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련 조례제정까지 했지만 반대여론에 예산 못 세워
기존 한옥 및 신축 지원 국가정책인데 청주시는 나 몰라라
김대중 정부 시절 ‘한브랜드’가 처음 알려졌다. 한브랜드란 한국고유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한옥, 한지, 한복, 한식, 한글, 한국음악 등이 그것이다. 문화기획자들은 이를 특화시키는 것 자체가 마케팅이고,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가운데 한옥은 한브랜드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과도 같다.
청주시의 한브랜드 사업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해 수암골 한옥촌 조성이 가시화됐지만, 올해 신규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에는 남주동 한복의 거리, 안덕벌 문화예술의 거리가 특화거리로 지정됐지만 간판 정비 외에는 특별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옥, 한복, 특화거리 등 청주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점검해본다. / 편집자
수암골한옥촌이 물 건너갔다. 청주시는 지난해 4월 청주시한옥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신축한옥일 경우 6000만원(최소 60m²)을 지원하고, 대수선일 경우는 4000만원, 수선은 2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조례 공포이후 북문로와 문화동에 있는 2집이 대수선 명목으로 각각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대수선의 경우 지붕해체, 기둥교체, 벽 해체 등이 이뤄지는 대공사다. 한옥관련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한옥심의위원회가 지원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한옥과 관련한 예산을 아예 세우지 않았다. 한옥사업은 시작도 못해보고 중단위기에 놓였다.

숙박촌과 게스트하우스의 ‘간극’
지난해 드라마 관광지가 된 수암골 인근 5950m²에 15채의 한옥이 지어진다는 것이 이슈가 됐다. 수암골 인근에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한옥촌은 새로운 관광의 꺼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었지만, 한편에서는 대규모 숙박촌을 짓는다는 부정적인 보도도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겨울 사업자인 K씨는 터파기 공사를 진행했으며 올 봄에 분양을 하려고 했다. 분양가는 평당 200만원이었다. 이미 3명이 분양을 확정했다. 최근 K씨는 청주시에 한옥 신축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원을 받으려 방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이 세워졌지만 사업이 늦어졌다. 올해는 청주시의 전체 예산이 부족해 한옥관련 예산을 아예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제 조례에 의거해 신축 및 수선비를 지원해달라고 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수암골 한옥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류흥열 건축가는 “너무나도 안타깝다. 숙박촌과 게스트하우스는 분명히 다른 말인데, 여관이나 짓는다며 일방적으로 수암골한옥촌을 폄하했다. 특혜라는 말도 언론에서 흘러나왔는데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국가정책으로 한옥을 지원하고 있는데 무엇이 특혜인가. 관광지로 조성된 전주한옥마을, 서울의 북촌 등도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관광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외에도 찍을거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암골은 청주시내 야경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연일 오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한옥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암골 한옥촌은 도지정 문화재인 표충사로부터 수암골로 이어지는 땅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전통한옥이 아닌 ‘신한옥’콘셉트로 전통음식점, 게스트하우스, 공방, 찻집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수암골은 지금 지중해풍 건물의 커피전문점부터 모던풍의 건물, 낡은 주거지들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자체마다 한옥 지원 나서
당초 시는 신축 한옥에 한해 토지주가 아닌 개인에게 비용을 지원하려고 했다. 한옥진흥정책은 청주시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으로 이뤄져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특히 한옥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2010년 ‘신한옥 플랜’을 발표하고 2014년까지 정부·민간 출자방식으로 360억원을 들여 한옥의 주거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가 한옥진흥정책을 펴면서, 각 지자체마다 관련 조례를 만들고 지원에 나섰다. 충북도도 한옥 관련 지원 조례가 2009년 이미 만들어졌다.
한옥을 지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실 한옥은 춥고, 불편하고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관 차원의 지원정책도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한옥으로 집을 지으려면 건축비가 2배 이상 많이 든다. 일반건축이 평당 350~400만원이라면, 한옥은 보통 800~1000만원선이다.
이에 대해 류 건축가는 “한옥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다. 문화유산을 시가 산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충북처럼 한옥이 다 사라진 경우도 드물다. 지금 개인적으로 청원군 낭성마을에 한옥마을 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 건축가로서 죽기 전에 한옥단지를 꼭 완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경우 한옥을 신축할 경우 8000만원을 주고, 2000만원은 융자혜택을 준다. 전면수선은 보조금은 6000만원, 4000만원은 융자로 제공한다. 부분수선은 1000만원을 보조해준다. 융자는 3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조건이며 연리 1%의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서울시는 멸실 위기에 놓인 한옥에 대해서는 매입 정책도 펴 원형으로 개보수 한 뒤 보존하거나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가회동, 삼청동, 종로1,2,3,4가 동 일부 등 한옥지원지역을 지정한 후 한옥등록제 제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한옥등록제란 한옥의 유지, 관리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는 시가 지원함으로써 한옥 가꾸기에 나서는 것이다. 임의로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의사에 따라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옥에 대한 조사 및 연구사업도 벌이고 있다.
서울시 한옥 지원정책 눈에 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