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300~400채 있지만, 한옥 헐고 원룸 올라가
생활사박물관 및 아름다운 건축물 지정도 고려해봐야
“누이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려면 한옥에 살아야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사회적인 정서가 있었어요.” 그렇게 이사 온 집에서 김 씨는 반평생을 살고 있다. 그의 집은 꽤 유명하다. 이미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씨를 비롯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해 한국에 온 외국작가와 기획자들이 이 집에서 ‘파티’를 수차례 열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인들 위주로 외국인들을 위한 ‘홈스테이’를 운영하는데 반응이 좋다.

100평이 조금 넘는 이 집은 김 씨의 애정이 녹아있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서 교련을 가르쳤다. 언제나 오래된 집을 고치고, 손보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계절에 따라 한옥은 새로운 옷을 입고, 형태도 변화한다. 겨울에는 땅이 솟아 바닥이 올라오지만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특히 대청마루와 마당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사 올 때만 해도 서운동에 한옥이 많았다. 하지만 한옥을 헐고 시멘트집이나 프로방스풍의 원룸이 지어지기 일쑤다.
그는 한옥예찬론자다. “아파트에 가면 그냥 졸음이 와요. 한옥에 살면 춥긴 해도 겨울에 감기가 잘 걸리지 않아요. 집을 가꾸는 데 취미가 있고, 한옥의 멋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옥만큼 멋진 공간이 없죠.”

청주시내만 해도 한옥이 300~400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운동, 문화동, 석교동, 대성동 등 구도심에만 한옥이 존재한다. 한옥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김 씨는 “지금은 우리 세대가 그래도 버티고 있지만, 다음 세대가 이곳을 지킬 지는 의문이에요”라고 말했다. 이곳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해 무산됐다고 한다. 변 부장은 “신축 한옥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기존 한옥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죠. 50년, 100년 된 한옥을 지금 지키고 보존한다면 후대에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