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 허용되지만 국적에 너무 예민한 한국 사회
김종훈, 미셸 위, 유승준 씨는 왜 한국국적 포기했나
이주여성 국적 포기하는 이유 “자녀가 차별받을까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미셸 위 프로골퍼, 가수 유승준 씨. 이들의 공통 키워드는 ‘복수국적’ 논란이다.

김종훈 전 후보자는 1975년 미국 이민 뒤 시민권을 획득하면서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돼 미국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는 장관직을 제안받으면서 지난달 8일 법무부에 한국 국적 회복을 신청했고, 14일 국적이 회복되면서 복수국적자가 됐다. 김종훈 전 후보자는 지난 5일 사퇴했지만 미국 국적 포기신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출국 후 1년간 미국 국적 포기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현행 국적법에 따라 이번에 회복된 한국 국적이 다시 박탈된다.

미셸 위의 경우는 1989년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한국인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았던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지만 최근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유승준 씨는 당시 최고 인기가수였지만 병역기피로 인한 한국국적포기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2002년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대한민국 법무부는 이를 병역기피 목적에 의한 국적 포기로 판단, 입국 금지 대상자 목록에 올렸다. 사건 이후 2003년 6월에 장인상을 당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임시로 입국한 적은 있으나, 현재까지 입국 금지령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사실 이러한 국적문제는 유명인사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혼인으로 귀화한 이주여성들 또한 자국의 국적을 포기해야만 했다. 2011년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단일국적만을 허용했던 우리나라는 복수국적을 일부 허용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이민자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법이 완화 된 것이다. 2012년 1년 동안 귀화(한국국적 획득)신청자는 총 1만 977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충북은 484명이었다.
한국사회는 유독 국적문제에 예민하다. 우스개소리로 학적은 못 바꿔도 국적은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왔지만 단일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적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국적은 바로 애국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편집자

베트남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응옥 씨
“외국인 신분 불편하지만 감수할 것”

▲ 부티튀 응옥 씨는 국적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부티튀 응옥(35)씨는 2006년 한국에 왔다. 그는 외국인 등록증을 3차례 갱신했지만 끝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는 않았다. 충북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은 인재인데다 아이 2명까지 낳았기 때문에 귀화 조건으로 따지자면 영순위에 해당된다.

사람들은 늘 그에게 물어본다. “한국국적 취득했어요?”라고. 안 했다고 답하면 특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도 있고, 한국에서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데 왜 취득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도망가려고 그러느냐”는 짓궂은 농담을 받은 것도 여러 번이다.

응옥 씨는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꽤 불편해요. 하지만 베트남 국적을 포기하고 애써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할 만큼은 아니에요. 국적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죠.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한국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 주민등록등본에는 부티튀 응옥 씨는 맨 밑 외국인 배우자로 표기돼 있다.
응옥 씨는 최근 둘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주민등록등본을 뗐다. 주민등록등본에는 자신의 이름이 칸에 정상적으로 기재되지 않고 맨 밑 공란에 외국인 배우자로 표기됐다. 이 또한 남편이 동사무소에 가서 “외국인 아내까지 표시해달라”고 얘기해야지만 나온다. 이는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이전 외국인 아내이자 엄마인 그는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었다.

응옥 씨는 “외국인 신분으로는 체크카드 개설 밖에 되지 않아요. 이때도 여권과 신분증이 필요해요. 신용카드는 돈을 은행에서 빌리고 나중에 갚는 방식이기 때문에 허용이 안돼요. 휴대폰을 살 때도 마찬가지죠. 할부로는 살수 없으니까 대개 남편이나 시댁 쪽 명의로 하게 되죠. 그러면 요금제를 바꾸고 싶어도 본인 명의가 아니니까 불편한 게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응옥 씨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번역과 통역이다. 그는 비교적 차별이 덜한 일을 하지만 대개 베트남에서 정착한 친구들을 보면 국적을 따지 않으면 월급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국적을 따려고 노력한다고. “저도 아마 베트남에서 살았으면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꺼에요. 한국에 살면서 늘 약자라는 느낌이 있어요. 대부분 시댁의 권유와 차별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국적을 포기하는 것 같아요.”

베트남 국적을 포기한 베트남인 이수빈 씨
“한국국적 따는 데만 3년, 비용도 300만원 들었다”

2006년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베트남인 응오엔 티탄토위(28)씨는 2008년 귀화신청을 한 이후 2012년 2월에서야 서류상에서 완벽하게 귀화할 수 있었다. 그의 한국이름은 이수빈이다. 그는 귀화신청이후 베트남 국적 포기 절차를 밟아야 했다. 외국이름으로 된 임시 한국신분증을 받은 후에도 최종 주민등록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출입관리사무소에 남편은 수차례 항의 전화를 걸었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베트남에서도 행정절차를 똑같이 밟아야 했고, 베트남에서 서류가 넘어와도 번역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 번역비용 등 총 국적을 취득하는 데 200~300만원을 썼다.

2명의 아이를 뒀지만 이 씨는 일종의 한국어 시험인 사회통합이수제를 이수하지 않았다. 언어생활에 큰 불편이 없었고, 한창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한국어 과정 수업을 나갈 여유가 나지 않았다. 지금은 국적법이 바뀌어서 절차와 비용이 간소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험난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국적 취득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베트남 친구들은 보통 3년이 걸렸어요. 그에 반해 일본은 처리 과정이 빨랐죠. 우리들끼리는 베트남과 중국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들이 돌아요. 아이 유무와 남편의 재산 등이 척도가 되지만 결국 이 사람이 결혼해서 정착할 것인지 아닌지 계속 테스트 받는 느낌이었어요.”

국적을 포기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갔다.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셨다. 베트남에서도 서류를 작성해서 넘기기 때문에 모두가 알게 된다고 한다.

이 씨는 “베트남에 기록이 하나도 안 남아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다시 가기도 어렵겠지만 가려면 비자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 신분으로 살면서 불편한 것도 이유였지만 가장 큰 것은 아이 때문이었어요. 지금 7살인 큰 아이가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게 돼요. 아무래도 엄마 이름이 외국이름이면 선생님한테도 차별을 받지 않을 까 생각했죠. 왕따, 학교폭력 문제도 연일 나오니까 엄마로서 결단하게 된 거죠”라고 덧붙였다.

▲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하루에도 15명 정도가 국적취득을 문의하려고 찾아온다.


이중국적은 틀린 말, 복수국적이 맞는 말
국적법 개정 따라 복수국적 허용, 국적취득 비용도 10만원 안팎

‘이중국적’. 이 단어의 뉘앙스는 꽤나 부정적이다. 그래서 이중국적은 항상 ‘논란’이란 단어가 뒤따른다. 그런데 2011년 1월 1일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이중국적이란 말은 사실상 잘못된 표기다. 단일국적만을 허용하는 나라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복수국적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니까 결혼이민자여성이 귀화할 때 예전에는 국적을 반드시 포기해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국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비용 또한 300만원 정도가 들고 처리기간도 길었다면 요즘은 모든 게 간소화됐다.

국적 신청서를 작성할 때 정부수입인지 10만원과 복수국적을 갖고 있어도 한국국적을 취득하면 한국에서는 자국의 국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불행사서약’을 하면 된다. 불행사서약의 비용은 단돈 1000원이다.

이렇게 간소화된 것은 자연적인 국내 인구감소와 함께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복수국적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간이귀화일 경우에 해당된다. 간이귀화는 혼인 후 2년 이상 국내 체류한자나 혼인 후 3년이 지난 후 국내에 1년 체류한 자를 지칭한다. 단, 복수국적을 자국에서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된다. 중국, 독일, 몽고, 일본은 한국국적을 얻으려면 반드시 자국 국적을 포기해야만 한다.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 황교인 국적담당 계장은 “국적 취득에 있어서는 국가에 따른 차별은 없다. 아이 유무, 사회통합프로그램에 따른 한국어 시험을 이수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그리고 남편 및 시댁의 자산규모 등을 따지기 때문에 개인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보통 방문조사, 방문면접조사, 서류검토 등의 단계를 거친다. 먼저 귀화 신청을 하면 면접을 본 후, 합격이 되면 국적포기절차를 밟는다. 귀화허가통지서가 나오면 대사관에 가서 국적포기 확인서를 받아와야 한다. 국적포기확인서가 있으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고, 이후 이름을 개명할 수 있다.

김종훈․미셸 위․유승준 씨 사례 되짚어보니…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그는 장관인선으로 지난달 한국국적을 회복해 복수국적을 갖게 된 케이스다. 하지만 장관직을 사퇴함에 따라 회복한 한국국적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내정자는 가난한 이민 1.5세대 출신으로 획기적인 통신장비를 개발해 30대 때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번 인선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 CIA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재직한 전력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 내정자가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미국 내 막대한 재산정리와 미국 시민권 포기에 따른 국적포기세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현재 53세인 그가 만 65세를 넘으면 한국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복수국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외국국적동포신분이라도 노년에 한국에서 살고 싶다면 허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보통 연금을 62세이상부터 받는데 연금도 받을 수 있고, 한국에서 재산권 행사도 가능하다. 단 한국에서 살 경우 미국인 시민권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불행사서약’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골퍼 미셸 위=미국에서 출생했거나, 부모의 유학 등으로 정착하게 된 케이스는 미국시민권과 한국국적을 갖고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은 만 18세 3월 31일까지, 여성은 만 20~22세 때에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국적선택명령제도에 따라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미셸 위(24)는 최근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나이에 걸려 한국과 미국 중 한쪽 국적만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미셸 위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면 미국 대회에 나갈 때 수시로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가수 유승준=그는 복수국적을 갖고 있었고 군대를 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돌연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유승준 씨는 재외동포법 제5조 2호를 위반하게 된다.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에 해당된다. 이는 38세까지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게 된다. 그가 38세 이상이 된다고 하여도 법무부의 재량에 따라 그의 입국은 언제든 거부될 수 있어 향후 입국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재 그는 만 36세다.

*원정출산은 복수 국적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혈통주의에 따라 국적문제를 다룬다. 원정출산의 경우는 단지 아이를 외국에서 낳는 것. 출산만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은 해당 나라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다. 법무부는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특별한 사유 없이 원정출산을 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원정출산자로 판단되면 현행법과 동일하게 외국국적을 포기한 경우에만 우리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일명 ‘홍준표법’안에 따라 남자는 무조건 병역을 마쳐야만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 부모가 유학이나 근무로 해외에서 2년 이상 체류한 경우 등이 아니라면 복수국적 허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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