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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