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농작물 냉해 속출… 상당수 농사 포기

기록적인 한파와 잦은 폭설로 충북지역 시설하우스와 화훼농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재배농가가 이중비닐 수막시설을 설치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작물이 동사하고 난방비도 예년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원군과 재배농가에 따르면 관내 딸기, 채소 등 시설하우스 재배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가중되고 일부 농가는 농사를 망친 것으로 전해졌다.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청원군 가덕면 이원섭씨는 지난해 11월 첫 출하 이후 최근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예상했던 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4일 오전 가덕면의 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떨어지면서 평소보다 두배 이상의 연료비가 들어갔다.

딸기의 생육 적정온도인 7도를 시설하우스에서 유지하기 위해 1㏊의 하우스에 난방기 7대를 하루종일 가동해야 한다.

하루 등유값만도 50만원 이상이다. 반면에 딸기 1㎏당 1만4000원에 출하해도 막대한 난방비를 빼면 남는게 없다.

이씨는 “이례적인 혹한이 지속되면서 시설하우스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재배농가가 현상 유지조차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씨의 농장 인근 딸기 농가 3곳은 혹한으로 아예 농사를 망쳤다. 청주시 신촌·정봉동, 청원군 옥산면 일원의 시설하우스의 냉해도 속출하고 있다.

시설하우스가 밀집한 이들 지역의 200여 재배농가 가운데 상당수가 농사를 포기했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치솟는 기름값으로 농사를 포기한 하우스가 300여동이고 많은 하우스가 동해로 작황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신촌동에서 10년 넘게 시설하우스를 하고 있는 김이동씨(59)는 올해 매출액 50% 이상의 난방비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적자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차라리 농사를 짓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밝혔다.

졸업과 입학시즌 등 대목을 앞둔 화훼농가들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충북 최대 화훼단지인 진천군 덕산면 산수리의 화훼농가들은 유난히도 긴 한파와 폭설에 장미의 생육시기가 늦어져 한걱정이다.

화훼농가들은 수요가 급증하는 입학시즌인 3월까지 지난해보다 30% 이상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미를 재배하는 이상일씨(62)는 “혹한과 폭설이 잦아 하우스의 실내온도를 적정하게 맞추기가 정말 힘들다”며 “대부분 농가가 실내온도를 장미생육에 적합한 20도보다 낮은 수준에 맞추고 있어 수확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혹한과 폭설로 인한 난방비 부담으로 어쩔수 없이 하우스 온도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연일 영하 20도를 넘어서는 혹한에 시달리고 있는 충주, 제천 등 북부지역도 난방비 부담과 동해로 재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설재배농가들은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진 난방비 부담에도 시설하우스 작물의 생육이 부진하면서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재배농가들은 “정부가 난방비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올 겨울을 나기도 전에 농사를 포기하는 재배농가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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