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예비 사회적기업 79곳…9곳 지정해제, 1곳 불법 적발
“옥석 가려야” 여론 속 “대부분 제 몫 한다” 반대 목소리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할 목적으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속에 지정된 사회적 기업에서 잇달아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검증작업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함께 실업률이 급속히 증가했다. 정부는 공공근로 등 다양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쳤지만 임금수준과 근무의 연속성 등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를 일부라도 해소시키는 것은 물론 고령화, 저출산 등 달라진 환경에 따른 사회서비스 요구에도 대응하기 위안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1차로 36개가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았다. 이후 지속적인 확대로 첫 선을 보인 사회적기업은 현재 전국적으로 774곳이 운영되고 있다. 초창기 단순했던 사업 분야도 이제는 일자리제공형, 사회서비스제공형, 혼합형, 지역사회공헌형, 기타형 등으로 다양해졌다.

도내에서는 2007년 미래ENT가 처음으로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후 현재 34개의 사회적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충북도로부터 지정된 61개의 예비사회적 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담금질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예비사회적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안정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비 사회적기업의 상당수는 도태되고, 사회적기업의 상당수는 정부 지원이 끝나는 것과 함께 문을 닫기도 한다.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동시에 정부 지원이 지닌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회적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이 자생력이다.
일반적으로 예비 사회적기업은 2년, 사회적기업은 3년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예산 지원 분야는 크게 인건비와 사업개발비로 나누어지는데 사업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다.
예를 들어 1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장애인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 5명 이상이라면 10명의 노동자 전원의 인건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기업 경영의 가장 큰 비용인 인건비의 상당부분을 정부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사회적기업까지 5년간은 인건비 걱정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그 이후다. 5년이 지나고 나면 정부 지원이 끊기게 되고, 이는 고용인원의 감소로 이어진다. 사실상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리가 고용노동센터에서 광역지자체로 이관된 이후 충북도는 2010년 8곳, 2011년 28곳, 2012년 43곳 등 총 79곳을 지정했다. 이 가운데 8곳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고, 8곳은 기준을 채우지 못한 채 1년만에 지정이 종료됐다. 또 다른 1곳은 부정 수급 행위가 적발돼 지정이 취소됐다. 충북도가 관리하기 이전에도 많은 예비 사회적기업들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정부 예산만 지원받으려는 일명 ‘먹튀’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일고 있다. 특히 종종 불거지는 부정수급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충북도 실태조사 나서
충북도도 올해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해마다 기업이 제출하는 재무재표나 경영상의 자료, 예산 집행 내역 등으로 경영 상태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로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도내 사회적기업이 100곳을 넘어섰기 때문에 연구용역을 통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을 먹튀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반대 여론도 존재한다. 한 사회적 기업 관계자는 “일부 문제가 드러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은 여전히 존경받을 만한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며 “오히려 일반기업 보다도 철저히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을 지키고 있는데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도에 지나친 감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도 “사회적 기업이 필요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대개의 정부정책이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거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사회적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정책의 문제로 비약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34개 사회적기업들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정부 지원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무더기 폐업도 우려되고 있다. 2011년부터 사회적기업 관리를 이관받은 충북도도 올해 지원이 종료되는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34곳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경영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정확한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북은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101곳의 사회적기업이 운영되고 있고, 이를 통해 367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과 예비 사회적기업의 차이
예비사회적기업 제도를 두는 이유는 열악한 사회적 기업의 현실 때문이다. 7가지의 인증 요건을 갖춰야 하는 사회적기업 대신 조금은 수월한 4가지의 인증 절차를 통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예비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조직형태와 유급근로자고용을 통한 영업활동 수행(매출규모 무관), 사회적 목적 실현(취약계층 고용·사회서비스 제공 등), 이윤의 2/3 이상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 등의 요건을 갖추면 된다. 반면 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4가지 외에도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 영업활동을 통한 수입, 정관·규약을 갖출 것 등 3가지 요건을 더 갖춰야 한다.
충북도는 지난해 43곳의 예비 사회적기업을 지정했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올해는 추가 지정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예비 사회적기업은 1년마다 재심사를 통해 1년씩 연장이 가능하다”며 “매출액이 목표액의 70%에 미달하거나 1인당 월평균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정이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