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전국 들끓어···충북서도 폐지 주장
“제도 존속하고 시스템 개혁해서 공천과정 투명하게 해야” 의견도

▲ 기초의원들은 정당공천제가 있고 국회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국회의원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사진은 국정보고회에 동원된 기초의원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여론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야후보가 공약한데 이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대선공약 차원에서 4·24 재·보궐선거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을 약속하자 여기저기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때맞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는 지난 22일 청남대에서 공동의장단 회의를 열고 “여·야는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은 책임정치 구현과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확대 등의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정당공천으로 인한 주민의사 왜곡,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비리 등의 폐해로 끊임없이 존폐문제가 논란이 돼왔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도 이에 동참하고 조속한 시일내 입법화할 것을 요구했다.

기초의회·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그동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앞장서서 공청회와 세미나, 1000만 서명운동, 사회원로 선언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하며 공천폐지를 확산시켜 왔다. 그리고 충남시장·군수협의회(회장 성무용 천안시장)도 지난 25일 4·24 재·보궐 선거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을 촉구했다. 같은 날 유성엽 의원(민주당·정읍)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고 “지방정치가 아닌 지방자치를 위해 제도적으로 지방자치를 정략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강력 주문했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회장 한범덕)는 별도의 성명서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공천제 폐지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지난 22일 청남대 회의를 주재했던 한범덕 시장(전국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 부회장)은 "대선 때 여야가 모두 공천제 폐지 공약을 했다. 이를 지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차례 건의했던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이제서야 기회가 온 것 같다"며 분위기는 이미 폐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당공천으로 인해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기초단체장 공천은 91년 지방자치 부활이후 계속됐으나 기초의원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명목상으로는 공천심사위가 있으나 국회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는 구조다. 모 의원은 “다음선거를 위해 국회의원의 ‘가방모찌’ 역할을 감내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보좌관 애경사 때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천과정에서 공천헌금이 오가고, 당선 후 기초의회 의장·부의장까지 국회의원이 낙점하는 관행도 문제다. 의회내에서 사안을 표결에 붙일 때 덮어놓고 당대당 대결구도로 가는 것도 공천제의 폐해다. 그러다보니 참다운 지방자치 실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면 공천제 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후보난립과 검증절차 실종을 우려하는 동시에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이시종 지사는 민주당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08년 9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김종률·노영민·오제세·변재일·김진표·양승조·이광재 등 11명의 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 중 노영민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부적격 후보자 출마 우려 이유를 들어 폐지를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18대 대선 직후에는 ‘국회의원들이 그 좋은 정당공천권을 포기하겠느냐’는 여론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공천폐지가 대세로 가자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북지역의 기초의원들 중에도 차제에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쨌든 칼자루는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으나 민의는 폐지 쪽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초의원·단체장 공천제 폐지 어떻게 생각하나
청주시의원 A씨···“당선되면 당의 노예, 빨리 폐지해야”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 부작용이 훨씬 많다. 정당공천을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지방의회 수준이 더 높았던 것 같다.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 지시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 개별행동을 하지 못한다. 예민한 사항이 있을 때 원내모임에서 당론인지 아닌지 따지고, 당론일 때는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 여기서 반대하면 찍혀 재선은 어렵다. 당선되면 그 날부터 당의 노예가 돼 모든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지역구가 아닌데도 숙박까지 해가며 보궐선거를 도와야 하고 총선과 대선 때도 동원된다. 공천제가 걸름장치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그럼 의정활동 열심히 한 사람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천 때 국회의원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더 높은 점수 받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당관계자 B씨···“걸름장치 역할하고 순기능 많아 존속 필요”
나는 정당공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천제는 순기능이 더 많다. 우선 최소한의 걸름장치 역할을 한다. 과거에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는지 유권자들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뇌물·알선수재·공금횡령·성범죄·개인비리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 잦은 당적변경과 공천·경선불복 등 해당행위가 있는 사람을 공천과정에서 걸러낸다. 당선된 뒤에는 국회의원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고 당원이기 때문에 정당활동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초의회가 정쟁의 장이 된다고 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은 대략 새누리·민주당과 그 외 당이 있어 새누리와 민주당 정도가 합의하면 안건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정당이 없다면 의견이 각각 달라 더 어려울 것이다.

시민단체 간부 C씨···“제도 폐지 보다는 공천시스템 개혁하자”
지금 논점은 공천제 폐지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천과정의 문제 때문에 논란이 생긴 것이니 공천제는 그대로 두고 시스템을 확 개혁하자. 진단은 정확했으나 처방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만일 공천이 없다면 기초의원의 수준은 더 떨어질 것이다. 4대선거를 동시에 하는데 기초의원의 경우 누가 알고 찍겠는가. 아마 1번 받는 사람이 돼서 수준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당에 대한 충성도와 당선가능성을 보고 공천하는 기존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 전문성과 이전의 의정활동 성적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공천심사위에 외부전문가 영입을 늘리고 권한을 대폭 주는 방안, 공신력있는 단체에도 공천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독일같은 나라는 정당뿐 아니라 단체에서도 공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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