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미혼남녀 인연맺기 사업’ 협약식 하고 행정지원 약속
여성계 “결혼·출산 기피하는 원인 살펴본 뒤 근본해결책 제시”

충북도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미혼남녀 인연맺기 사업 협약식을 가졌다. 도는 지난 4일 한국불교 태고종 옥천 대성사와 ‘미혼남녀 인연맺기 사업’ 협약식을 열고 대성사에서 추진하는 짝짓기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남의 장 홍보 등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옥천군 옥천읍 교동에 위치한 대성사는 지난 2005년부터 미혼남녀 1200쌍의 혼인을 성사시켜 ‘중매사찰’로 불린다. 일명 ‘중매쟁이’ 주지 혜철스님은 ‘따뜻한 만남’이라는 인터넷 카페와 만남법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성사는 충북도 측에 선남선녀 짝짓기사업 협조를 요청했고, 도는 현지방문을 다녀온 뒤 협조를 약속했다. 협약식에서 이시종 지사는 “대성사는 인연맺기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특히 농촌총각들의 인연을 맺어줘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이런 것을 사업적으로 하는 곳과는 차별화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혜철스님은 “충북도를 시작으로 전국 인연맺기사업의 불을 붙이겠다”며 “월 1회 하던 대성사 만남법회를 매주 일요일로 확대했다. 이 법회에 매주 1000명씩의 미혼남녀가 찾아온다. 아이낳기좋은세상을 만들려면 미혼남녀들을 결혼시켜야 한다. 이들이 결혼하도록 내 한 몸 바칠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자전에세이 ‘스님은 중매쟁이’라는 책을 발간한 혜철스님은 인터넷매체 불교공뉴스신문 대표, 충북도 홍보대사, 충북도교육청 홍보대사,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홍보대사, 청주지방검찰청 시민모니터 요원, 옥천경찰서 경승실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북도 홍보대사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됐다.
하지만 이런 사업이 저출산 극복에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많다. 충북도가 대성사와 미혼남녀 인연맺기 사업 협약식을 가졌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홍보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으나 대성사의 인연맺기 사업은 인터넷 상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지 충북도가 개인이 하고 있는 사업에 협약기관으로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우습지 않느냐는 게 여성계의 주장이다.
모 여성단체 대표는 “지금은 여성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다. 여기에 임신·출산·육아까지 짊어지면 더 어려워지니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또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는 사회환경이 너무 위험하고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 기피한다. 이런 중요한 이유 때문에 여성들이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지금은 선남선녀들이 짝짓기를 못해서 출산율이 낮은 게 아니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낮은 것이다. 행정기관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실제 저출산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우선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만들고 우리사회의 복지·교육 시스템을 아이 키우기 좋은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만들었다는 몇 몇 단체들은 지자체와 여성부, 복지부 등지에서 예산을 받아 일회성 행사하기에 급급하다.
여성계 모 씨는 “전국적으로 사회 저명인사들을 저출산 극복단체에 잔뜩 위촉해놓고 하는 일은 대부분 캠페인이다. 국민세금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고 마는데 보다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을 수립하는데 돈을 썼으면 좋겠다”며 “지자체의 저출산대책팀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관련 전문가들과 간담회, 토론회 등을 수시로 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지 이벤트성 행사에 주력해서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