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컬처코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오랫동안 가슴 깊이 남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주형/ 괴산 목도고등학교 교사

젊은 시절, 사회운동에 몸 담아온 나는 사회과학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존재에 대한 성찰적 고민을 하게 되면서, 인문학을 선호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은 전통적으로는 종교학과 철학의 주제였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을 중심으로 설명하려는 진화생물학과 고고인류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들은 인간을 직립하여 도구와 불을 사용하는 특징을 가진 Homo erectus, 이성의 시대에 합리적 속성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Homo sapiens,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물건이나 연장을 만들어 유용한 공작을 하는 데에 인간의 특성이 있다고 보는 Homo faber, 세계대전을 겪으며 산업사회에서 나타난 사회문제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주장된 Homo Ludens 등으로 특성을 설명하였다.

인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벗어나 총체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통섭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에드워드 윌슨의 주장에 나는 공감한다.

이점에서 ‘통섭’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신작 에세이 <통찰>(이음 刊)은 자연과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데 통섭의 사상을 담아낸다.


최교수는 책을 통해 바이러스나 곰팡이 같은 작은 미생물에서 침팬지, 인간, 나아가 경제와 복지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환경까지 생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동물들의 세계에서 매력적인 수컷인 양 새치기하여 짝짓기에 성공하는 얌체 귀뚜라미나, 탁란으로 새끼를 키우는 뻐꾸기의 생태를 인간사회에 적용하여 재해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까지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통섭은 서로의 주체는 인정하되 담을 충분히 낮춰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서로 어울려 갈등을 없애고 화목해 지는 것이다. 소통은 세가지 덕목을 필요로 한다. 비움, 귀 기울임, 그리고 받아들임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귀뚜라미 수컷의 구애행동을 예로 들며 “소통이란 소통을 원하는 자가 소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관계이다. 툭하면 소통이 안된다고 하소연하는 우리정부의 푸념은 소통의 근본을 모르는 처사이다. 국민이 이해할 때까지 수천번이라도 설명과 설득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특히 최교수는 승자독식 경쟁사회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인간이 추구해야할 특성을 ‘공생'적 관계로 보고 인간들 스스로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 그리고 다른 생물 종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공생하는 법을 터득하여 환경과 인간사회를 동시에 살려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수년전 <컬처코드>(클로텔 라파이유 저/리더스북 刊)가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일이 있다. 레비 스트로스 이래 체계화 된 구조주의 문화인류학의 흐름에서, 각 집단이 문화코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의 차이를 마케팅 분야에 적용한 기업컨설팅에 관련된 책이었다. 문화인류학과 마케팅이 통섭한 통찰의 성과라고 할까.

문화인류학은 세계 여러 민족의 문화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생물학이 인간을 분류학과 진화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한다면, 문화인류학은 인류가 환경에 조응하면서 만들어 낸 산물인 각기 고유한 문화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방법이다. 특히 구조주의 입장에서는 인간을 보편적으로 정의하기보다, 문화구조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한국 문화인류학회에서 엮은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한경구 외/일조각 刊)’는 이 분야의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세계의 저명한 인류학자들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다양한 주제들의 논문들을 요약하여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에세이 형식으로 다듬어 펴낸 책이다.

이 책에서는 북미의 얌전한 인디언 주니족과 아마존 밀림의 폭력적인 야노마모족 남성성의 사례를 대조하여 문화가 서로 다른 인성을 키워낼 수 있음을 제시하며 보로로족과 아나마트 마을을 대비하여 서로 다른 성과 문화를 권력관계로 해석하고, 멜라네시아의 빅맨과 폴리네시아의 추장, 에스키모의 노래시합이 동일한 정치관계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권력과 통제의 기제를 가지고 있음을 설명하기도 한다.

“문화 안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여겨지는 가치관이나 규범이 다른 문화의 기준에서 보면 대단히 인위적이고 부분적이며, 역사적으로도 한 시기에만 통용되는 편향된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자기문화 안에서 기존의 지배적 가치관을 너무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이를 맹목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문화적 광신은 대단히 위험하다”

<신간소개>

신장의 역사
제임스 A. 밀워드/ 사계절출판사/ 3만8000원

고대 시기 신장의 지리적 환경에서부터, 현대에 벌어지고 있는 민족 분쟁까지 수천 년에 걸쳐 신장에서 이루어진 역사를 정리한 <신장의 역사>. 다양한 민족들이 등장했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여정을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신장의 역사를 통사의 체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은하수 이야기
위베르 리브스/ 열림원/ 1만3000원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스가 보여주는 태양계 너머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별들의 세계 <은하수 이야기>. 이 책은 우리 인류를 탄생시킨 우주에 대한 원자와 은하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퀼튀르’에서 매주 방송된 저자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물리학 법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켜주고 있다.

중국이야기
김하중/ 비전과리더십/ 1만8000원

최장수 주중대사이자 전 통일부장관인 김하중이 들려주는 이야기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제1권 <떠오르는 용 중국>편. 중국과 중국인이 어떤지 철저하게 해부하여,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저자가 고위층 인사들이나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었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녹아내려 있고, 중국의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새로운 시각을 통해 중국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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