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300~400채 있지만, 한옥 헐고 원룸 올라가
생활사박물관 및 아름다운 건축물 지정도 고려해봐야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유명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한옥마을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신축 지원 및 개보수에 대한 지원책이 있었다. 100년 된 한옥에 살고 있는 김종근(70)씨는 스무살 무렵 지금의 서운동 집에 이사왔다. 김 씨는 청주읍성 내에 살다가 지금의 항 내과 자리에서 이곳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누이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려면 한옥에 살아야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사회적인 정서가 있었어요.” 그렇게 이사 온 집에서 김 씨는 반평생을 살고 있다. 그의 집은 꽤 유명하다. 이미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씨를 비롯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해 한국에 온 외국작가와 기획자들이 이 집에서 ‘파티’를 수차례 열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인들 위주로 외국인들을 위한 ‘홈스테이’를 운영하는데 반응이 좋다.

▲ 한옥에서 반 편생을 살아온 김준근 씨는 한옥예찬론자다. 하지만 한옥을 가꾸고 돌보는 것은 쉽지 않는 일. 한옥을 보전할 수 있는 정책을 시는 고민해야 한다.

100평이 조금 넘는 이 집은 김 씨의 애정이 녹아있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서 교련을 가르쳤다. 언제나 오래된 집을 고치고, 손보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계절에 따라 한옥은 새로운 옷을 입고, 형태도 변화한다. 겨울에는 땅이 솟아 바닥이 올라오지만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특히 대청마루와 마당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집에는 그가 40년 동안 수집해온 골동품들이 많다. 김 씨는 한옥에 살았기 때문에 수집을 하게 됐고, 수집을 많이 해서 한옥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건 아들이 한옥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에요. 대를 이어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집을 팔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이사 올 때만 해도 서운동에 한옥이 많았다. 하지만 한옥을 헐고 시멘트집이나 프로방스풍의 원룸이 지어지기 일쑤다.

그는 한옥예찬론자다. “아파트에 가면 그냥 졸음이 와요. 한옥에 살면 춥긴 해도 겨울에 감기가 잘 걸리지 않아요. 집을 가꾸는 데 취미가 있고, 한옥의 멋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옥만큼 멋진 공간이 없죠.”

한옥에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기둥과 보, 기와를 교체해야 한다. 10개였던 방은 5개로 통합했고, 아궁이는 연탄을 거쳐 기름보일러로 바꾸었다. 사실 그가 한옥에 살면서 한 번도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은 “근대건축물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시가 지정하고 있는데 한옥도 가칭 ‘아름다운 한옥’이라고 정하면 어떨까요. 이런 곳들이 생활사 박물관으로 지정된다면 한옥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다고 봐요”라고 설명했다. 사실 외국인들을 이곳에 데려와 파티를 연 것도 변 부장의 아이디어였다.

청주시내만 해도 한옥이 300~400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운동, 문화동, 석교동, 대성동 등 구도심에만 한옥이 존재한다. 한옥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김 씨는 “지금은 우리 세대가 그래도 버티고 있지만, 다음 세대가 이곳을 지킬 지는 의문이에요”라고 말했다. 이곳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해 무산됐다고 한다. 변 부장은 “신축 한옥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기존 한옥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죠. 50년, 100년 된 한옥을 지금 지키고 보존한다면 후대에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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