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충북대 의대 교수 ‘싸움은 지금부터’
암치료제 개발 넥시아 측으로부터 영업방해 혐의로 피소

“완치율 70~80%라면 노벨상 받을 일…파동요법 등 사기”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충북대병원 한정호 소화기 내과 교수가 이를 개발한 단국대 대학원 최원철 교수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데 이어 최 교수 외 다섯 명으로부터 비슷한 혐의로 추가 고발당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의료와 사회’라는 블로그를 통해 부정확한 의료정보와 잘못된 의학상식을 비판해 왔다.

특히 그는 블로그에서 지난 2008년부터 ‘넥시아’의 여러 행적(?)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최근 최 교수 측으로부터 명예훼손과 함께 ‘넥시아’ 판매에 지장을 줬다는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 고발을 당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그리 전투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걸어온 싸움을 피하는 성격도 아니다. 최원철 교수가 나를 고발 안 했다면, 생업이 바빠서 큰 선물들까지 준비하지는 않았을텐데 덕분에 요즘 열심히 이것저것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내로 최 교수와 넥시아에 대한 다양한 선물들이 나올테니 기대해도 좋다”고 심경을 밝혔다.

지난 25일, 충북대병원에서 진료로 바쁜 한 교수가 점심 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인터뷰는 그의 연구실에서 짧게 진행됐다.

▲ 충북대병원 한정호 소화기 내과 교수가 최원철 교수의 암환자 혈액사진이 조작이라며 말하고 있다.

- 최 교수 측으로부터 고소·고발 당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의 영리를 위해서가 아닌 환자와 일반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학지식을 전달하고 사이비 의료 행태를 고발하는 공익적 활동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란 성립 될 수 없다. 내가 글을 통해 거짓말을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팩트를 가지고 공익적 목적에 부합된 글을 쓰고 있는데 명예훼손은 말도 안 된다.

사이비 의료 때문에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지 않나. 나는 최 교수 측에게 검증을 하고 성분 분석을 하자는 거다. 검증은 없고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하는 것은 입에 재갈을 물리고 당분간 시끄러운 시간을 피해 가자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 넥시아의 효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최원철 교수는 넥시아가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환자 중 5년 이상 생존율은 폐암 28%, 백혈병 73%로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 환자는 사실상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폐암은 대대적으로 말기 생존율이 2%대다. 현대의학으로 항암치료를 몇 년 해도 도저히 치료가 안 되는 환자들이 있다. 그것을 70~80%대로 끌어 올렸다면 그것은 노벨의학상 감이다.

최 교수는 본인의 비법으로 만든 옻나무가 암 환자에게 완치가 된다고 주장을 한다. 그렇다면 제발 국가 차원에서 몇 백억 투자해서 검증하고 만약 효과가 있으면 국가에서 보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수는 15년이 넘도록 넥시아에 대한 어떤 검증도 받지 않고, 월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넥시아를 환자들에게 판매를 해오고 있다. 최 교수의 파동요법 치료 주장도 어처구니가 없다.

- 파동요법은 무엇인가.

인터넷에 ‘파동의학’이라고 검색하면 쉽게 나온다. 최 교수가 개발한 기구에 머리카락을 넣으면 파동이 분석되어 노트북으로 나온다고 한다. 양손을 올리고 가운데에 머리카락을 올려 놓고 에너지를 주입할 음료수를 놓으면 노트북과 연동하여 파동을 분석하고 파동에너지도 주입한다고 한다.

한방이 과학화되니 좋은지 모르겠지만 이게 사이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한민국 의학계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갈수록 한방은 SF환타지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어느 누리꾼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 최 교수에 대해 의료사기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료사기와 의료사기꾼의 정의는 무엇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미국보건사기대책협의회(NCAHF)에서 정리한 것이 있다. 이를 보면 판촉, 광고, 유통 또는 판매하는 '사람과 동물에게 사용될 물품행위'가 어떤 질병이나 상태를 진단, 예방, 완치, 치료, 완화를 시키거나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지만 목적에 적합하게 과학적으로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때를 의료사기라고 한다. 해당 물품, 행위에 대한 적절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하여 앞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의료사기에 포함된다.

또 거짓뿐만 아니라,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목적에 합당하게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료용품이나 약물을 광고 또는 홍보, 판매 등의 행위를 하는 자를 의료사기꾼 즉 가짜의사(quack)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옻나무추출액이 급성골수구성백혈병 생쥐에게 주사하여 백혈병세포를 억제하는 효과가 연구를 통하여 입증이 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제 옻나무추출액을 만성백혈병환자에게 먹이는 사람이 우리 앞에 있다. 이 사람의 행동과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하나. 답은 의료사기이며, 의료사기꾼으로 불러야 한다. 이러한 약을 팔아도 사기꾼이지만, 이것을 광고하거나 홍보하는 것 또한 의료사기꾼이다.

옻나무추출액 이른바 한의사 최원철 교수가 만들었다는 넥시아가 모든 암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판매 행위도 의료영역에서는 분명한 사기다. 만약 사기가 아니라면, 의료사기에 대한 FDA의 정의를 바꾸어야하는데, 그러려면 전세계 모든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교과서를 다 바꾸어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 단순히 양의사와 한의사의 싸움으로 볼 수 있는 독자들도 있다.

이 일은 단순히 양의사와 한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 중에 사이비 의사가 있다면 누가 잡아야 할까. 그것은 의사가 잡아야 하는 것이다. 내 환자의 피해를 막는 것도 분명한 내 업무다. 내가 어떤 신분이냐가 중요하기보다 의학에 대한 팩트가 중요하다. 그 다음 음모론에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음모론이 너무 팽패하다. 지식인들은 불의한 것에 대해 말을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틀렸다고 말할 존재가치에 대해서 말이다.

일부 한의사 중에서는 왜 민족 전통 의학에 대해서 욕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팩트적인 주장을 비켜나가는 것이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런 시시비비에 대해 전문 지식인과 언론인이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까 사기꾼들이 이렇게 커지도록 만든 모양이 되고 말았다. 침을 놔서 뇌의 종양을 치료한다거나 기를 통해 암을 치료한다는 한의사들이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 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허준의 정신을 배워야 하는 거지 허준이 하는 방식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