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m 망루농성 끝내고 우진교통에 새둥지 튼 버스기사 양이식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송전탑위에 까치집을 짓고 한겨울을 보냈다. 전주에는 택시노동자들이 공설운동장 조명탑 위에, 충남 아산에는 유성기업 노동자가 굴다리위에 까치집을 지었다. 양이식(43세, 우진교통버스기사)씨도 그랬다.


을씨년스럽게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해 2월 18일, 양씨도 하늘위에 까치집을 지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복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살아 내려오지 않겠노라고 마음도 굳게 먹었다.

그래도 42년 동안 자고 나란 부안의 인심에 기대를 걸었다. 양씨와 부안 새만금교통 버스기사들의 사연은 너무나 처절했기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버스회사 사장은 회삿돈 20억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노동자들이 모르게 곧바로 회사를 폐업했다. 33명의 버스기사가 하루아침에 실직했다. 어떤 노동자는 1억원이나 되는 퇴직금 한푼도 받지 못했다. 양씨나 버스기사들은 모두가 억울했다. 8개월동안 농성이나 청원서도 내보고 안해본 게 없었다. 그러나 그 뿐.

양씨는 마지막으로 까치집을 짓고 18미터 망루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 유명한 부안의 청보리가 파랗게 새순을 띄우던 3월 18일, 양씨는 긴급출동한 119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왔다. 예상 밖이었다. 노동자들의 딱한 사정도 부안의 인심도 통하지 않았다. 단식 23일만에 탈진한 자신의 몸이 원망스러웠다.

양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무서웠다. 부안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이때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인 우진교통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따뜻했다.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 양씨는 지금 ‘힐링’ 중이다. 다시 사람을 본다. 자신처럼 철탑위에 있는 사람을 본다. 양씨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한 온기리라.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